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 ‘니파’…‘스위스 치즈 모델’로 국내 유입 막아야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6. 2. 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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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서벵골서 확진 발생·WHO 예의주시…“여행 전후 검역·신고 체계 겹겹이 구축해야”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전 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19보다 치명률이 훨씬 높은 니파 바이러스가 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보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대 명절 춘제를 앞두고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시작되면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이 감염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각국의 방역 대응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2021년 케랄라주에서 방역 요원들이 니파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인도 서벵골주에서 니파 바이러스 감염자가 최소 5명 확인됐다. 인도 보건당국은 추가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약 200명에 이르는 접촉자를 긴급 격리·관찰하고 있다.

니파 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의 돼지 농장에서 처음 보고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이후 방글라데시와 필리핀 등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해 왔다. 인도에서도 케랄라주와 서벵골주를 중심으로 산발적인 유행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케랄라주 내 두 지역에서 4명이 감염돼 2명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의 주요 감염 경로는 동물과의 접촉 및 오염 식품 섭취다. 감염된 과일박쥐(자연숙주)나 돼지 등 가축과 접촉하거나, 박쥐 분비물에 오염된 대추야자 수액 등 식품을 섭취할 경우 감염될 수 있다. 또 환자의 체액이나 분비물과 밀접하게 접촉하면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초기에는 발열, 두통, 근육통 증상이 나타나며, 이후 현기증, 졸림, 의식 저하 같은 신경계 증상으로 진행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명률은 유행 상황과 의료 접근성에 따라 40~75% 범위로 보고된다. 이는 1% 미만으로 추정됐던 코로나19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까지 인도 외 국가에서 추가 확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WHO 보건 비상사태 프로그램 책임자는 "인도와 다른 국가의 발생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기적인 위험 평가를 통해 필요시 각국 보건당국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전파력을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는 현재 0.48 수준으로, 평균적으로 감염자 1명이 1명 미만에게 전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파력이 낮다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니파 바이러스는 아직 승인된 백신이나 특이 치료제가 없고, 잠복기가 최대 45일에 이를 수 있어 단순한 발열 검사만으로는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 내 은밀한 전파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십억 명이 이동하는 중국의 설 연휴(춘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시작되면서, 감염병의 해외 유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주요 관광국들은 인도발 항공편 승객을 대상으로 체온 감시와 건강 상태 확인을 강화하는 등 공항 검역 수준을 최고 단계로 높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이 현재까지 국내에 유입된 사례는 없다. 이번에도 당장 국내 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해외 발생 이후 국내로 유입됐던 사례에서 보듯, 해외 감염병의 국내 유입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른바 '스위스 치즈 모델'처럼 출국 전 예방수칙 안내, 여행 중 노출 최소화, 입국 후 검역과 조기 신고 체계를 여러 단계로 겹겹이 적용해 감염 고리를 차단하는 전략이 국내 유입 가능성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9월 선제적으로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고, 해외 유입에 대비한 감시와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질병관리청은 해외여행 시 과일은 반드시 껍질을 벗겨 섭취하고, 감염의 주요 경로로 지목되는 생야자수 수액은 섭취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입국 과정에서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Q-CODE 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 건강 상태를 검역관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 청장은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감염병으로 지정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현재 인도 외 국가에서는 추가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치명률이 높은 만큼 감염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해당 국가 방문 시 불필요한 의료기관 방문은 자제하고, 오염 가능성이 있는 음식이나 음료 섭취, 동물과의 접촉은 피해야 한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더욱 철저히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이 제공한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수칙

-과일박쥐, 아픈 돼지 등 야생동물·가축과의 접촉을 피한다.

-생대추야자 수액 등 오염 가능성이 있는 음료와 바닥에 떨어진 과일은 섭취하지 않는다.

-환자의 혈액·침·체액 등 분비물과의 직접 접촉을 피한다.

-비누와 흐르는 물로 30초 이상 손 씻기를 생활화한다.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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