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담배소송 라스트원’…대법원 상고

이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피해에 대한 담배 제조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진행한다는 입장으로, 학회들도 지지성명을 잇따라 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은 담배소송과 관련해 지난 4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상고는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판단, 담배 제조사의 제조물 및 불법행위 책임, 공적 보험자의 비용 부담 구조 등 주요 쟁점에 대해 항소심 판결의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고 최고법원의 바른 판단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단 측은 설명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1960~70년대 당시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졌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판단을 전개해 공단 항소를 기각했으나, 이는 해당 시기의 과학적 정보 접근성, 담배회사의 정보 은폐 및 축소 관행, 국가 차원의 규제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따라 상고심에서는 이러한 잘못된 전제하에 이뤄진 책임 판단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이 제기한 담배소송은 폐암(편평세포암·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 등 흡연과의 관련성이 높은 암종을 대상으로,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진료비 부담을 담배 제조사에게 묻는 소송이다. 이는 단순한 개별 분쟁을 넘어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공공적 의미를 지닌 사안이다.
공단은 담배회사가 단순한 기호품 판매자가 아닌, 유해물질을 제조·판매한 주체로서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상고심에서 명확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그간 수많은 연구를 통해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된 만큼,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 보다 분명하게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던 점 역시 핵심 쟁점이라고 짚었다.
공단은 이러한 점들이 단순한 설명 부족이 아니라, 제품이 유해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소비자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인식과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 법원으로서, 대법원의 판단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이번 상고는 승패를 넘어, 흡연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책임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묻는 과정"이라며, "대법원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파급력이 큰 이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담배소송 캠페인 150만명…2심 후에도 금연학회·호흡기학회 등 지지
건보공단은 이번 소송 과정에서는 법정 공방을 넘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담배소송지지 서명 캠페인에는 15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으며, 대한가정의학회를 비롯한 76개 국내 전문의학회·보건의료학회 및 의약학 단체, 그리고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세종시의회 등 86개 지방의회가 결의안 채택과 성명서 제출 등을 통해 지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특히 2심 패소 이후에도 의학단체들의 성명을 통해 법원 판결에 대한 유감과 담배 유해성에 대해 지적한 점도 눈에 띈다.
대한금연학회는 지난 28일 성명서를 내면서 "이번 판결은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에 관한 확립된 의과학적 증거를 외면하고, 공중보건 영역에서 발전해 온 질병 발생의 인과관계와 사회적 손해 개념을 부당하게 축소 해석했다"며 "이번 판결은 흡연의 의과학적 위험성뿐 아니라, 담배회사가 져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마저 외면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에서는 의과학과 공중보건 관점에서 이 사건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흡연과 폐암, 후두암의 인과관계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며, 다수 인구집단 건강 피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법치국가에서의 마땅한 요구"라고 덧붙였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도 오늘(5일) "법원은 개별 환자에게 흡연이 폐암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임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했으나, 법원이 요구한 수준의 '절대적 개별 인과성'은 의학적으로 성립 불가능하며, 사실상 어떤 공중보건 책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고 질타했다.
또한 "담배 유해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도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경고 문구 존재가 중독물질의 설계와 판매 책임을 지워주진 않으며, 담배회사는 오랜기간 제품과 마케팅을 정교하게 바꿔 중독성을 강화해 왔는데, 역사적 맥락을 외면하고 모든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정의와 거리가 멀다"며 "사법부가 과학이 도달한 지점을 끝내 따라오지 못한다면, 법은 더이상 사회적 책임을 묻는 도구가 될 수 없다"고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