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점유율 21%에 시장지배자?...공정위, 'PE 포비아'에 떨었나

최상현 기자 2026. 2. 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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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SK렌터카-롯데렌탈 기업결합 불허
합산 점유율 21~38%...불허 사례 역대 최저 점유율
제주 단기 렌터카로 영세상인 발굴..."중소시장 침해" 주장
장기 렌터카선 리스 빼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웹페이지 갈무리

공정거래위원회가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의 기업결합(인수합병, M&A)을 불허하는 과정에서 역대 가장 낮은 '시장점유율'이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합병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조하기 위해 ‘시장 획정’에서도 '게리맨더링식 접근법'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박빙인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 유리한 득표를 위해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조정한 것처럼 심의하는 대상(렌털시장)을 목적에 맞춰 왜곡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SK렌터카의 소유주인 사모펀드(PE)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를 주목한다. M&A를 통해 일반 기업을 인수한 사모펀드가 인수 후 수년에 걸쳐 경영을 하고 엑시트(exit)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역대 최저 점유율에 기업결합 금지
5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업결합 불허 조치가 내려진 SK렌터카-롯데렌탈의 합산 점유율은 2024년 말 기준 △단기 렌트카(제주) 21.3% △단기 렌트카(내륙) 29.3% △장기 렌트카 38.3%였다.


<cg1><cg1>
이는 공정위가 기업결합 불허 조치를 내린 9개의 사례 중 가장 낮은 점유율이다. 2009년 호텔롯데-파라다이스글로벌의 영업양수 불허 건을 살펴보면, 면세점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이 97.4%에 달했다. 가장 최근 사례인 메가스터디-에스티유니타스 건은 7·9·군무원 시장에서 67.9%, 소방공무원 시장에서 75%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합산 점유율이 가장 낮았던 BHP빌리턴-리오틴토 사례도 철광석 시장 점유율이 55%로 과반을 넘겼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불허는 M&A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치명적인 조치다. 때문에 공정거래법에서는 기업결합 제한 사유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cg2>
대다수 케이스에 적용되는 첫번째 불허 사유는 ‘누가 봐도’ 해당 시장의 압도적 지배자가 되는 경우로,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한다. ①1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50% 이상,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75% 이상이 되는 경우 ②시장 점유율의 합계가 1위가 되는 경우 ③ 2위와의 차이가 25% 이상인 경우. 당연히 SK렌터카와 롯데렌탈 합병은 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두번째 기준을 적용했다. ‘대규모 회사가 중소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2/3 이상인 거래 분야에서 기업 결합을 하고, 당해 기업결합으로 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게 되는 경우’ 경쟁제한성 평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두 렌터카 회사는 결합후 시장점유율이 30%가 채 되지 않지만 수많은 중소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에서 의미있는 확장을 꾀한다는 사유로 불허된 것이다.

◇게리맨더링식 시장 획정…공시집단도 아닌데 중소시장 침해?
공정위는 시장 획정 과정에서 중소·영세 사업자가 다수 존재하는 시장을 애써 '발굴'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전체 렌터카 시장을 단기와 장기로 나누고, 거기서 또 단기를 내륙과 제주로 나눈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제주 단기 렌터카 시장에 주목했다. 이렇게 매우 섬세한 시장획정을 거쳐 두번째 사유가 충족되기에 이르렀다.

<cg3><cg2>

제주 단기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은 11.07%, SK렌터카는 10.21% 점유율을 차지한다. 2~4%대 점유율을 가진 회사 네 곳을 제외하면 100여개의 중소회사가 67.07% 점유율을 갖는 것으로 나온다. 공정위는 “현격한 격차의 1강 vs 중소·영세 사업자’로 시장 구조가 재편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제주 지역은 ‘렌터카 총량제’로 경쟁 상황이 고착화돼 그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경우 제주 단기 렌트카 사업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5%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에 제주 지역에서 합병 회사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게 된다고 해도, 해당 사업부 매각 등의 시정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의미다. 이는 항공사 기업결합 심사와 대조된다.

사실상 하나의 국적항공사만 남기기로 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서 공정위는 독과점도 아닌 독점 1개 항공사의 출현이라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숱한 시정조치를 요구했고 이를 수용하고 최종 승인을 받는데 3년여의 시간이 소요된 바 있다.

내륙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은 17.12%, SK렌터카는 12.22%로 합산 점유율이 29.34%로 집계된다. 역시 시장의 과반은커녕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유율이다.

공정위는 내륙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3위 쏘카(월 단기)가 3.73% 점유율이고, 1000여개의 중소 사업자가 64.64%를 차지한다는 점을 조명했다. 이를 근거로 공정위는 “합병 회사가 ‘압도적 1위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결합 불허 2번 사유의 조건인 ‘중소기업 점유율이 2/3 이상인 거래분야’를 충족했다는 것이다.

다만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합병 회사가 ‘대규모 회사’에 해당할 지 여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공정거래법의 ‘대규모 회사’는 일반적인 대기업이 아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속칭 재벌그룹을 가리킨다. 사모펀드의 경우 경제력 집중의 우려가 적기 때문에 자산이 많더라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지 않는다. 각 회사가 대기업집단에서 비롯된 건 맞지만, 합병 후 소유주인 어피니티 사모펀드는 대기업집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번호판 빼고 다 비슷한데...리스 배제한 시장획정 이유는?
<cg4><cg3>SK렌터카와 롯데렌탈은 전국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 합산 38.3%로 관련 시장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장기 렌터카와 거의 유사한 상품인 리스 시장을 시장 획정에서 제외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남는다.

장기 렌터카와 리스는 모두 일정한 금액을 회사에 납입하면서 차량을 이용하는 서비스다. ‘하’ ‘허’ ‘호’ 번호판을 달아야 하는 렌터카와 달리 리스는 일반 차량과 동일한 번호판을 제공받는다. 차량의 소유권이 렌터카는 대여 회사에, 리스는 개인에 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다만 장기 렌터카도 일정 기간 이용 후 차량을 매입할 수 있고, 반대로 리스는 의무약정 기간을 채우면 차량을 반납할 수 있다. 한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실사용 관점에서 장기 렌터카와 리스는 큰 차이가 없다”며 “영업 현장에서도 소비자의 여건과 선호에 따라 리스와 장기렌트 중 적절한 쪽을 추천해주고 있다”고 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4월 발간한 ‘기업결합신고 가이드북’을 보면, ‘관련시장이란 당해 기업결합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관련 상품시장에 대해 ‘소비자가 상품의 특성·가격·사용목적 등을 고려해 구매를 전환할 수 있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집합’이라고 규정했다.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동일선상으로 고려될 수 있다면 같은 시장으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제공=뉴스1

장기 렌터카와 거의 유사한 상품인 리스 시장을 포함할 경우 양사의 점유율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 대상 회사 중 SK렌터카는 리스업을 하지 않지만, 장기 렌터카 시장의 경쟁 회사인 현대캐피탈, 하나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등은 모두 리스업이 주력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불허에서 "(리스업을 주로 하는) 캐피탈사는 본업비율 제한, 차량 정비 및 중고차 판매 사업 영위 금지 등으로 인해, 이에서 자유로운 SK렌터카, 롯데렌탈 대비 경쟁상 열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리스 시장을 관련 시장으로 포함할 경우 공정위가 내세운 '경쟁제한성' 근거가 약해진다. 캐피탈사들은 장기 렌터카 차량 확대에 제한을 받지만, 리스 차량은 필요한 만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캐피탈과 하나캐피탈 등은 모두 대기업집단 소속이기도 해, '중소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 훼손'이라는 불허 사유도 무력화될 수 있다.

어피니티와 SK렌터카는 최근 기업결합 자문 로펌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법무법인 세종으로 교체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어피니티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재심의를 요청하려는 행보로 보고있다.

어피티니는 지난달 26일 공정위 발표 직후 “기업결합 심사 관련 공정위의 최종의결서 수령 후 구체적인 판단 내용과 취지를 면밀히 확인할 예정”이라며 “향후 롯데그룹과의 협의를 통해 공정위의 우려 사항, 특히 시장지배력 강화 가능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에서 추가 제안 가능성 여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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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