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살아도 좋다고?” 한국 청년들이 일본인 신부에 빠진 이유 [채제우의 오지랖]

채제우 기자 2026. 2. 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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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의 지식 라이프입니다. 제가 30대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요새 유튜브를 키면 “러시아 아내와 사는 평범남의 일상” “일본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밥” 같은 콘텐츠가 간간이 올라옵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한국인과 외국인 커플 조합도 종종 보이고요. 몇 년 전만 해도 국제결혼 하면 ‘농촌에 사는 노총각의 최후 보루’라는 식의 편견이 있었는데,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적지 않은 한국 청춘들이 국제결혼으로 눈을 돌리고 있죠.

통계를 한 번 보시죠.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제결혼 건수는 2만759건입니다. 전년도 1만9717건보다 5.3% 늘어났고요. 한국인 남성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사례가 1만5624건으로 전체 국제결혼의 75%를 차지합니다. 한국 여성이 외국인 남성과 결혼한 경우는 5135건으로 25% 정도였고요. 이런 국제 결혼이 전체 혼인 건수의 9.3%에 달했는데요. 신혼부부 10쌍 중 1쌍이 국경을 넘은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는 얘기죠.

2024년 기준 한국의 국제결혼 건수는 2만759건으로 집계됐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한국에서 왜 국제결혼이 인기냐고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내 집 마련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자산의 양극화도 점점 심해지고 있죠. 이런 사회상이 고스란히 결혼 시장에도 반영된 것이죠.

오지랖이 최근 우리나라의 1등 결혼 정보 업체 ‘듀오’의 박수경 대표를 인터뷰했는데요. 실제로 요새 한국 결혼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듀오의 박수경 대표에게 최근 한국 결혼 시장의 트렌드는 무엇인지 물었더니, 글쎄 ‘양극화’라는 답이 돌아왔는데요.

박 대표는 “여유가 있는 상류층은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짝을 고집하고, 여건이 마땅치 않은 이들은 결혼을 포기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인 요구 사항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랑이 싹틀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최근에 결혼 정보 회사를 찾아오는 이들 중에선 “우리 집에서 얼마를 해가니까, 상대도 그만큼 해와야 한다”는 등 조건을 점점 따지는 추세라고 하죠. 듀오는 주기적으로 회원을 대상으로 이성에게 바라는 조건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는데요. 지난해 말에 처음으로 이상적인 직업군으로 ‘전문직’이 꼽혔다고 합니다. 청년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결혼할 때조차 경제력과 안정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 시작한 것이죠.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결혼이 일종의 '성공의 잣대'가 됐다고 평가한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특히 한국에서는 유독 결혼을 하나의 ‘성공의 잣대’로 여기는 분위기가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이거나 서울에 3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는 등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과 결혼하면 “나는 결혼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것이죠. 또 최근에는 키가 얼마 이상, 얼굴은 아랍상이나 두부상 등 외모에 대한 요구도 많아졌고요. 정치 성향은 어때야 하고, 헬스를 주 3회 이상 하는 등 따지는 항목들도 다양해졌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결혼 시장에 뛰어든 청년들의 눈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단 얘기죠. 입시 경쟁, 취업 경쟁도 겨우 뚫었는데, 결혼을 위해서 스펙을 갖춰야 하는 시대. 결국 적지 않은 한국의 청년들은 아예 결혼을 외면해 버리고 있습니다.

이런 틈새를 파고든 것이 바로 국제결혼입니다. 국제결혼 관련 콘텐츠를 보면요. 결혼할 때 “월 300만원만 벌어도 된다” “월세 살아도 된다”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은 유독 상대방의 갖춰야 할 조건을 강조하지만 외국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팍팍한 한국 결혼 시장에 지친 젊은이들이 눈을 돌릴 만합니다.

K팝과 K드라마 등 K콘텐츠 덕분에 한국인과 결혼을 희망하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고 한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게다가 요새 한국인이 K팝과 K드라마 덕에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거든요. 듀오에도 얼마 전에 일본에 있는 결혼 정보 업체에서 일본 여성과 한국 남성을 맺어주는 제휴 서비스를 내놓자고 제안이 왔다고 하는데요. 듀오는 우리나라는 국제결혼의 서류와 행정 절차 등이 매우 까다로워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국의 결혼 적령기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 언젠가는 해외로 시장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조건을 따지는 결혼 문화 때문만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국제결혼이 늘어날 수밖에 없겠네요.

더구나 국제결혼은 상대적으로 매칭이 쉽게 이뤄집니다. 여성가족부 ’2023년 결혼중개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제결혼은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9.3일이 걸렸다고 하죠. 중개 비용은 베트남·캄보디아·중국·태국 등 동남아 지역은 약 2000만원,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중앙아시아 지역은 3000만원 선이고요.

국내 다문화 가정의 이혼 사유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내의 가출'로 조사됐다./조선일보 유튜브 '오지랖'

하지만 이 국제결혼이 마냥 핑크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닌데요. 결혼을 하고 입국할 때까지는 상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한국에 오고나서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는 사례가 꽤 많다고 합니다. 결혼을 전제 만나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일도 많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다문화 가정 이혼 원인의 절반 이상이 ‘아내의 가출’이기도 하고요.

한국 사회는 양극화와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로 결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청년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국제결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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