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쓰레기 지역에서 처리?… 지역언론도 "수도권 환경 식민지인가" 반발

윤유경 기자 2026. 2. 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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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비수도권 지역언론 모두 한목소리 비판
경기도·인천 지역언론에서도 '원정 소각' 지적
2030년부터는 전국으로, 근본 대책 마련 시급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1월26일 서울 도봉구 재활용 선별장에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서울시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에 대응해 이달부터 시민 1명당 연간 종량제봉투 1개 분량의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폐기물 다이어트 천만 시민 실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서 수도권 쓰레기가 비수도권 지역 곳곳으로 몰리고 있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서 수도권 쓰레기가 비수도권 지역 곳곳으로 몰리고 있다. 수도권 전력을 위한 송전탑 건설 문제에선 수도권과 비수도권 언론이 서로 다른 논조를 보인 것과 달리, 수도권의 쓰레기 '원정 소각'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언론에서는 각 지역사회 내 강한 반발에 주목하며 수도권 중심 사고방식이 초래한 구조적인 환경 불평등을 비판했다.

'쓰레기 대란' 이유는

올해부터 시행된 수도권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치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땅에 직접 묻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2021년 수도권 매립지로 유입되는 폐기물을 줄이고, 매립 시 배출되는 메탄가스 등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추진됐다. 생활폐기물은 소각·재활용 처리 후 남은 잔재물 등만 매립할 수 있다.

이에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충청권, 강원권 등 인접합 비수도권 지역 민간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장거리 원정 소각'을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 지차체 66곳 중 11곳이 비수도권의 민간 소각장과 18건의 위탁계약을 맺었다. 가령 서울 강남구는 충북 청주, 대전 대덕, 충남 서산 등 3개 소각장과 9200톤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서울 금천구는 충남 공주와 서산의 폐기물 처리업체에 각각 6000톤을 보낸다. 서울의 쓰레기가 경기도·인천으로 반입되기도 한다. 경기 화성시의 경우, 서울 쓰레기를 받으면서도 자기 지역에서 배출된 쓰레기는 청주와 대전·천안으로 보낸다.

▲ 1월20일 한겨레 1면.

이러한 '쓰레기 대란'은 2021년 직매립 금지가 발표된 후 5년 동안 정부와 수도권 지자체에서 수도권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한 여파다. 추가 소각장 건립을 시도했으나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경우도 있다. 충남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수도권 66개 지자체 가운데 공공 소각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곳은 절반이 채 안 되고, 2021년 법 개정 후 수도권에 새로 만들어진 공공 소각시설은 한 곳도 없다. 결국 쓰레기가 타 지역으로 밀려들면서 지역사회 내에서 “지방은 수도권 쓰레기 식민지가 아니다”라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쓰레기 대거 유입, 충청권 중심 거센 비판

특히 수도권과 인접해 생활폐기물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충청권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나온다. 충남도에 따르면 천안·아산·당진·서산·공주 등 5개 시군의 11개 폐기물 처리업체가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고, 일평균 반입량은 약 190톤에 달한다. 충북도의 경우 3곳의 민간 소각장이 수도권과 폐기물 처리 계약을 했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 허가 없이 폐기물을 반입하거나 음식물이 섞인 쓰레기를 위탁 처리하는 등 위법 행위도 다수 적발되고 있다.

▲ 1월26일 충북일보 12면.

지역 내 환경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 등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관련 법안도 빠르게 발의되는 흐름이다.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시 청원구)은 생활폐기물을 다른 지자체로 반출하는 경우 민간업체가 처리·위탁·대행하는 경우에도 반입협력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폐기물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충북 청주시의회는 지난달 26일 국회와 정부를 향해 폐기물 장거리 이동을 억제하고 '발생지 처리 원칙'을 법률상 강행규범 수준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도·충남도·대전시·세종시 등 충청권 4개 지자체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유입을 엄격히 제안하기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지역언론 “수도권 환경 식민지인가” 기획 보도

지역언론에서도 각종 기획보도와 사설을 통해 수도권 쓰레기 반입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대전·충청 지역일간지 중도일보는 지난달 9일 <수도권 쓰레기 충청권 반입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서울시 등 수도권 지자체의 쓰레기 대란은 자업자득에 가깝다”며 “소비와 편의만 누리는 수도권이 이제 폐기물까지 비수도권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 1월9일 중도일보 사설.

강원도민일보는 '강원도는 수도권 환경식민지인가' 기획을 통해 원정 소각 실태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강원도민일보는 춘천·원주 등 도내 민간 폐기물 업체 3곳이 수도권 일부 지자체와 입찰 계약을 맺어 일부 생활폐기물을 반입하고 있다며 “소각이나 매립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업체와 지자체의 입장이지만 지역사회는 이번 반입을 수도권 폐기물 유입의 신호로 보고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과 인접한 강원도는 전기공급처, 홍수대비 용수관리처에서 이제는 수도권 쓰레기 처리장으로 전락해 환경 피해와 주민 갈등 등의 문제를 떠안고 있다. 강원도는 수도권의 환경식민지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제기됐다.

▲ 1월19일 강원도민일보 1면.

수도권 지역언론에서도 현 실태에 대해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환경운동연합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내 18개 시·군이 연간 23만 톤에 달하는 종량제 폐기물을 민간 위탁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충청도와 강원도 등 타 시·도에 위치하고 있다.

경인 지역일간지 중부일보는 지난달 29일자 사설에서 “경기도 내 상당수 지자체의 대응은 실망을 넘어 무책임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며 “'내 집 쓰레기는 내가 치운다'는 발생지 처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이자, 행정 편의를 위해 타 지역 주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부일보는 “경기도와 시·군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며 “이제라도 '쓰레기 폭탄 돌리기'를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 1월13일 인천일보 1면.

인천일보 역시 인천시가 경기 안산시와 충북 청주시 등 타지 소각장으로 쓰레기를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천일보는 지난달 13일 1면 기사 <인천 쓰레기 처리, 안산·청주로 떠넘기기>에서 “인천 10개 군·구 중 다른 지역 민간 소각업체와 생활폐기물 처리 계약을 맺었거나 계약을 추진 중인 지자체는 강화군과 계양구로 파악됐다”며 “지역 간 갈등을 막고 민간 소각장 의존 구조가 고착화되지 않기 위해 시가 자체 소각시설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030년부터는 전국으로, 대책 마련 시급

당장 2030년부터는 수도권을 넘어서 전국으로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에 비수도권 지역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부산시의 경우 2031년 하루 생활폐기물은 약 1766톤으로 추산되지만 소각 처리 용량은 1276톤에 그쳐 제도가 시행되면 하루 490톤의 쓰레기가 처치 곤란 상태다. 부산시는 강서구에 신규 소각장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9년째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여 있다.

부산일보는 지난 3일 사설을 내고 “갈등을 무조건 피할 게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결단이 요구된다”며 “주민 반대가 이어진다면 충분한 주민 보상과 지원은 물론이고, 최신 설비 도입, 투명한 환경 정보 공개를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일보는 “부산의 쓰레기는 지역 내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재활용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요구했다.

▲ 3일 부산일보 2면.

광주·전남 지역언론 남도일보는 광주에서 추진 중인 광주 생활폐기물 자원회수시설(소각장) 건립사업이 더는 지연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남도일보에 따르면, 광주 소각장 건립사업은 지난해 부지 확정 후 2030년 1월 본 가동 로드맵으로 계획됐지만, 후보지 내 위장전입 의혹 수사 여파로 입지선정 절차가 중단된 상황이다. 이 신문은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소각장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광주·전남 행정통합으로 인근 시·군이 광주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해줄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행정통합과 무관하게 각 기초자치제의 자체 처리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쓰레기를 타 지역 민간업체에 위탁해 처리하는 방식은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소각장 확충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중부일보는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공공 처리 원칙을 강화하고 소각장 건설에 따른 주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 보상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서둘러야 한다”며 “배출자 부담 원칙을 확립해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실효성 있는 감량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 1월29일 충청일보 사설.

근본적으로는 생활 쓰레기양을 줄이고, 재활용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목해야 한다. 충청일보는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소각시설과 재활용 시설을 확충하고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 쓰레기 감량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며 “비수도권 민간 소각시설에서 위탁 처리를 하더라도 반입 지역과 물량에 대한 엄격한 제한, 정보 공개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충청일보는 “발생지 처리 원칙을 법과 제도로 분명히 하고 예외적 위탁이 상시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정부는 수도권 쓰레기로 인한 갈등을 두고 볼 것이 아니라 서둘러 책임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충청신문도 같은 날 사설에서 “쓰레기 처리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협력과 조정이 필수적이지만 현재의 정책은 지역 간 갈등을 방치한 채 '규제 중심'으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정부가 소각·재활용 시설 확충 로드맵 수립, 지역별 처리 역량에 따른 균형적 배분 시스템 구축, 주민과의 소통 강화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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