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고 스쿼트 20회 실시”… 운동 가족의 화해법
[아이들이 바꾼 우리] 노현진·이충희 부부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 강원 춘천에서 노율(10·아들), 노유(8·아들), 노하(7·딸), 노히(3·딸) 네 남매를 기르는 노현진(41)·이충희(45)씨 부부의 좌우명이다. 에너지 넘치는 부부와 자녀들, 열 살인 반려견 칠월이까지 정적(靜寂)이 찾아들 새 없는 이 가족 모습은 흡사 태릉선수촌을 방불케 한다. 실제로 남편 이씨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수영 국가대표 출신으로, 현재는 수영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태권도 선수였던 아내 노씨는 폴댄스 학원을 운영하며 아쿠아로빅 강사로 활동 중이다.
2015년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알게 된 노씨는 일본 여행을 함께 갔다가 남편의 눈물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 노씨가 짜놓은 빡센 여행 일정으로 끼니를 계속 거른 남편이 여행 3일째 날 굶주림에 울먹거리며 “햄버거 하나만 먹어도 돼?”라고 물었다고 한다. 노씨는 “남편이 알고 보니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더라”며 “그런데도 전혀 짜증 내지 않는 모습을 보고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아내와의 여행이 선수 시절 전지훈련보다 힘들었다”며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참을 수 있는 내 자신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했다.
아이를 넷이나 낳은 건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형제”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혼 첫해(2016년 말) 태어난 첫째 노율이가 ‘수신증(신장 이상 증상)’으로 생후 1년간 큰 수술만 두 차례 받아야 했다. 노씨는 “자녀가 생기면 공부를 잘 시켜 어떤 직업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계획과 욕심이 다 부질없이 느껴졌다”고 했다. 부부는 노율이가 서로 평생 의지할 수 있는 남동생 노유를 2018년 8월 출산했다. 이후 부부는 ‘형제들이 잘 지내려면 여동생이 있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듬해 12월 셋째인 딸 노하를 낳았다. 그런데 부부는 노하 혼자만 여자라 잘 어울리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생겼고, 결국 2023년 1월 넷째인 딸 노히도 출산했다.
‘형제가 선물’이란 부부의 생각과 어린 자녀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운동선수인 부모를 닮아 에너지가 넘치는 네 남매는 부모의 사랑부터 과자 부스러기 하나까지 두고 싸운다. 매일이 전쟁터인 이 집의 중재 방법은 ‘스쿼트’(앉았다 일어나는 하체 운동)다. 부부가 “마주 보고 스쿼트 20회 실시!”라고 외치면 아이들은 싸움을 멈추고 툴툴거리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노씨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운동도 시키고 에너지도 빼는 우리 부부의 노하우”라고 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다가가 먼저 ‘스몰 토크’를 건네는 재미로 산다는 첫째 노율, 그림을 잘 그리는 바른생활 사나이 둘째 노유, 춤과 노래에 빠져 있는 끼가 넘치는 셋째 노하, 세 살밖에 안 됐지만 어른보다 말을 잘한다는 넷째 노히까지. 마치 시트콤에 나오는 가족 같지만 맞벌이인 부부에게 네 남매를 키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남다른 체력을 가진 노씨지만 종종 몰래 눈물을 훔쳤다. 셋째를 임신한 몸으로 양손에 아이들을 짊어지고 다녀야 했고, 30대 후반에 넷째를 임신했을 때는 사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내 노씨는 “이런 시련 덕분에 더 단단하고 행복해졌다”고 했다. 아빠가 가장(家長)이라지만 ‘집안의 정신적 기둥’은 엄마라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후 노씨는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마음가짐으로 틈틈이 책을 쓰고,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학부모 대상 강의도 하는 등 자신을 위한 활동도 시작했다. 그는 “세상의 엄마들이 너무 희생만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지나친 헌신은 사실 ‘엄마가 너 때문에 이것도 포기했는데’라는 마음을 키우는 욕심일 수 있다”며 “나부터 사랑하자는 마음을 가지니 가족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고 더 행복해졌다”고 했다.
여기엔 남편과 부모님의 덕도 크다. 남편은 퇴근 후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는 일을 지금껏 도맡고 있다. 노씨의 친정 부모님인 노재창(81)·최북실(66)씨는 주말마다 강원 양양에서 춘천까지 100㎞가 넘는 거리를 달려와 손주들을 돌봐주고 있다. 시댁 부모님인 이교상(76)·최금자(74)씨는 평일 ‘육아 도우미’를 맡으려 경기 안양에서 춘천으로 이사까지 했다.
사실 부부는 젊은 시절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칭 ‘춘천의 출산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만나는 지인마다 자식이 주는 기쁨과 의미를 설파하며 다니고 있다. 이씨는 “저희는 네 남매라 자식에게 받는 힘도 네 배”라고 했다. 노씨는 “자녀가 생기니 그간 무심했던 타인의 희로애락이 보이고,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되더라.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부부는 성평등가족부 사업인 ‘아이돌봄 서비스’가 육아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금도 아이돌보미 두 명이 아이들의 하교·하원 시간에 도움을 준다. 다만 출산 후 2년 내 저금리로 주택 구입 또는 전세 자금을 대출해주는 정부의 ‘신생아 특례 대출’에 대해선 아쉬워했다. 다자녀 가정은 집이 넓어야 하는데, 대출 가능 주택은 ‘전용면적 85㎡(약 33평)’ 이하로 돼 있어서다. 노씨는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인데, 안 바뀌고 있다. 제한 면적을 넓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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