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뒤덮은 기괴한 영상… ‘AI 쓰레기’ 몰려온다

팔이 잘린 채 구걸하는 가난한 아이들, 갑자기 사자 우리로 몸을 던지는 여성, 사람을 들이받아 날려버리는 순록, 말하는 고양이… 한눈에 봐도 가짜임을 알 수 있는 조잡한 영상이 소셜미디어의 피드를 뒤덮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저품질 콘텐츠를 일컫는 ‘슬롭’(slop·쓰레기를 뜻하는 말)이라는 신조어는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을 정도다.
영국 비비시(BBC)는 4일(현지시각) “이런 인공지능(AI) 쓰레기가 소셜미디어를 뒤덮으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인공지능 쓰레기’에 대한 제보를 받는 계정(@InsaneAISslop)을 운영하는 테오도르는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만든 황당한 이미지들이 아무런 검증도 없이 페이스북에 도배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계정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남아시아계 어린이들이 ‘오늘 내 생일인데 좋아요를 눌러주세요’라고 구걸하는 그림이 백만개 가까운 ‘좋아요’를 얻는 것을 보고 계정을 만들었다. 그는 넘쳐나는 인공지능 쓰레기에도 즐겨 등장하는 주제들이 있다며 “종교적이거나, 군대, 가난한 아이들이 감동적인 일을 하는 모습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긍정적인 영상을 좋아하니 창작자들이 즐겨 만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감동적인’ 영상만 조회수가 높은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충격 요법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기괴한 인공지능 애니메이션도 피드에 올라오고 있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치명적인 복부 기생충으로부터 구해냈다” “잠옷 차림의 여자가 기생충을 먹고 괴물이 됐다” 같은 제목을 단 충격적이고 혐오감을 주는 비현실적인 영상들이다.
‘놀랍고, 감동적이거나, 기괴하고, 충격적인’ 저품질 인공지능 영상들이 판치는 것은 수익화와 밀접히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비디오 기업인 캡윙의 연구에 따르면, 새로 개설한 유튜브 계정에 표시되는 콘텐츠의 20%가 “저품질의 인공지능 비디오”였다. 특히 숏츠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새로 만들어진 계정에 올라오는 500개의 유튜브 숏츠 클립을 분석한 결과 104개가 인공지능이 만든 저품질 비디오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비시는 “사람들이 정말로 그런 영상을 좋아하는지, 혹은 알고리즘이 그렇게 유도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채널 운영자들은 참여도와 조회수가 높을수록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 경제’ 현상이 이런 유행을 추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저품질 콘텐츠가 범람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나, 신고가 들어온 영상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차단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적극적으로 이미지·비디오 생성 기능, 필터 기능 등을 제공하며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메신저 등 자사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명령어만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인공지능 도구를 제공한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전망을 담은 블로그 글에서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100만개가 넘는 유튜브 채널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저품질 콘텐츠, 일명 ‘인공지능 쓰레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유튜브는 지난 20년간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어떤 고정관념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특정한 콘텐츠를 금지할 뜻은 없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점점 더 이런 인공지능 쓰레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스노보더가 곰에게서 늑대를 구출하는 영상에 달린 ‘좋아요’는 932개에 불과했지만, ‘이런 인공지능 쓰레기에 질린 사람 손들어’라는 댓글에는 ‘좋아요’가 2400개나 달렸다. 하지만 비판 댓글 또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에서는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에게 돈과 조회수를 가져다 줄 뿐이다. 인공지능 쓰레기에 대한 사용자 항의가 늘어나면서, 인테리어 아이디어 등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핀터레스트’처럼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를 차단하기로 결정한 기업도 있다.
알레한드로 갈레아치 이탈리아 파도바대 교수는 “사람들을 속이려고 만든 콘텐츠와, ‘신발 신은 물고기’처럼 명백히 가짜이지만 웃긴 콘텐츠는 구분해야 한다”면서도 “이런 의미도, 재미도 없는 인공지능 쓰레기를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소비하는 것은 ‘뇌 퇴화’(brain rot effect)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뇌 퇴화’는 의미 없거나 자극적인 숏폼, 밈(meme) 등을 과도하게 소비할 때 사용자가 정신적 피로를 겪고 사고력·기억력 저하를 겪는 현상을 말한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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