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이터센터 혐오시설 낙인, 국가 경쟁력 갉아먹는 일”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데이터센터는 산업화 시대의 고속도로와 제철소, 정보화 시대의 광케이블처럼 AI 시대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사회간접자본입니다. 이를 혐오시설로 몰아세워 정치적으로 반대하거나 루머를 양산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5일 채갑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데이터센터 통합솔루션 자문위원은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높이면 AI 시대 글로벌 진출의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며 이같이 말했다.
채 위원은 국내 건설업계에서 보기 드문 데이터센터 실전 전문가다. 과기정통부가 선정한 8명의 데이터센터 통합솔루션 자문위원 중 한명으로 건설사 중에는 그가 유일하다. 자문위원은 IT업계 4명, 건설·건축업계 4명 등으로 구성됐다.
그는 포스코씨앤씨 중국법인 등을 거치며 일찌감치 데이터센터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독학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 현재는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설계·시공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지자체와 금융권이 앞다퉈 찾는 '데이터센터 일타 강사'가 됐다.
채 위원은 "대한민국은 안정적인 전력망과 광케이블 인프라를 갖춘 아시아 최고의 데이터센터 허브 적지"라며 "장비와 솔루션, 운영 모델이 결합된 'K-데이터센터 플랫폼'을 구축해 원전이나 방산처럼 전 세계에 수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Q. 데이터센터를 혐오시설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실제 전자파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전파연구원 같은 전문 기관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보면 실제로는 전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도심은 고압선이 모두 지중화돼 땅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공기로 전파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유해성이 입증된 바 없는 안전한 시설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사익이 얽히면서 데이터센터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Q. 대한민국이 데이터센터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에 지리적, 기술적 강점이 있나
우리나라는 지진 같은 자연재해 피해가 적고 무엇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깔린 전국적인 초고속 광케이블망이 엄청난 자산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포화 상태고 동남아는 전력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 우리나라는 정전이 거의 없는 안정적인 전력망을 갖췄다. 이런 인프라 덕분에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아시아의 최적지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뛰어난 변전·변압 기술력까지 더해지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Q. 단순한 건물 시공을 넘어 데이터센터 플랫폼 수출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데이터센터 건물을 짓는 것은 1차원적인 일이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장비, 구축 인프라, 운영 사업 모델을 묶으면 원자력 발전소처럼 통째로 수출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한전이나 KT 같은 기업들이 가진 운영 노하우와 제조 역량이 결합됐다. 만약 우리가 성공적인 토털 솔루션 모델을 구축한다면 동남아나 중동 시장에 이 플랫폼 전체를 팔 수 있게 된다. 이는 방산이나 원전 수출처럼 대체 불가능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다.
Q.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주력해야 할 특정 AI 분야는 무엇일까
모든 것을 다 하는 범용 AI(AGI)는 자본력이 앞선 미국이나 중국과 싸우기 힘들다. 대신 우리가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한 특정 산업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바이오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하게 단일화된 의료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어 6조건 이상의 양질의 디지털 의료 데이터가 쌓여 있다. 이를 활용해 신약 개발이나 예측 검진 솔루션을 만든다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Q. 전력 확보 문제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이 시급한데 수도권 쏠림 현상의 해결책은 정부도 지방 분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북이나 포항 등 지자체도 노력하고 있다. 수도권은 이미 전기 공급이 한계에 달했는데 굳이 비싼 땅값을 치르며 버틸 필요가 없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첨단 산업 시설로 지정된다면 지방으로의 이전은 충분히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인허가 협조가 유연하고 지원책도 풍부하다.
Q. 데이터센터 구축 시 국산 장비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참여 기회는 충분한가 현재는 외산 비중이 60~70% 이상으로 높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기들이 수십 년간 써온 유럽이나 미국산 장비를 고집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나 LS일렉트릭 같은 기업들은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다. 문제는 구축사례인데 이를 위해 정부가 '알파 커스터머(첫 고객)' 역할을 해줘야 한다. 국가 사업에 우리 장비를 우선 넣어 가동에 성공하면 그 실적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우리 인프라를 수출할 수 있다.
Q. 모듈러 데이터센터(컨테이너 방식)가 차세대 기술로 많이 거론되고 해외는 시공도 많다고 들었는데 장점이 무엇인가
AI 시장은 속도전이다. 일반적인 건물을 올리려면 3~4년이 걸리지만 공장에서 서버와 냉각 시설을 미리 조립해 오는 모듈러 방식은 6개월에서 1년이면 가동이 가능하다. 엔비디아 GPU를 확보해두고도 건물이 없어 못 돌리는 상황을 막으려면 모듈러 방식이 대안이다. 해외 투자자들도 빠른 실현 가능성을 이유로 모듈러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건설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 방식이 적극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Q. 포스코이앤씨는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어떤 차별화된 전략을 갖고 있나
공기업 문화가 있어 결정은 신중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책임지는 우직함이 강점이다. 데이터센터는 매출 발생까지 5~10년이 걸리는 장기 사업이기에 시공사의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 인프라란 자부심을 갖고 데이터센터 사업에 임하고 있다.
Q. 데이터센터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인류가 생산하는 모든 산업을 제어할 AI의 인프라다. 스마트폰 용량이 32기가에서 1테라로 늘어났듯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할 것이며 이를 감당할 데이터센터는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래에는 AI 에이전트끼리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올 텐데 그 모든 역동적인 변화의 심장이 바로 데이터센터다. 대한민국이 이 심장을 선점한다면 향후 수십 년간 글로벌 기술 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