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漢字로 보는 중국] [5] ‘권력’이 지닌 임의성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2026. 2. 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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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일곱 살이 되면 서로 같은 자리에 앉지 못한다”는 규범이 있다. 유가의 경전인 ‘예기(禮記)’에서 유래한 말이다. 예의와 범절에 관한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다. 우리는 흔히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성어식 표현으로 쓴다.

남녀의 차이를 설정하고 그 둘을 엄격하게 갈랐던 유가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말이다. 그런 유가의 대표 주자였던 맹자에게 누군가가 시비를 건다. “형수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는 그 손을 잡아줄 것이냐”는 물음이다.

일러스트=김성규

맹자는 “사람이 죽어가는데 손을 왜 못 잡냐”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개념 하나를 이끌어 낸다. 맹자가 꺼낸 글자는 ‘권(權)’이다. 우리 식으로 풀면 ‘상황에 맞춰 처리하다’는 의미의 글자다. 함께 따르는 글자는 ‘경(經)’이다.

‘경’은 원칙과 원리에 해당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달리 대처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듯 원칙과는 달리 상황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일이 ‘권’이다. 둘은 경권(經權)이라고 병렬해 원칙과 명분에 상응하는 실용과 응용을 가리킨다.

흔히 쓰는 단어 권력(權力)은 앞 글자 ‘권’이 본래 무게를 다는 ‘저울’의 뜻이었다는 점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상황에 맞춰 제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임의(任意)와 자의(恣意)의 힘이라고 풀 수도 있다.

사정에 맞춰 일을 처리하는 권도(權道), 임시적 조건을 따르는 권의(權宜), 상황에 맞춰 일을 꾸미는 권모(權謀), 형편에 따라 둘러대어 처리하는 권변(權變), 스스로 누리는 이익인 권리(權利) 등의 관련 조어가 있다.

군부 라이벌을 다 제거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이 이제는 ‘통제 불능’에 가깝다. 그로써 1인 권력의 임의와 자의는 더 도지겠다. 군부 내 견제와 균형이 죄다 사라지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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