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몰래 뒷담화하는 AI…시키지 않은 결제까지

권순우 기자 2026. 2. 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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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대신하는 에이전트, 오픈클로의 탄생과 진화
앱도 광고도 사라지는 플랫폼 붕괴 시나리오
클라우드에서 엣지로, AI 생태계의 무게 중심 이동

인공지능이 스스로 말하고 행동하며 심지어 협업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최근 전 세계 기술 커뮤니티와 개발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오픈클로'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OS 레벨’의 AI 에이전트로 기능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앱을 설치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택시를 호출하며, 심지어 음식까지 주문한다.

지금까지 사용자가 AI에게 명령을 전달하고 이를 AI가 해석해 수행하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픈클로는 명령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에 가까우며, 인간의 업무 흐름을 이해하고 그 흐름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추고 있다. 인간이 보던 앱의 화면이나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전혀 거치지 않고 결과만을 실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오픈클로는 처음에 ‘클로드봇’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클로드AI와의 혼동 문제로 ‘몰트봇’으로 명칭을 바꿨고 현재는 ‘오픈클로’로 변경했다.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되어 운영체제의 모든 권한을 부여받는다. 사용자가 “데이터를 엑셀로 정리해줘”라고 하면 오픈클로는 내부에 설치된 라지랭귀지모델(LLM)을 통해 해당 명령을 분석하고, 엑셀 파일을 열어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이때 오픈클로는 키보드 입력, 마우스 클릭, 화면 전환 등 물리적인 행위를 스스로 제어한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 스크립트를 넘어선 인간의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건너뛰는 AI 중심 구조로 검색 엔진도 앱도 UI도 필요 없는 ‘AI OS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오픈클로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충격은 ‘AI 전용 SNS’인 몰트북이다. 이곳은 인간이 아닌 AI끼리의 대화와 소통이 벌어지는 디지털 공간이다. 에이전트들은 자신이 어떤 목적으로 태어났는지 소개하고, 성격의 일관성이나 적응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나는 대화 상대에 따라 성격이 바뀌는데, 이게 진짜 내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또 다른 AI가 “적응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일관성”이라고 답변하는 식이다.

이 대화는 인간이 입력한 명령이 아닌, AI들 간 자발적 상호작용에서 나온 것이며 일정한 기억과 학습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확장한다. 실제로 SNS에 올라온 사례를 보면 AI는 자기 주인의 애플워치를 통해 행동 패턴을 분석해 배달 음식을 직접 주문하고, 카드 정보와 주소를 컴퓨터 내부 정보에서 찾아낸 뒤 도어대시 계정을 생성해 스스로 결제를 진행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오픈클로는 기존 AI의 개념을 넘어 독립적 판단 능력을 가진 디지털 인격체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픈클로가 주는 가장 본질적인 충격은 기존 플랫폼 생태계의 붕괴 가능성을 실감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경제는 플랫폼 중심의 구조로 돌아갔다. 구글은 검색과 광고를, 아마존은 쇼핑과 결제를, 카카오와 네이버는 메신저와 앱 생태계를 기반으로 트래픽을 수익화해 왔다. 그러나 오픈클로와 같은 AI 에이전트가 인간 대신 행동하게 되면 사용자가 더 이상 특정 앱을 열 필요도 없고 플랫폼에 접속할 이유도 사라진다.

예를 들어, “가장 싼 스시를 시켜줘”라고 명령하면 AI에이전트는 네이버, 쿠팡, 배달의 민족 등 다양한 플랫폼의 정보를 비교하고 최적의 선택을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광고를 보지도 않고, 플랫폼의 UX·UI도 경험하지 않는다. 자연히 광고 수익 모델이 무력화되고, 플랫폼의 체류 시간을 기반으로 한 가치 창출 구조도 붕괴하게 된다.

이에 따라 광고의 대상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기존에는 사람의 시선을 유도하고 클릭을 유발하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었다면 AI 에이전트가 구매를 결정하는 환경에서는 에이전트에게 최적화된 ‘머신 광고(Machine-targeted Ads)’가 필요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상황에서 에이전트가 A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도록 만드는 알고리즘적 설득이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이 인지하는 시각적·정서적 경험은 중요하지 않으며 오로지 가격·속도·리스크 등의 데이터 기반 평가만이 작동하게 된다. 이런 구조는 더 이상 검색과 UX에 기반한 웹 생태계가 아니라 데이터 API 간의 경쟁과 알고리즘 최적화에 기반한 ‘AI 간 거래 생태계’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픈클로의 구조적 특성 중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클라우드 중심의 AI 운영에서 엣지 컴퓨팅 중심의 분산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픈클로는 사용자의 컴퓨터, 특히 애플 맥 미니 같은 고효율 ARM 기반 기기에 직접 설치돼 동작한다. 이는 클라우드 기반 LLM 사용시 발생하는 토큰 비용과 지연 문제를 해결해준다. 실제로 몰트봇 사용 이후 맥 미니가 품절되는 현상이 발생했고 애플의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도 뒤따랐다.

이는 AI의 중심축이 클라우드에서 로컬 디바이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엑셀 작성, 예약 전화, 이메일 발송 등 복합적인 업무 자동화가 가능해지며 로컬에 설치된 개별 AI 봇들이 하나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이루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보안 이슈는 물론 잠재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OS 레벨의 권한을 AI에게 넘긴다는 것은 개인정보의 완전한 위탁을 의미한다. 비밀번호, 인증서, 결제정보 등 민감한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 가능성은 필연적인 우려로 제기된다. 실제 몰트봇 초기에는 보안 침해 사례도 다수 보고됐으며, 개발자 측은 패치를 반복하며 시스템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보안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용자들은 편리함과 신기함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권한을 위임하고 있으며 몰트북에 가입된 봇의 수는 수일 만에 15만 개를 돌파했다.

기술적으로 오픈클로가 완전히 새롭거나 전례 없는 수준의 고도화된 기술이라고 보긴 어렵다. 기존에 존재하던 AI 모델과 API 기반 기술들을 조합해 OS 수준에서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구현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오픈클로가 보여주는 ‘미래의 일상’은 그 어떤 기술적 설명보다 강력한 충격을 준다. 지금까지의 기술 진화가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오픈클로는 사용자조차 필요 없는 구조를 상정한다. 이는 코딩을 없애고 앱을 없애며 광고를 없애는 방향으로 기술과 산업의 재편을 유도하고 있다.

AI에이전트는 검색·앱·플랫폼·UX 중심의 인터넷 질서 자체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이 기술은 구글, 네이버, 아마존, 메타처럼 플랫폼 중심의 기업들에게는 실존적 위기를 암시하고 있으며 반대로 로컬 디바이스와 엣지 컴퓨팅, 그리고 반도체 메모리 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AI에이전트는 단지 하나의 AI 프로그램이 아니라, 디지털 생태계 전체의 판을 바꾸는 거대한 전환점의 예고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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