피할 수 없는 보유세 수술, 더 늦기 전에 [제정임의 탐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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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금과 관련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고개를 갸웃한 순간이 두번 있었다. 한번은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했을 때다.
우리 사회에 부동산 투기가 만연한 데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택을 여러채 사들여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부담스럽지 않은 탓이 크다.
실거주하는 1주택 중산층까지는 부담이 크지 않게,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 소유자는 '납세 공로자'나 '주택 공급자'가 될 수 있게, 슬기로운 보유세 개편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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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임 |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부동산 세금과 관련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고개를 갸웃한 순간이 두번 있었다. 한번은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했을 때다. 다른 한번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금은 국가재정 확보를 위해 국민 부담을 지우는 것인데, 다른 정책 목표에 전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하니 가급적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을 때다. 종합부동산세로 다주택 투기를 잡으려다 실패한 노무현·문재인 정부를 뒤따르지 않겠다는 뜻인 듯하나, 의사가 ‘악성 종양은 건드리지 않고 병을 치료해 보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근본 원인을 겨냥하지 않고 병을 낫게 할 방도가 있나.
우리 사회에 부동산 투기가 만연한 데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택을 여러채 사들여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부담스럽지 않은 탓이 크다. 한국의 주택 소유자들이 이런저런 공제를 다 받은 뒤 실제로 적용받는 세율, 즉 보유세 실효세율은 2023년 기준으로 평균 0.15%가량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0.33%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은 보유세를 많이 물리는 나라인데,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의 15억원짜리 주택 재산세는 지난해 기준 1700만~1800만원대다. 서울 마포구의 같은 가격 아파트 재산세가 200만~300만원대이니, 6~8배쯤 된다. 매년 내는 세금이 이렇게 많다면, 집을 여러채 가질 생각은 하기 어렵다.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는 일’은 여러 나라가 이미 하고 있다.
‘세금을 다른 정책 목표에 쓰지 않는다’는 얘기는 누가 대통령에게 입력했는지 궁금하다. ‘피구세’를 모르나 해서다. 영국 경제학자 아서 세실 피구는 대기오염처럼 남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에 ‘시장 실패를 교정하는’ 세금을 매기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대기오염물질 배출세, 혼잡 통행료, 탄소세 등은 대기오염, 교통체증,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꼭 피구세가 아니어도, 많은 정부가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억누르려 세금을 물리고, 바람직한 행위를 북돋우려 보조금을 준다. 부동산 투기는 주거비용과 생산비용을 높이고, 주택 대출금 상환 부담을 키워 소비를 위축시키고, 젊은이들의 결혼·출산 포기에도 영향을 준다. 세금으로 억제할 정당성이 충분하지 않은가.
물론 부동산 투기를 세금 하나로 잡을 순 없다.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 ‘빚 얻어 집 사기’를 부추기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역할을 해야 한다. 집값 대부분을 대출받거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내지 않도록 금융사들이 여신관리를 해야 한다. 출퇴근하기 좋은 지역에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는 등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도 따라주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집, 쉽게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집이 투기 거래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높여, 집을 사 모으는 일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정책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실패했기에 이재명 정부가 망설이는 것을 한편으론 이해할 수 있다. 보유세를 올린다고 하면 보수 야당은 물론, 건설업 광고에 의존하는 많은 언론이 또 ‘세금 폭탄론’을 들고나올 것이다. 여당 내에서도 ‘지방선거에 진다’ ‘정권을 잃는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전임 두 대통령이 도입 혹은 강화한 종합부동산세가 투기 억제에 실패한 것은 세계적 저금리 등 당시 금융환경 외에, 시행 시기가 임기 중후반으로 늦었고 다음 대통령(이명박, 윤석열)이 바로 뒤집어버린 탓이 크다. 현 정부가 임기 초인 지금 보유세 강화를 단행하고, 적어도 임기 말까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면서 취득세·양도세 등 거래세를 낮추면 매매시장에 기존 주택 공급이 늘며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부동산 보유세는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시대에, 재분배를 위해 쓸 재정을 확보할 합리적 수단이기도 하다. 근로소득자의 ‘유리지갑’ 대신, 자산가의 ‘깊은 금고’에서 더 나오는 게 맞지 않겠나. 특히 종합부동산세는 국세로 걷어 지방에 나눠주니, 지방소멸을 막는 재원이 될 수 있다. 실거주하는 1주택 중산층까지는 부담이 크지 않게,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 소유자는 ‘납세 공로자’나 ‘주택 공급자’가 될 수 있게, 슬기로운 보유세 개편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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