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는 임금, OPI는 임금 X… 경영성과급 대법 판결의 교훈

백승현 2026. 2. 5. 12: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경 CHO Insight
이광선 변호사의 '노동 프리즘'

2024년 12월,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대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기업 현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이어 지난 1월 29일, 대법원은 사기업 경영성과급에 관한 세 건의 판결을 선고하며 또 한 번의 파장을 예고했다. 이번 판결들은 사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한 기존 판례(대법원 2005다54029 등)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이번 3대 판결의 핵심 논리를 분석하고, 기업이 준비해야 할 대응 방안을 제언한다.

#임금성 판단의 핵심
대법원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의 요건으로 ① 근로의 대가성, ② 지급의 계속성·정기성, ③ 사용자의 지급의무(단체협약·취업규칙 등)를 든다(대법원 2011다23149 판결 등). 이번 판결들도 이 원칙 위에서 갈렸다.

3대 판결의 요지와 엇갈린 운명

대법원 2021다248299판결(A사 판결)
대법원은 목표인센티브(TAI)의 경우, 사전에 확정된 산식에 따라 지급되며 근로의 양과 질에 비례해 차등 배분되는 내부 평가 척도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임금’으로 보았다. 반면, 성과인센티브(OPI)는 재원인 EVA(경제적 부가가치)가 근로 제공 외에 시장 상황이나 경영 판단 등 외부 요인에 좌우되므로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22다255454 판결(B사 판결)
대법원은 취업규칙에 특별성과급 지급여부와 지급기준에 대한 회사의 재량권이 유보되어 있고, 당기순이익 발생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지급의 절대적 선행 조건이므로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보아 특별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했다.

대법원 2021다270517 판결(C사 판결)
원심판결은 경영성과급의 지급근거가 명시되지 않고 매년 경영실적에 따라 지급여부 및 구체적 지급조건이 결정되므로 확정된 것이 아니고, 구체적 지급범위나 지급기준 및 지급률 등이 매출액, 영업이익 등을 기준으로 해서 개별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어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으며,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총 4번 지급되지 않아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지도 않아 임금이 아니라고 보았다(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

#대법원 판결의 논리적 모순과 아쉬움

B사, C사 판결과 달리 A사 판결은 현장에 적지 않은 혼란을 남겼다. 대법원은 성과인센티브의 임금성을 부정하며 그 재원이 근로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시장 상황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임금으로 인정된 목표인센티브 역시 매출액, 세전이익률 등 외부 환경(환율, 글로벌 경제, 반도체 경기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재무 성과가 지급률의 70%를 차지한다. 최근 반도체 매출 급증이 근로자의 노력보다는 AI 상용화 덕분이고, 전기차 캐즘(Chasm)으로 인한 부진이 근로의 질과 무관한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목표인센티브의 변동 폭(0~200%)이 OPI에 비해 작다는 이유로 고정적 금원으로 본 점이나, 수만 명에 달하는 사업부 집단 평가를 개별 근로 제공의 대가로 인정한 점은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판례는 어떤 금품의 지급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근로의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6다4878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이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 정립이 필요했던 대목이다.

#자가 진단: 우리 회사 성과급은 임금일까?

이번 판결을 종합할 때, 기업들은 다음 기준을 통해 임금성 리스크를 점검해 볼 수 있다.

#기업의 대응: 임금이 아닌 성과 공유임을 입증하라

이번 판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업들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첫째, ‘재량권’ 명문화. 경영성과급의 지급 여부와 지급률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영 성과 및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규정에 명시해야 한다. 만약 규정화되어 있다면, 경영성과급이 임금이 아닌 성과 배분이고, 지급 여부와 지급률이 경영성과 및 사용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개인’이 아닌 ‘회사’ 성과와 연동. 개별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는 당기순이익, 영업이익 등 전사적 재무 지표를 지급의 필수 선결 조건으로 설정하여 근로 대가성을 차단해야 한다.

셋째, 지급 절차의 ‘가변성’ 확보. 흑자 상황에서도 경영 환경 악화나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지급하지 않거나 축소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이것이 고정적 임금이 아님을 실증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성과급 설계의 시작점이다. 이제 기업은 성과급이 ‘열심히 일한 대가(임금)’가 아니라, ‘사업이 성공한 결과의 공유(배당)’임을 제도와 운영 실태로 명확히 입증해야 할 때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