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와인 여행 끝판왕…‘와인 수도’ 혹스베이 일군 크래기 레인지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혹스베이, 뉴질랜드 최초 ‘와인 수도’ 선정/GWC, 와인·미식·숙박·여행·문화 콘텐츠 종합 평가/거친 바위산 ‘테 마타 피크’ 아래 포도밭 펼쳐지는 크래기 레인지/프리미엄 싱글빈야드 와인·제철 식재료 미식 즐겨/창밖 포도밭 펼쳐진 숙소서 힐링도




GWC는 1999년 창립 때 프랑스 보르도, 포르투갈 포르투, 아르헨티나 멘도자, 남공 케이프 타운, 호주 애들레이드, 스페인 빌바오-리오하 등 6개 도시로 시작합니다. 2007~2008년 스위스 로잔(레만 호수/라보·발레 포함), 미국 나파밸리, 독일 라인헤센이 추가됐고 2010년대 칠레 카사블랑카 밸리와 이탈리아 베로나에 이어 2023년 혹스베이가 정식 멤버가 됐습니다. 크래기 레인지가 큰 역할을 했는데 이 와이너리는 지난해 ‘글로벌 위너’에 올랐습니다.







숙소도 낭만적입니다. 포도밭 사이에 자리 잡은 단독 별채 빈야드 코티지, 정원 속에서 테 마타 피크를 조망하는 가든 코티지, 투키투키 강을 내려다보다는 리버 로지에 이어 침실 4개와 전용 수영장, 갖춘 초대형 럭셔리 숙소 더 로지도 2026년 초 오픈 예정입니다.


북섬에 있는 혹스 베이는 뉴질랜드 와인의 발상지입니다. 1838년 프랑스 마리스트 수도회 선교사들이 뉴질랜드에서 가장 처음 포도나무를 심은 뒤 1851년 미션 에스테이트(Mission Estate Winery)를 설립하면서 뉴질랜드 와인역사가 시작됩니다. 포도밭 면적은 뉴질랜드 전체 와인 산지의 72%를 차지는 압도적 1위 말보로 (Marlborough·약 3만469ha·2025년 기준)에 이어 2위(약 4574ha)입니다.현재 약 38종의 품종이 재배되며 뉴질랜드 레드 와인 생산량의 90%가 혹스 베이에서 생산됩니다. 풀바디한 레드 블렌드와 우아한 시라가 유명하지만, 요즘 샤르도네도 탁월한 품질을 자랑합니다. 전반적으로 혹스베이는 부르고뉴와 보르도 중간쯤인 지중해성 기후을 띱니다. 바닷바람은 여름철 지나친 열기를 식혀 포도는 천천히 완숙에 도달, 와인은 뛰어난 풍미를 지닙니다. 토양은 점토, 석회암, 모래, 배수가 뛰어난 자갈, 붉은 화산성 토양까지 다양합니다. 웅장한 셀러 도어를 갖춘 세계적인 와인 브랜드와 프리미엄 와인을 아주 소량 생산하는 부띠끄 와이너리까지 다양합니다.


미국 출신 사업가 테리 피바디(Terry Peabody)와 메리 피바디(Mary Peabody)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부동산·리조트·관광 관련 투자 및 개발 사업을 하다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영원한 유산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바로 와인·레스토랑 비즈니스입니다. 둘은 세계에 400여명 뿐인 ‘와인의 신’ 마스터 오브 와인(MW)이자 토양 전문가인 스티브 스미스(Steve Smith)와 프랑스, 미국, 호주 등을 샅샅이 뒤지다 1993년 빼어난 풍광을 지닌 테 마타 피크 아래 땅을 발견합니다. 부부는 온화한 해양성 기후, 다양한 토양이 순수함과 우아함을 모두 지닌 와인을 생산하는데 완벽한 조건을 지녔다고 판단해 김블렛 그래블스(Gimblett Gravels)의 개간되지 않은 척박한 자갈토양 약 100ha를 포도밭으로 일구기 시작합니다. 부부는 후손들이 와이너리를 외부에 매각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1000년 신탁’을 설립했고 현재 3대에 걸쳐 가족 경영으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크래기 레인지 핵심 포도밭인 김블렛 그래블스는 19세기 중반, 이 지역 땅을 소유하던 초기 정착민 윌리엄 존 김블렛(William John Gimblett)의 성과 주요 토양인 자갈(Gravels)에서 따왔습니다. 원래 1867년 큰 홍수로 나루로로(Ngaruroro) 강줄기가 바뀌면서 드러난 자갈 투성이의 척박한 땅입니다. 하지만 이런 토양은 늦게 익는 만생종 포도를 재배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입니다. 자갈이 낮에 열기를 품었다가 밤에도 따뜻한 온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메를로 등이 잘 자랍니다. 보르도 좌안이 바로 이 자갈로 이뤄져있습니다.

1981년 선구자 크리스 패스크(Chris Pask)가 김블렛 그래블스에 처음으로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 등을 심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뛰어난 떼루아 덕분에 트리니티 힐(Trinity Hill), 빌라 마리아(Villa Maria), 테 마타(Te Mata), 처치 로드(Church Road) 등 뉴질랜드의 기라성 같은 와이너리들이 이곳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크래기 레인지는 김블렛 그래블스 전체 800ha중 100ha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북부 론 스타일로 만드는 아이콘 와인, 시라 100% 르 솔(Le Sol), 메를로 베이스에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해 보르도 우안 스타일로 빚는 소피아(Sophia)가 이 김블렛 그래블스 포도밭에서 탄생합니다. 크래기 레인지는 포도나무를 고밀도로 심어 스트레스를 받게 해 더 작고 농축된 포도알을 얻습니다. 또 셀러에서 오래 숙성시켜야만 맛이 피어나는 와인보다 영할 때부터 먹기 좋게 열리면서 장기 숙성력도 갖춘 와인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수석 와인메이커 벤 톰스(Ben Tombs)은 “진정으로 위대한 와인은 출시되는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맛있어야 하며, 수십 년에 걸쳐 우아하게 숙성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합니다.

프랑스 북부 론 스타일의 우아함과 뉴질랜드 특유의 선명한 과실미가 조화를 이룹니다. 블랙베리, 검은 자두, 오디, 카시스의 짙은 과실향으로 시작해, 라벤더, 타임의 허브향 아니스의 향신료, 시라 특유의 으깬 검은 후추, 제비꽃, 블랙 올리브, 올리브 타페나드 소스, 훈연향이 더해집니다. 입에서는 자갈 토양에서 오는 흑연 같은 미네랄 느낌이 구조감을 잘 잡아주고 부드러운 탄닌과 기분 좋은 산도의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로즈마리, 타임, 마늘을 곁들인 양갈비, 등심 스테이크나 숯불에 구운 소고기 요리, 오리 가슴살 구이나 덕 콩피, 오징어 먹물 링귀니 등 해산물 파스타, 그릴에 구운 지중해식 야채 요리나 향신료를 가미한 요리, 숙성 콩테치즈, 만체고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자갈 토양에서 오는 강력한 구조감과 세련된 미네랄리티가 돋보입니다. 흰 꽃, 생 캐슈넛, 레몬 껍질의 향이 피어나며, 숙성이 진행되면 구운 헤이즐넛과 브리오슈의 풍미가 더해집니다.입에서는 복숭아, 모과 풍미가 도드라지고 생기발랄한 산도가 뒤에서 잘 받쳐줍니다. 오크 터치가 튀지 않고 매우 섬세하게 녹아있어 우아한 여운을 남깁니다.
줄기를 제거하지 않고 포도송이째 양조하는 홀 번치 프레스를 사용하고 오크통에서 야생 효모로 발효해 복합미를 끌어 올립니다. 프렌치 오크통에서 10개월 숙성(새 오크 약 24~26%)하고 스틸탱크에서 효모앙금과 3개월 추가 숙성해 복합미를 극대화 시킵니다. 구운 가리비, 연어 요리, 레몬 허브 로스트 치킨, 크림 리조토와 잘 어울립니다.

테리 부부는 1998년 혹스 베이 남쪽 마틴버러(Martinborough)로 영역을 확장해 테 무나 로드(Te Muna Road)의 목초지 170ha를 포도밭으로 개간, 1999년 피노 누아와 소비뇽 블랑을 식재합니다. 이곳은 혹스 베이와 달리 석회암이 섞인 자갈과 점토 토양으로 두 품종이 잘 자라는 이상적인 토양입니다. 마틴버러의 기후는 다소 혹독합니다. 봄철 서리와 매서운 추운 겨울, 강한 바람은 포도나무에 스트레스를 줘 생육을 억제합니다. 하지만 이 가혹함은 축복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포도는 껍질이 더 두꺼워지고 풍미가 더욱 응축됩니다. 또 뜨겁고 건조한 여름은 이상적인 숙성 조건을 제공해 포도가 완숙합니다. 여기에 크래기 레인지는 수확량까지 줄여 포도의 집중도를 더욱 끌어 올립니다.


마틴버러의 서늘한 기후와 자갈 섞인 점토 토양의 특징을 정교하게 담아냈습니다. 잘 익은 검은 체리, 야생 딸기로 시작해 라벤더, 자스민의 화사한 꽃향기가 더해지고 숙성되면 세이지, 타임 같은 허브 향과 은은한 버섯 풍미가 올라옵니다. 입에서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타닌과 선명한 산도가 조화를 이루고 말린 허브나 흙 내음처럼 차분하고 짭조름한 풍미로 마무리됩니다. 줄기를 제거하고 스틸 탱크 및 프랑스 오크통에서 야생 효모로 발효한 뒤 프렌치 바리끄(225L·새 오크 21%)에서 10개월 숙성 합니다. 어린 양갈비, 구운 연어 스테이크, 오리 가슴살 구이, 트러플 오일을 곁들인 버섯 리소토나 머쉬룸 라구를 활용한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일반적인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는 확연히 다른 복합미가 도드라집니다. 라임, 잘 익은 흰 복숭아, 패션프루트가 풍성하게 피어나고 갓 자른 허브와 은은한 흰 꽃향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입에서는 깨끗하고 집중도 있는 과일 맛이 느껴지며 마무리에서 포도밭 특유의 석회질 토양에서 오는 철분 같은 미네랄과 짭조름한 미네랄이 돋보입니다. 스틸 탱크와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발효·숙성하고 효모앙금과 4~5개월 숙성해 풍미와 질감을 더합니다. 레몬 드레싱을 곁들인 석화, 신선한 흰 살 생선회, 구운 관자 요리, 염소 치즈 샐러드나 페타 치즈, 바질 페스토 파스타, 고수를 곁들인 동남아식 샐러드나 가벼운 커리와 잘 어울립니다. 너무 차갑게 마시기보다 섭씨 10~12도 정도로 살짝 높은 온도에서 마시면 오크 발효와 숙성에서 오는 복합적인 풍미와 섬세한 꽃향기를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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