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은 승승장구, 일산은 지지부진…사업성이 가른 재건축 양극화
선도지구도 예외 없다…재건축은 결국 수익성 싸움?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1기 신도시(경기도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재건축 선도지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지역별로 사업성 판단이 엇갈리면서 극명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분당과 평촌·산본신도시 일부 구역은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치고 시공사 선정과 이주를 계획하는 반면, 일산과 중동신도시는 여전히 정비계획 수립 단계를 넘어서지 못해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된 15개 구역 중 현재까지 8개 구역만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완료하는 등 지역별로 속도차가 벌어지고 있다. 특별정비구역 지정은 재건축 선도지구 사업의 첫 단추로, 정부는 지난 2024년 11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를 지정하며 2025년 말까지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일정에 따라 2027년 착공, 2030년 이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8곳에 불과하다.
현재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다. 분당 선도지구로 선정된 시범우성·샛별·양지·목련마을 4곳은 지난달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업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분당 선도지구 중 마지막으로 특별정비구역 지정이 완료된 양지마을에서 선도지구 첫 재건축 사무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양지마을은 선도지구 중 가장 계획 세대 수(6839가구)가 많고, 예상 사업비도 17조원에 달해 선도지구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다. 개소식에도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총출동하면서 수주 열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분당의 뒤를 잇는 지역은 경기도 안양 평촌신도시와 군포 산본신도시다. 평촌신도시는 지난해 12월30일 선도지구 3개 구역 중 꿈마을귀인·꿈마을민백 2개 구역이 특별정비계획 지정을 완료했다. 남은 샘마을임광도 안양시에 정비계획 초안을 제출한 상태다. 산본신도시는 재건축 추진 초기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손을 잡으면서 사업 속도를 끌어올렸다. 자이백합·한양백두 2개 구역은 지난해 12월24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중 가장 먼저 특별정비계획 승인을 받았으며, 연내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면 고양 일산과 부천 중동신도시는 아직 재건축의 첫 관문조차 넘지 못했다. 고양 일산신도시의 경우 사업 추진력이 강한 편으로 평가받았던 강촌마을, 후곡마을은 물론 백송마을까지도 특별정비계획이 승인된 곳이 없다. 다세대주택 비중이 높은 정발마을에서는 재건축 추진을 위한 조직조차 불안정한 상태다. 중동 역시 선도지구로 선정된 2개 구역(삼익·대우동부) 모두 올해 상반기 중에야 특별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적률 300%의 벽…재건축 희비 갈랐다
동일한 출발선에서도 지역별로 재건축 속도가 갈린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다. 통상 재건축의 사업성은 기준용적률이 얼마나 산정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기준용적률이 높을수록 조합원 외 일반분양 물량을 늘릴 수 있어 분양 수익과 사업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사업 진척이 빠른 평촌(330%)과 분당(326%)은 모두 기준용적률이 300%를 웃돌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일산은 기존(현황) 용적률이 172%로 출발선이 낮은 편이라 재건축 후 용적률이 300%까지 상향되더라도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일산 선도지구에서는 기준용적률 추가 상향을 요구하고 있지만, 고양시는 300% 적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격차는 집값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분당 선도지구인 시범우성·시범현대 전용 84㎡는 선도지구 지정 당시인 2024년 11월 평균 14억98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들어 19억원 후반~21억원까지 오르며 집값이 약 5억원가량 상승했다. 반면 일산 선도지구인 강촌마을5단지·후곡마을4단지 전용 84㎡는 2024년 11월 평균 6억원에서 1월 5억2000만원 수준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다만 현재의 속도 차이가 향후 이주·착공·입주까지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토부가 당초 계획한 로드맵은 이미 상당 부분 지연이 현실화된 데다, 원주민 이주로 인한 전셋값 상승, 공사비 부담, 금융 리스크 등 난관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당은 이주단지 확보가 쉽지 않아 재건축시 1만 가구 이상이 인근 지역을 떠돌아야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경우 철거와 착공 일정이 미뤄져 타 신도시 대비 사업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절차 단축, 저리 대출 지원 등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정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사업 속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오는 7월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 재건축 특별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통합해 추진할 수 있어 인·허가 절차가 크게 단축된다. 정비사업을 위해 6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미래도시펀드도 사업비 및 공사비 조달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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