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에서 '기사형광고' 집중한 이 기관

장슬기 기자 2026. 2. 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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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2025년 7~12월, 36개 신문사에 72건, 총 4억1085만 원 집행
광고주 지원 사실 표기, 아시아투데이뿐…"독자 기망, 홍보로만 봐선 안 돼"
농촌진흥청 측 "연구기관, 과학적 데이터 알리는 데 글과 사진으로 정보 제공"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그래픽=안혜나 기자

이재명 정부 들어 농촌진흥청이 기사형광고를 4억 원 넘게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형광고란 기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돈을 받은 광고를 뜻하는데, 독자들이 광고임을 분간하지 못하고 기사로 받아들이게 만들어 만들어 비윤리적인 저널리즘 행위로 비판 받아왔다. 청와대에서도 최근 기사형광고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이 정보공개청구로 농촌진흥청에 현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정부광고 집행내역을 받아 분석한 결과,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7~12월 36개 신문사에 총 4억1085만 원을 주고 72건의 기획기사 또는 기고 명목의 기사형광고를 집행했다. 적게는 한건당 110만 원에서 많게는 1100만 원을 주고 기사 게재를 요청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수수료 10%를 제외하면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이 언론사에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이 기사형광고 집행한 36개 언론사…광고 사실 고지는 1곳 뿐

농촌진흥청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사형광고를 낸 곳은 국민일보, 내일신문, 농민신문, 농수축산신문, 농업인신문, 농촌여성신문, 농축유통신문, 데일리안,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문화일보, 새전북신문, 서울경제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아시아경제, 아시아투데이, 아주경제, 영농자재신문, 원예산업신문, 전민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북일보, 전북중앙신문, 전업농신문, 전자신문, 조선비즈, 조선일보, 중앙일보, 축산경제신문, 축산신문, 코리아타임스,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신문, 한국농어민신문, 헤럴드경제 등 36개사다. 중앙일간지와 경제지, 전북 지역지와 농업전문지가 고루 포함돼 있다. 농촌진흥청이 전주에 위치해 있어 해당 지역신문에도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광고주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았다고 밝힌 곳은 아시아투데이 한 곳에 불과했다. 아시아투데이는 <7100만달러 수출 잭팟… 외국인도 푹 빠진 신품종 'K-과일'>(2025년 7월28일), <이지플·골든볼… 소비자 입맛 잡은 신품종 사과>(2025년 7월28일) 등의 기사 말미에 “제작·지원=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라고 표기했다. 농촌진흥청은 해당 기사 두건에 대해 각각 990만 원과 550만 원을 지급했다. 다만 아시아투데이도 다른 기사나 기고에는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표기하지 않았다.

한국농어민신문은 지난해 12월5일자 <농가를 살리는 한 스푼···뻔한 즙 벗어난 '양파의 변신'>이란 기사 끝에 “공동기획 : 농촌진흥청·한국농어민신문”이라고만 표기했다. 아무런 표기도 하지 않은 다른 매체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독자 입장에서 돈이 오간 사실을 알기는 어려운 문구라고 볼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해당 기사 대가로 550만 원을 집행했다. 한국농어민신문은 그외 기사나 칼럼 기고에는 아무런 표기도 하지 않았다. 나머지 34개 신문사 역시 돈을 받고 기사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표기하지 않았다.

가장 높은 단가가 책정된 광고는 동아일보랑 체결했다. 지난해 7월21일자 <“폭염에 강한 벼-밀-콩 만들자”… 품종개량-유전자 교정>와 11월11일자 <미래를 묻다, 기술로 답하다… 스마트 농업 혁신으로 메탄배출 저감>를 합쳐 1100만 원을 집행했다.

▲ 2025년 7월23일자 조선일보의 농촌진흥청 기사형광고

조선일보에는 기사형광고 2건이 게재됐는데 각 803만 원으로 총 1606만 원이다. 지난해 7월23일자 <'기후 스마트 농업'으로 기상 재해·병해충 선제적 대응한다>라는 기사형광고는 기자명(바이라인)이 없고, 지난해 8월28일자 <低 메탄 벼, 토양 속 탄소격리 물질 개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란 기사형광고는 객원기자가 작성했다.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형광고는 지난해 7월29일자 <기후변화에 강한 신품종 노란 사과 '골든볼' 초록 배 '그린시스' 인기>와 지난해 9월5일자 <메탄 줄이는 벼 품종 개발, 기후위기 넘어선다> 등 두건으로 모두 '중앙일보M&P' 소속 기자가 작성했다. 중앙일보M&P는 중앙일보가 100% 출자한 회사로 마케팅·유통 등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농촌진흥청은 두 기사에 대해 각각 990만 원씩 총 1980만 원을 집행했다.

▲ 2025년 7월29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농촌진흥청 기사형광고

농촌진흥청, 즉 광고주 입장에서는 기사형광고가 홍보에 더 효율적이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이라는 전문 분야의 정책이나 신기술, 각종 성과에 대해 홍보해야 하는데 이를 이미지 광고로 자세하게 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 만든 자료를 신문사에 제공하면 관련 기획기사를 써주거나 관계자가 신문사에 칼럼을 기고하는 방식으로 정부광고를 진행한 것이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농촌진흥청에서 출입기자를 관리하고 있지 않았다. 세종에 위치한 농림축산식품부 출입기자들을 공유하긴 했지만 농림부 출입기자들이 멀리 떨어진 청 단위 정책을 자세하게 전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은 농림부 산하에 있다.

농촌진흥청 “과학적 데이터 알리는 목적 커…기획홍보집행이 정확한 표현”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지난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사 형태의 광고를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진흥청은 R&D 연구기관이니 우리가 새로 개발한 품종, 농업인이 알아야 할 새로운 재배기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농산 가공품의 기능과 효능에 대해 과학적 데이터를 알리는 목적이 크기 때문”이라며 “이미지로는 설명하기 부족해 연구성과, 기술 등에 대해 글과 사진 형태로 정보 제공의 효과를 더 바란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광고', '기사형광고'란 표현 대신 “기획홍보집행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기사형광고는 독자들을 속이는 행위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농촌진흥청이 농업 전문기관이지만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언론이 비판적으로 검증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부는 모범이 돼야 한다”며 “국민을 기망하지 않는 방식의 홍보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사형광고는 기업들도 하면 안 되는데 공무원들, 공공기관은 더욱 하면 안 된다”며 “기사형광고는 서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홍보 측면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자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기사형광고는 비윤리적인 광고로 비판받는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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