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표도 창구도 없다"…농협 첫 AI 무인점포 NH디지털스테이션 [MTN 금융+]
모바일 뱅킹 시대…점포 효율화·고객 접근성 확보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본인 확인을 위해 저에게 한 발짝 더 다가와주세요."
지난 2일 방문한 NH농협은행 디지털스테이션 위례점에선 무인기기 화면 속 AI 행원이 첫 인사를 건넸다. NH디지털스테이션은 지난달 30일 문을 연 NH농협은행의 첫 무인점포로, 인공지능 스마트텔러머신(AI STM)을 도입해 기존 은행 업무를 은행원 대신 AI 기기가 처리한다는 게 특징이다.
점포 내부에는 일반 은행과 달리 번호표 기기도, 창구도 없었다. 중앙에는 간단한 대기 공간만 마련돼 있었고 좌우에 스마트텔러머신(STM)이 한 대씩 배치돼 있었다. 은행 업무를 화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쌍방형 금융기기인 STM은 입출금, 이체, 체크카드 발급 등 총 17종의 업무를 지원한다.
STM을 사용하기 위해 직접 바이오 등록을 시도했다. 화면 안내에 따라 신분증을 투입구에 넣고 카메라 정면에 얼굴을 맞추니 기기 속 AI가 "얼굴 등록을 마무리하기 위해 제 오른쪽 카메라를 잠시동안 바라봐주세요"라고 말했다.
이후 최종 등록 단계에서는 화상 연결을 통해 담당 은행원이 추가 본인 확인을 진행했다. 본인 확인이 완료되자 "바이오 인증이 완료됐습니다"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등록 과정은 2분 남짓으로 한 번 등록을 마치면 앞으로 STM으로 업무를 볼 때 별도의 과정 없이 카메라를 통해 바로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
곧바로 카드 발급을 시도했다.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릴 필요 없이 화면 안내에 따라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조였다. 카드가 발급되는 데까지는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창구 방문 시 대기 인원이 많을 경우 20~30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NH디지털스테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러한 '속도'다. 특히 바이오 인증으로 별도의 신분증 확인 과정이 생략돼 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인근 농협은행 위례지점의 업무를 분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NH디지털스테이션은 위례점과 도보로 약 12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위례점의 창구 대기 인원이 몰릴 경우 NH디지털스테이션에서 긴 대기 없이 업무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NH디지털스테이션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바이오등록을 하면 다음에 방문했을 때 더 신속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며 "기존 위례지점에서 오래 걸리던 일도 디지털스테이션을 방문하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NH농협은행이 미래형 무인점포를 선보인 배경에는 은행권 전반의 영업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자 창구를 방문하는 대신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서비스 업무처리 비중 중 인터넷뱅킹이 차지한 비율은 84.6%로 2020년 68.1%에서 16.5%포인트(p)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NH농협은행의 모바일 앱 'NH올원뱅크' 가입자 수 또한 2023년 대비 271만명 증가한 1299만명을 기록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이 찾지 않는 영업점을 돈을 들여 유지할 이유가 없다. 점포 한 곳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 등 고정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더욱 일상화되며 은행 점포 폐쇄 속도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5523개로 최근 5년간 904개 감소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점포 공백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접근성 문제를 거듭 강조하며 영업점 폐쇄에 제동을 걸고 있어 무작정 점포를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 고객 접점을 유지하면서도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복합 점포, 특화 점포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4년 금융권 최초로 자체 개발한 무인형 AI은행원을 도입했으며 현재 81곳의 '디지털라운지'를 운영중이다. 국민은행 역시 2018년 여의도 본점에 무인 STM을 설치했고 2곳의 '디지털뱅크'를 신설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디지털 익스프레스'를 19개로 확대했다.
정문필 수습기자, 이호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