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회피성 ‘11개월 28일’ 쪼개기 계약, 익산시 기간제 92%가 겪었다

전북 익산시가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하면서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고 1년에서 단 며칠이 모자란 이른바 ‘쪼개기 계약’을 수년째 반복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공기관이 관행적으로 비정상적인 고용 형태를 유지하며 노동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익산시의회에 따르면 손진영 의원(진보당)은 최근 열린 제275회 익산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익산시의 기간제 고용 실태를 문제 삼았다. 손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익산시에서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 3301명 가운데 91.6%에 해당하는 3025명이 계약 기간 1년 미만으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퇴직급여법은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익산시는 계약 종료일을 1년 만료 2~3일 전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퇴직금 지급 의무를 피해 왔다는 것이다. 사실상 기간제 노동자 10명 중 9명이 퇴직금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던 셈이다.
손 의원은 “복지 상담이나 도서관 관리처럼 연중 상시로 이뤄지는 업무임에도 1년 미만 계약을 반복하는 것은 퇴직금 회피 목적이 분명하다”며 “공공기관이 스스로 고용 불안정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산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익산시의 고용 관행을 비판했다. 단체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부문의 ‘11개월 쪼개기 계약’을 두고 “정부가 해서는 안 될 부도덕한 행위”라고 지적한 점을 언급하며 “좋은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 익산시가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체는 쪼개기 계약의 즉각 중단과 상시 업무 종사자의 공무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고용노동부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퇴직금 회피성 쪼개기 계약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다만 현행법상 1년 미만 계약 자체가 곧바로 위법으로 판단되기 어려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이 실제 관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산시 관계자는 “예산 상황과 사업별 업무 특성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이를 참고해 고용 체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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