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적자 전환에…공단 "의료기관 직접 계도, 지급 거절도 고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건강보험 재정 적자 전환에 대응해 적정진료추진단의 역할을 강화한다. 과잉 진료를 분석하는 데서 나아가 유관부서 22개가 뭉쳐 의료기관을 직접 찾아가 '계도 활동'을 진행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올해 출범이 예상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통한 지출 관리도 병행할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인구가 늘지 않고 질병도 크게 변화가 없는데 진료 행위가 늘어나면서 진료비 지출이 증가한다"며 "이것(진료 행위)이 적정한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지난해 발족한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의 기능을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22개 유관 부서가 △급여비 분석 체계 고도화 △진료비 정보 제공 △현장적용과 후속조치 등을 공동 진행한다.
적정진료 판단은 통계 분석에서 시작된다. 급여 분석을 통해 필요성·효용성이 낮은데도 갑자기, 많이 늘어난 진료 항목을 추린다. 상당 부분 자동화된 상태다. 감기인데도 비인강경검사(코·입 내시경)를 너무 많이 하거나 성조숙증 환자에게 비타민 검사를 과도하게 시행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정 이사장은 "병을 앓는 환자(유병률)가 늘었는지, 의학적으로 중요도가 높아졌는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의료기관은 얼마나 하는지 등을 연도별로 따져 폭넓게 검토한다"며 "이를 통해 과잉 진료 의심 기관을 발굴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분석'에 그쳤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다. 과잉 진료에 해당하면 건보공단 적정진료추진단이 방문·서면조사를 실시하는 등 계도 활동을 강화한다. 정 이사장은 "표준 진료 가이드라인과 너무 벗어나면 건보공단 일산병원이나 관련 학회에 자문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연계해 제재하겠다"며 "계도가 안 되면 급여 지급을 거절하거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을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특사경도 건보재정 관리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이들이 애초 '돈벌이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세우는 만큼 과잉 진료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바라본다. 경찰·검찰과 달리 특사경은 불법개설기관만 집중해 속도감 있는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NHIS-PICC'의 PICC은 동음이의어인 PICK(고르다는 뜻의 영어 동사)에 비춰 "돌봄 대상자를 공단이 잘 골라(PICK) 맞춤 서비스에 연결한다'는 뜻을 담았다. 정 이사장은 "공단이 가진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대상자가 신청하기 전 발굴하겠다"며 "개별 지자체가 하기 어려운 의료기관·장기요양기관으로의 연결, 관외 대상자의 의료돌봄 연계 등에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통합돌봄 시행에 맞춰 요양병원 수, 복지 서비스 등을 지자체별로 볼 수 있는 '돌봄자원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홈페이지와 모바일앱 '건강보험25시'(구 The건강보험) 등에 공유하는 등 디지털 혁신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날 정 이사장은 최근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500억원대 소송에서 국민 150만명이 지지 서명한 점을 언급하며 "놀랍다"고 표현했다. 건보공단이 패소한 2심 판결문을 두 번 읽었다며 "폐암 환자 중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판단 요지"라며 "피고 측의 단순한 논리가 인용돼 슬프다"고 말했다.
항소심은 1960~1970년대 당시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인식이 존재했다는 전제로 판결이 내려졌지만, 당시 신문 기사 등을 보면 이를 자세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국가가 담배회사를 운영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도 했다. 정 이사장은 "담배 회사는 유해성·중독성을 알았지만 숨기고 있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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