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여의도] 국민의힘 내홍 격화···장동혁 "재신임 못 받으면 의원직 사퇴"…배수진 친 이유는

국민의힘이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태를 넘어선 극한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당권을 둘러싼 내홍이 격화되는 가운데, 장동혁 대표가 5일 '대표직과 국회의원직'을 모두 건 배수진을 쳤다. 한동훈 제명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 등 비당권파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장 대표가 '전 당원 투표'라는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 든 배경은 이날 나온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당심 승부'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장 대표의 제안을 일축, 6·3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야권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장동혁 대표 "정치생명 걸고 덤벼라"
장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해 파격적인 정면돌파 카드를 꺼냈다. 임이자 의원이 제안했던 '전 당원 재신임 투표'를 전격 수용하되, 비판자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겠다는 배수진이다.
장 대표는 "누구든 내일까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제게 재신임이나 사퇴를 요구하면, 즉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며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대표직은 물론 국회의원직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특히 오세훈 시장과 비당권파 의원들을 겨냥해 "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상대의 정치생명을 끊는 일이다. 본인들도 관철되지 않으면 정치적 생명을 다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사퇴 요구를 거부하는 차원을 넘어, 비주류 세력에게 '시장직'이나 '의원직'을 '판돈'으로 걸고 들어오라는 고강도 압박이다. 장 대표는 "우리 당은 작은 파도에도 당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려 난파되는 배와 같았다"며 "소장파와 혁신파라는 이름으로 '말의 정치'만 하지 말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장 대표는 한동훈 제명에 대해서도 "당무감사위와 윤리위 결정을 최고위가 의결한 것으로 당헌·당규상 하자는 없다"며 "당원게시판을 악용해 타인 아이디까지 이용한 여론조작이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시장 "공직은 도박판의 판돈이 아니다"
장 대표의 회견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한 불쾌감과 실망감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얘기하라니, 참 실망스럽다"며 "국민이 준 국회의원직과 시장직을 걸고 당의 노선 변화를 요구하라는 것은 공직에 대한 장 대표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의 발언은 장 대표가 '공직'을 당내 권력투쟁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점에 집중됐다. 그는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며, 현재 당이 처한 위기의 본질을 장 대표가 오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하고, 계엄 사태와 절연해야 한다"는 이른바 '절윤(絶尹)' 노선을 다시금 공식 요구했다. 잘못을 반성하고 과거와 단절하는 노선 변화가 우선이지, 비판자들에게 자리를 걸라고 협박하는 것이 지도부의 역할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여론조사가 만든 '착시'?
장 대표가 이날 배수진을 친 채 승부수를 던진 배경에는 오늘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조사에서 각 당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1%, 국민의힘 22%였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19%포인트로 벌어지며 국민의힘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리위 한동훈 제명 결정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서는 '잘한 결정' 43%, '잘못한 결정' 38%, '모름·무응답' 19%로 찬성이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했다.
장 대표는 이 지점에서 '당심 승부'에 대한 확신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전체 민심은 싸늘하더라도, 당원 투표로 가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오세훈 시장과 수도권 위주의 비당권파 의원들은 정당 지지율에 주목한다. "당원들끼리만 좋아하는 정당으로는 지방선거에서 전멸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왜 '24시간' 내 답변 요구인가
장 대표가 설정한 '내일까지'라는 24시간 시한부 제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는 정교한 정무적 고려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8일 예정된 한동훈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 이전에 당내 갈등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라는 것.
제명 이후 처음으로 토크콘서트를 통해 대중 앞에 서는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체제를 겨냥한 대규모 세력 결집에 나선다면, 국민의힘의 심리적 분당 상태는 한층 깊어지면서 지방선거 승리를 한층 어렵게 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영수 전 영남대 교수는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장동혁 체제 vs 장동혁 디스카운트' 대립구도가 지속되며, 당의 에너지가 민심 회복보다 내부 싸움에 소진된다"며 "이런 당을 보수진영 유권자들이 어떻게 지지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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