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이끄는 반도체 기업들이 코스피 투자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기업 직원들이 받게 될 역대급 성과급의 규모가 눈길을 끈 바 있다. 물론 처음에 호사가들이 예측하던 것과 같이 인당 수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까지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여느 대기업 직원들의 연봉보다도 많은 성과급의 규모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역대급 성과급 지급과 함께 ‘과연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임금인가, 아니면 경영 이익의 시혜적 배분인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고, 때맞춰 대법원은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사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에 대한 몇 가지 판결을 내놓으며 기준을 제시하였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①근로의 대가성과 ②사용자의 지급의무라는 두 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이와 관련해 과거 대법원은 경영성과급은 "경영실적이나 무쟁의 달성 여부 등에 따라 그 지급 여부나 금액이 달라지는 경영성과의 일부 분배로 볼 수 있을 뿐, 근로의 대상으로서의 임금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임금성을 부정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이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 사건에서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 이후, 사기업의 경영성과급에 대해서도 임금성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다수 등장하여 왔고,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돼 왔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1월 29일 선고된 3개의 사건에서 경영성과급이라고 하여 그 임금성을 모두 동일하게 판단하지 않고, 각 개별 구체적인 성과급 지급의 원천이 무엇이며 근로자가 성과를 통제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달리 판단하였다.
첫째로 S전자 사례에서 대법원은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라는 상이한 두 성과급을 두고 각 성과급이 기초로 하는 지표의 성격에 따라 그 임금성을 달리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1) 상여기초금액에 연동하여 각 사업부문과 사업부의 성과 등급에 따른 조직별 지급률을 곱하여 지급하는 목표 인센티브에 대하여는 그 지급 기준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고, 매출이나 전략과제 이행 등 근로자가 통제 가능한 성과 지표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집중하여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2) 각 사업부 별로 발생시킨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일부를 재원으로 하여 기초금액에 개인별 지급률을 곱하여 지급하는 성과 인센티브는 지급 재원인 EVA가 근로자들의 근로제공보다는 시장 상황이나 경영진의 판단 등 근로자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크고, EVA의 발생 가체가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선행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그 본질이 경영 성과의 사후적 분배에 해당하여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둘째로 S보험 사례에서 대법원은 성과급의 지급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과 이익 배분의 성질을 강조하였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취업규칙에 사용자의 지급 재량권이 명시되어 있고 별도의 지급기준은 두고 있지 않은 점, 약 15년간 성과급을 장기간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만으로 성과급의 지급 관행이 명확한 관행으로 확립되지는 않은 점, 이 사건 성과급은 근로자 개개인의 노력보다 외부 요인에 따른 결과물인 '당기순이익 실현'이라는 특수한 경영 성과에 종속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가 아닌 이익 공유 차원의 금품으로서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마지막으로 L사 사례에서 대법원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경영성과급의 지급 근거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점, 경영성과급의 지급 근거가 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시장 상황, 경영자의 판단 등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점, 실제로 실적에 따라 일부 해에는 성과급이 전혀 지급되지 않았던 점, 성과급은 본래 주주의 몫인 이익을 경영상 목적을 위해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한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세 가지 판결은 결국 사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규정 등을 통하여 지급 의무나 지급기준이 확정되어 있는지, 성과급의 산정 근거가 되는 지표가 근로자의 노력으로 관리 가능한 영역인지 아니면 외부 요인이 더 큰 영역인지, 실적과 무관하게 관행적으로 지급되어 온 사정이 있는지 등의 잣대에 비추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법원 판결들이 보여준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앞으로 기업들은 성과급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함에 있어서 (1) 성과급의 지급 여부와 지급액의 결정 등이 전적으로 회사와 경영진의 재량에 있음을 명시하고, (2) 성과급의 재원을 영업이익의 일부로 정하는 등 그 지급에 있어 경영에 따른 이익의 발생을 선행 조건으로 명시하며, (3) 당기순이익, 영업이익률 등 근로의 제공과 직접 연동되지 않은 거시적 실적과 성과급을 연동하여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로서의 성격을 강화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미 경영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현재 운영하는 경영성과급 제도에 불측의 분쟁이 발생할 소지는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사전에 개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온 국민들의 부러움을 샀던 그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도 이제 곧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이다. 부디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에 대한 섣부른 판단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