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쇼크'로 글로벌 리걸·SW 시장 '흔들'… 한국 영향은?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법률 브리핑과 답변서 작성 등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공개한 이후, 미국과 유럽의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기존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와 전문 서비스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2월 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소프트웨어 업종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되며,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지수가 1.43% 하락한 2만3255.18로 마감했다. 특히 법률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았다.

톰슨 로이터·RELX 등 주가 10% 이상 급락
앤트로픽은 최근 자사의 업무용 AI 플랫폼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를 확장하며, 법률·영업·데이터 분석 등 전문 직무를 자동화하는 플러그인 11종을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공개했다. 이 가운데 ‘리걸(Legal) 플러그인’은 계약서 검토와 NDA(비밀유지협약) 분류, 규정 준수 확인, 법률 브리핑과 답변서 작성 등을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단순한 대화형 AI를 넘어, 실제 업무 환경에서 문서를 읽고 수정하며 워크플로우를 수행하는 형태다. 앤트로픽은 “AI가 생성한 분석 결과는 법적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 이후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법률 정보 서비스 기업인 톰슨 로이터의 주가는 나스닥 장 마감을 앞두고 장중 20% 폭락했고, 렉시스넥시스의 모회사 RELX도 14%가량 떨어졌다. 마이크 아치볼드 AGF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에 “앤트로픽의 리걸 플러그인이 톰슨 로이터의 핵심 수익원이 있는 영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도 보고서를 통해 “앤트로픽이 법률 업계를 위한 새로운 코워킹 기능을 출시하면서 업계 내 경쟁이 한층 심화됐다”며 “잠재적인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앤트로픽 쇼크’ 표현까지 나와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른바 ‘앤트로픽 쇼크(Anthropic Shock)’라는 표현도 회자되고 있다. AI 기업 앤트로픽이 기업용 자동화 도구를 본격적으로 확장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와 전문 서비스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단기간에 직접적인 압박을 받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의미다.
기존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모델이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를 ‘SaaSpocalypse’(SaaS 대멸종)로 표현하며, 인력 수와 이용권을 기준으로 과금해 온 고마진 소프트웨어 모델의 경쟁 우위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영향은 아직 제한적”
국내 리걸테크 업계에서는 이를 보다 신중하게 바라봤다. 안기순(사법연수원 27기) 로앤컴퍼니 법률AI연구소장은 “클로드 AI의 자동화 도구가 법률 등 전문 영역에 직접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시장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클로드 코워크의 법률 기능은 고객의 내부 데이터와 플레이북을 전제로 작동하는 구조로, 판례나 베스트 프랙티스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효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이 한국 법률에 특화된 데이터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클로드같은 범용 LLM이 기술을 공급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전문 특화 LLM이나 리걸테크 기업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리걸테크 역시 단순 판례 검색이나 문서 제공을 넘어, 전문가 데이터와 비공개 하급심 판례 등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진(38기) 엘박스 대표는 “범용성을 특징으로 하는 AI 모델을 보유한 회사의 자연스러운 사업 확장 방향성이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도메인별 특화 데이터와 고객의 워크플로우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전문화된 제품을 구축한 회사는 경쟁력을 유지하겠지만, 그러지 못한 회사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앤트로픽은 오픈AI 출신 다리오 아모데이와 다니엘라 아모데이 등이 2021년 설립한 AI 기업이다. 기술의 상업화보다 신뢰성과 투명성을 우선시하는 개발 전략을 내세워 왔으며, 설립 이후 꾸준히 투자금을 유치해 왔다. 2025년 가을에는 기업 가치가 1700억 달러(약 248조 원)로 평가됐고, 최근에는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로 기업 가치가 약 3500억 달러(약 511조 원)까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조한주 기자 aweek@lawtimes.co.kr
서하연 기자 hayeon@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