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진 신임 한국경제학회장 “경제정책, 이념 벗어나 시스템으로”
환율에 뒤흔들린 경제, 결국 시스템 취약 때문
경제성장률 1%, 70년 동안 단 5번 밖에 없어
이념적 대립 없이 본질로 경제 보는 정책 필요
장기적 경제 성장 위해선 공급과 혁신이 핵심
![강성진 신임 한국경제학회장이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5/mk/20260205113320359wpna.jpg)
5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총회에서 신임 회장에 공식 취임하는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한국 경제의 상황은 시스템 불안정이 가장 큰 위기 요소라고 진단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 후반을 기록하는 선진국인 한국이 제도나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이라는 지적과 함께다.
단순히 사회를 유지하는 틀이 구태라는 얘기가 아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정치·경제 정책이 이념에 따라 극단적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최근 고려대 정경대학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강 회장은 예상 밖이 아닌 상식 안의 정책이 탄탄한 경제를 부른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요소가 뭔가.
▷경제 규모는 선진국에 도달했지만, 제도와 시스템은 아직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사법제도와 경제정책 등에서 굉장히 이념적인 예상 밖의 것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이다. 상식적으로 조절하면 되는데, 서울과 그 근처 경기도권을 토지거래허가제로 칠해버렸다. 합리적으로 예상이 되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걸 뒷받침할 제도가 정착이 안 된 상태다. 단기적으로 보면 그게 가장 큰 위기다.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성장률 둔화도 문제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였다. 1956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봤더니, 1% 이하 성장은 단 5번뿐이었다. 1956년 미국 원조의 감소, 1980년 2차 석유파동,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이다. 올해 잠재성장률에 근접한다고 하나, 문제는 많다. 가계부채, 저출산 고령화, 국민연금 고갈 등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지금까지 시스템으로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안 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성장률 높이려면 내생적 요인 강화가 중요
▷부동산 정책은 왔다 갔다 하는 모양새인데, 5000피는 6개월만에 뛰어가다시피 올랐다. 여기선 시장 만에 의해서 움직인 게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증시가 오른 것은 좋다. 문제는 경제성장은 신통치 않은 데 오른 것이다. 실물경제에 의한 상승이 아닌 끌어올리는 힘에 의한 상승이라 걱정이라는 의미다. 이제 5000피가 되니 국민들은 (코스피가) 다 올랐나 생각할 수도 있다. 기반이 없는 상황은 기대가 탄탄치 못하다는 얘기다. 물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워낙 잘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5000피를 얘기하고, 외환문제는 한두 달 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는 외생적 요인에 경제가 움직이는 건 우려스럽다. 선진국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연이어 내놓는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보나.
▷부동산 역시 시장의 몫이다. 여러 정책 이후 최근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꺼내 들었는데. 서울 등에 여러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1가구만 남기고 팔라고 하면 서울에 있는 것을 왜 팔겠나? 이런 게 비상식적이다. 두 채 중 한 채를 팔아야 하면 세금도 적으니 싼 걸 먼저 팔게 된다. 시장에 있는 주체들은 상식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인데, 결국 ‘똘똘한 한 채’는 더욱 견고해진다. 상식적인 주체들 사이에 비상식적이게 움직이라고 하는 모양새니 부딪히는 현상이 나온다. 그러니 부동산이 제일 걱정이다. 주가는 오르고 내리는 일이 왕왕 있다고 해도 부동산은 올라도 문제, 내려도 문제다. 시스템적 운용이 중요한데 그걸 간과하고 있다. 6·27 대책을 내놓기 전에 부동산이 오른 데는 서울 강남밖에 없다. 그 한 곳이 오른다고 전국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게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라고 판단을 했어야 할까? 의문이다.
![강성진 신임 한국경제학회장이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5/mk/20260205113321685cnch.jpg)
부동산정책 역시 ‘똘똘한 한 채’ 강화할 것
▷이념이 들어가선 안 된다. ‘부자는 나쁜 놈, 강남 살면 나쁜 놈’ 이런 이념적 대립 구조가 불필요하다. 시장과 정부가 대립하는 것으로 보는 구도도 위험하다. 선입견을 걷어내고 경제 사안을 본질로만 보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경로의존성에 따라 어떤 정책을 너무 꼬아서 보는 시각은 한국의 위기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이외 더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대내적으로는 친노동정책, 대외적으로는 한미 관세협상이라고 본다. 친노동정책은 노란봉투법이 되겠다. 한미 관세협상은 우리 상황에서는 나름 잘했다고 본다. 이후엔 반도체 협상을 잘해야 한다.
-장기적인 경제성장률의 제고 방안도 숙제인데.
▷이제 전통적인 재정·금융정책의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공급과 혁신이 대세다. 공급은 연속성을 혁신은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다. 혁신 안에는 인적자원, 연구개발(R&D) 등 많은 요소가 들어가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벽이겠으나, 현재 이민 제도 완화 등의 개방으로 충분한 여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공급과 혁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그것이 높은 생산성으로 이전되는 과정이다. 우리가 부족한 부분인데, 보완을 위해선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제도라는 건 결국 사람들이 좋은 성과를 얻으면 그만큼 보상해주고, 인력들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공급 분야 안정화가 혁신의 생산성 제고의 기반이라는 얘기다.
에너지는 결국 신재생과 원전의 믹스로 갈 것
▷경제성장을 계속 해야 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동시에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을 제로로 해야 한다. 어느 한 쪽으로 달려야 하는 길이 아니다. 한국은 현재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10%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가까운 미래에 100%를 채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안은 원자력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를 어떻게 조합을 시킬까를 고민해야 한다. 대형 원전은 새롭게 만드는 것이 지역적 문제도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소형 모듈 원전(SMR)이 거론되는 것이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로 SMR과 신재생 에너지 믹스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게 현실적이다. 그러기 위해 상용화 경쟁에서 우위를 가지는 전략도 미리 생각해야한다.
-미·중 패권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무역갈등이 심화하는데, 한국은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
▷과거 우리는 포지션 고민 없이 미국의 우산 아래 있었다. 우리가 개발도상국이라 수혜를 입어도 미국 등이 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있고, 미국이 혜택을 받으려면 뭘 좀 가져와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하는 대상이 됐다. 그간의 입장에만 매달리지 않고, 내 입장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전략을 짜야하는 입장이 됐다. 학생들만 봐도 그렇다. 나는 학생들에게 선진국에서 태어난 인재들이라고 한다. 30년 전 외환위기 때 얘기하면 무슨 말인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체질상 선진국 구성원으로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다. 국가정책도 이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
사안에 따라 가치를 따지고 유연하게 국익을 주장해야 한다. 친미·친중 같은 이분법적 개념은 필요 없다고 본다. 잠깐 손해를 보더라도 선택할 때는 선택해야 한다. 중요한 갈림길에선 많은 고민으로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이 이제는 있다고 본다. 주어진 동맹이 아닌 가치 동맹 쪽으로 가야 한다.
고급인력 해외유출에 대한 대책도 고민해볼 것
강 회장은 “종신회원 즉, 투표권이 있는 회원들을 보면 대부분 연세가 많아진다”며 “젊은 학자들이 가입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학회에 가입했을 때 이점이 학술대회와 저널이 있는데, 이쪽을 강화해 젊은 학자들이 가입하면 혜택도 있고, 참여 포럼도 많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국제학술대회는 한미경제학회가 있고, 일본과도 정례적으로 하는데 대상 국가를 넓히려고 한다”며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도 사회과학 분야에서 같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많다. 이런 쪽을 포괄해 우리가 중심이 된 명실상부한 국제학술대회를 열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탈이념을 강조하는 만큼 독자성을 키우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는 “어느 특정기업이나 기관과 함께하는 것이 아닌 한국경제학회만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포럼을 한두 개 정도 계획하고 있다”며 “학계 회원들만의 생각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포럼을 통해 한국경제학회의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강성진 신임 한국경제학회장이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5/mk/20260205113322955ldfr.jpg)
국민연금 등의 재정문제도 이번 한국경제학회의 주요 어젠다다. 그는 “재정문제 특히 연금문제는 합의점을 찾기 어렵고, 장기적인 것이기도 하다”며 “정치적인 면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국책연구원 등과 별개로 한국경제학회만의 시각과 해법으로 탈이념 중립적인 해결책을 찾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젊은 학자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 경제’를 논하는 삼위일체가 바람이라는 생각도 내놨다. 강 회장은 “젊은 학자들이 해외에 많이 있고, 해외에서 업적을 내야 하다 보니 한국 관련 주제를 잘 못 다룬다”며 “한국의 현실에 대해 관심을 더 가지고, 더 논의하고, 더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한국’경제학회의 새 이정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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