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노동자 쉼터, ‘거점’에서 ‘길목’으로

서울앤 2026. 2. 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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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4><font color=#006699>초점& </font>10주년 맞는 서울시 이동노동자 지원 정책</font>

[서울&]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 사무실 건물이 밀집한 북창쉼터에서 퀵서비스 기사들이 다음 배달 콜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 민생노동국 제공

돈보다 휴식이 절실한 야간노동이동노동자 위한 도심 속 오아시스이용자 동선 고려 간이 쉼터로 진화현재 30곳, “중장기적으로 확충” 밤거리를 떠도는 퀵 배송이나 대리운전 기사들의 모습은 이제 도시의 익숙한 풍경이다. 호출을 기다리며 어두운 골목을 서성이거나 편의점 창가 임시 테이블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의 모습은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의 고단한 삶을 상징하는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니 이 장면들은 과장된 설정도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차갑다. 매서운 칼바람이나 눈보라가 몰아치는 서울의 겨울은 이동노동자들에게 거대한 얼음 방과 다름없다. 대리운전 기사와 배달 노동자들은 호출과 호출 사이 남는 시간을 거리에서 견뎌야 한다. 카페나 편의점은 주문 없이는 머물 수 없는 유료 공간이다. 상가 대부분이 문을 닫는 야간에는 선택지가 더욱 줄어든다. 이러한 이동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는 최근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열린 ‘야간노동 규제방안 촉구’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수당 중심의 보상이 오히려 야간노동을 고착화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야간노동의 위험요인으로 ‘불충분한 휴식’을 꼽으며, 보상 체계를 ‘돈’이 아니라 ‘시간’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밤에 일하는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추가 임금이 아니라 인간답게 숨을 돌리며 쉴 수 있는 조건이라는 주장이다. 서울 곳곳에 설치된 이동노동자쉼터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쉼터는 배달라이더와 대리운전 기사는 물론 가사관리사, 방문 검침원, 보험모집인, 학습지 교사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이동하며 일하는 이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다. 고정된 사업장이 없는 노동자들이 잠시 앉아 쉬고, 몸을 녹이고, 물을 마시며 다음 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혹한기와 혹서기에는 냉난방기를 상시 가동해 이동노동자가 보다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내부에는 의자와 테이블, 냉온정수기와 휴대전화 충전 콘센트 등 기본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최근에는 실제 이용자들의 현장 요구를 반영해 2025년 12월 예산 추가 확보를 통해 핫팩 2만여 개를 지급하기도 했다. 올해로 도입 10주년을 맞은 이동노동자 쉼터 정책은 이제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다변화’의 단계로 진입했다. 지하철 역사 인근이나 도로변에 설치한 소규모 쉼터, 간이 쉼터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 서초쉼터를 시작으로 초기 문을 연 북창쉼터, 합정쉼터, 상암쉼터는 건물 내에 자리한 거점형 쉼터다. 따뜻하고 쾌적한 공간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지하철 역사 내에 문을 연 사당역쉼터와 종각역쉼터는 이동 경로 가깝게 접근성을 높여 짧게라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 문을 연 가산쉼터와 구로쉼터는 간이쉼터로, 각각 금천구 수출의 다리 밑과 구로구 대림역 2번 출구 앞에 조성됐다. 도로변에 컨테이너형(부스형)으로 설치해 이동노동자의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운영 방식 또한 현장 요구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날씨에 상관없이 주말에도 닫지 않고 연중 휴일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다.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면 새벽 6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보안시스템도 정교해졌다. 출입문 옆 부착된 안내문에 따라 휴대전화에 앱 설치 후 정보무늬(QR코드)를 발급받아 출입 단말기에 인식하면 된다. 본인 확인 절차를 도입해 방범에도 신경 쓴 시스템이다. 서울시 노동정책과 이수영 주무관은 “접근성이 높은 쉼터를 확보하는 데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며 “올해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간이쉼터도 신규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중장기 과제로 보고 자치구와 협의를 거쳐 확충할 계획이다. 이 주무관은 “이동노동자쉼터는 이동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공간”이라며 “적합한 신규 부지 선정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각 자치구와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도를 높이고자 서울시가 꾸준히 안내·홍보해 인식을 제고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는 이동노동자에게 개방한 강북노동자복지관, 서울노동자복지관 로비 쉼터를 포함해 전체 10곳에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 중이다. 자치구에서도 20곳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 시내 총 30곳에 달하는 이동노동자 쉼터 위치와 운영시간 등 자세한 정보는 서울노동포털(www.seoullabor.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소라 객원기자 mylovelypizza@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금요 섹션 서울앤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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