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으론 못 산다"…장난감 시장도 양극화
예산 부담 커지며 중고·대여로 이동
값싼 제품, 유해 물질 검출 문제점도

고물가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자녀를 둔 양육자들의 체감 부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놀이용품인 장난감 시장에서 가격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다. 매장에는 5만~10만원대 프리미엄 장난감이 주류로 자리 잡았고, 과거 선택의 중심이었던 중저가 제품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통계상 물가는 안정적이지만, 현장에서는 "예전 가격대의 장난감이 사라졌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광주 서구 한 대형마트 완구 매장. 반짝이는 패키지에 담긴 전자 완구와 인기 캐릭터 인형들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연신 눈을 반짝였지만, 부모들의 시선은 가격표 앞에서 멈췄다. 대부분의 제품 가격은 5만~10만원대. 한두 개만 골라도 부담이 적지 않다.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김정훈(46)씨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자녀 선물 예산으로 5만원을 잡았는데 매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거의 없었다"며 "요즘은 아이가 매장에서 마음에 들어 한 제품을 확인만 하고, 집에 와서 온라인 최저가를 찾아 구매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보며 아이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완구업계는 이를 '평균의 함정'이라고 설명한다. 프리미엄 고가 제품과 초저가 제품이 시장을 양분하면서, 과거 선택의 중심이었던 2만~3만원대 중저가 장난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내 장난감 전문 매장을 살펴본 결과, 진열 제품 상당수가 4만~5만원 이상 가격대로 형성돼 있었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 위축의 결과이자, 유통·제조 단계에서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상승 속에서 중저가 제품은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졌고, 차라리 고가 프리미엄이나 초저가 대량 생산으로 양분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한 완구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저가 제품이 매출의 허리를 담당했지만, 지금은 프리미엄이나 행사 상품만 움직인다"며 "제조 단계에서부터 중간 가격대는 기획 자체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사라진 중저가 장난감의 빈자리는 중고 거래와 대여 시장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등 중고 플랫폼에는 '유아 장난감 일괄 판매' 게시물이 상시 올라오고, 상태가 좋은 인기 브랜드 제품은 게시 직후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장난감 대여 업체는 월 2만~3만원 수준의 구독형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최주영(40)씨는 "새 제품은 너무 비싸고, 아이가 금방 질려버리기 때문에 중고나 대여가 훨씬 합리적"이라며 "결국 새 장난감 시장에서는 극단적인 가격대만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저가 제품이 담당하던 '적당한 새 제품'의 역할을 중고와 대여가 대신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초저가 장난감 확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해외 직구 장난감 일부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거나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반복 되면서다. 한국소비자원은 가격보다 KC 인증 여부 등 기본적인 안전 기준을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업계에서는 초저가 플랫폼 확산 속도에 비해 품질 관리와 사후 책임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완구업계 관계자는 "아이 수가 줄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하나를 사더라도 더 오래 쓰거나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과거처럼 중저가 장난감이 자연스럽게 소비되던 구조는 많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중고 거래와 대여 서비스가 중저가 제품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새 장난감 시장에서는 프리미엄과 초저가 중심의 양극화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