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남자인데 여자행세” 비난한 복서…“유전자검사 받겠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6. 2. 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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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금메달리스트 칼리프 성별논란에
작년 세계복싱연맹 유전자검사 의무화
시합 포기했던 칼리프 올림픽출전 시사
“IOC가 실시하는 검사에는 응하겠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66kg급에서 금메달을 딴 이마네 칼리프. [로이터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성별 논란을 받아온 권투 선수 이마네 칼리프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유전자 검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성의 여자 스포츠 참여 금지’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도 이 선수를 비방한 바 있다. 지난 1월 공화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트럼프는 다시 한번 칼리프를 “남성 복서”라고 잘못 언급하며, 주 차원의 트랜스젠더 선수 참가 금지 규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해왔다.

4일(현지시간) 논란 속에도 침묵해온 칼리프가 CNN과 인터뷰를 통해 “저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다. 저는 여성이고 제 삶을 살고 싶을 뿐”이라면서 “제발 정치적 의도로 저를 이용하지 말아 달라”라고 호소했다.

26세의 챔피언은 알제리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신의 길을 개척해왔다. 그런데 지난 올림픽에서 일어난 논란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여성 선수 자격에 관한 새로운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임 IOC 위원장 커스티 코벤트리는 스포츠에서 “여성 부문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더 엄격한 자격 기준을 추진하고 있으며, 약 30년 전 폐지했던 유전자 검사를 더 좁은 생물학적 지표에 기반해 재도입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IOC는 과거 이 검사를 “끔찍한 일”이라고 규정했었다.

칼리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숨길 것이 없다”고 밝히며, “IOC가 실시하는 경우에만 유전자 검사 요건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IOC는 여성을 보호해야 하지만, 여성 보호 과정에서 다른 여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제 아마추어 복싱 기구가 18세 이상 모든 복서에게 의무적 유전자 검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칼리프가 공개적으로 검사를 받을지 여부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기구는 이 조치가 “모든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남녀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복싱연맹의 결정은 칼리프가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주장이 담긴 보고서가 온라인에 유포된 뒤 내려졌다. 칼리프는 CNN에 “해당 보고서가 부정확하고 수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결승전에서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가 중국의 양류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칼리프는 양류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AP연합뉴스]
세계복싱연맹은 지난 5월 새 규정을 발표하며 칼리프를 지목해, 소위 성별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어떤 세계복싱대회에서도 여성 부문 참가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논란 속에서 칼리프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권했다. 이후 그녀는 대회에 복귀하지 않았다.

칼리프는 극우 세력이 세계복싱연맹의 발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믿으며, 이는 차별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정치적 압력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녀는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독립 기관인 스포츠 중재 재판소에 사건을 제기했다.

트랜스젠더 권리에 대한 반대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격화되는 가운데, 칼리프처럼 트랜스젠더는 아니지만 여성성에 대한 좁은 정의를 도전하는 신체적 특징을 가진 운동선수들, 즉 성발달 차이(DSD)를 가진 선수들이 점점 더 엄격한 검증을 받고 있다.

DSD는 출생 전 발생하는 호르몬, 염색체, 생식 기관 등 성 특성 변이를 설명하는 의학 용어다. 의료 전문가들은 흔히 ‘인터섹스 상태’라 불리는 이러한 변이가 인간 생물학의 정상적 부분이며, 성별이 항상 남성 또는 여성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칼리프는 자신이 DSD 운동선수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가지고 있으며, 파리 올림픽 훨씬 전부터 의학적 감독 하에 이를 낮춰왔다고 밝혔다. 이는 그녀의 호르몬이 복싱에서의 성공을 결정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칼리프는 “저는 이렇게 태어났다. 물론 호르몬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의사의 권고에 따라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복싱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의존하지 않는다. 복싱은 지능, 경험, 그리고 훈련에 의존한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칼리프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녀는 운동선수이자 복서로서의 삶이 “내 인생의 권리”라고 강조한다.

알제리 수도에서 4시간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자란 칼리프는 어린 시절 훈련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철 더미를 팔며 경제적·사회적 장벽을 극복했다.

“올림픽에서 일어난 일은 저와 제 가족에게 심리적 외상을 남겼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여기 있습니다.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여전히 복싱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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