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는 왜 치매가 드물까?…연구 15년 만에 단서 찾았다

곽노필 기자 2026. 2. 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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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중과학기대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암세포가 만드는 특정 단백질이 뇌로 침투해 들어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현상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도널드 위버 토론토대 교수(신경과 전문의)는 "수년간 진단한 알츠하이머병 환자 가운데 암에 걸린 사람은 단 한 명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는 퍼즐의 전체 그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퍼즐을 한 조각은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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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수십년간 축적된 통계의 근거 확인
암세포가 만든 단백질이 뇌로 침투
알츠하이머 독성 단백질 제거 촉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발견된 두 개의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플라크 현미경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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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막는 것같다는 과학자들의 오래된 관찰이 과학적 근거를 갖게 됐다.

지난 수십년 동안 과학자들은 암과 알츠하이머병이 같은 사람한테서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 즉 역상관관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예컨대 2020년 2020년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자마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된 미국인 960만명의 의료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암 진단은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을 11%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행동뇌연구(Behavioural Brain Research)에 발표된 여러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암이 있으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약 40~5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알츠하이머병예방저널(The 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된 연구에선 암 진단 후 치매(ADRD 포함) 발생 위험이 약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적 역관계는 맹점을 안고 있다. 예컨대 암 환자가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사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부 암은 치료 과정에서 인지 장애를 유발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통계가 보여준 두 질환의 역상관성이 단순한 통계를 넘어 실제로 인체 생물학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음을 규명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뇌에서는 비정상적인 수준의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뭉쳐 플라크(갈색)를 형성하고, 이 플라크는 뉴런 사이에 쌓여 세포 기능을 저해한다. 이와 함께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도 뉴런 내에 축적되어 엉킴(파란색)을 형성하고, 신경 세포 간의 시냅스 연결을 방해한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퍼즐의 한 조각 확보한 셈

중국 화중과학기대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암세포가 만드는 특정 단백질이 뇌로 침투해 들어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현상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5년에 걸친 연구 끝에 나온 이번 성과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도널드 위버 토론토대 교수(신경과 전문의)는 “수년간 진단한 알츠하이머병 환자 가운데 암에 걸린 사람은 단 한 명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는 퍼즐의 전체 그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퍼즐을 한 조각은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6년 동안 생쥐를 이용해 두 질환의 관계를 살펴보는 방법을 궁리한 끝에 폐암, 전립선암, 대장암 세 종의 암세포를 알츠하이머병 생쥐에게 이식하고 지켜봤다.

그 결과 암에 걸린 쥐들에게서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특징 가운데 하나인 뇌 플라크가 형성되지 않는 걸 확인했다. 플라크란 뇌 신경세포 사이에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과도하게 쌓여 만들어진 덩어리를 말한다. 우리 뇌에는 수시로 이 물질을 제거하는 청소 기능이 있지만 어떤 원인으로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 플라크가 생긴다.

정상 뇌와 알츠하이머병 뇌의 비교.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암세포 단백질

연구진은 플라크가 쌓이지 않는 원인을 찾기 위해 암세포들이 분비하는 단백질을 샅샅이 조사했다. 그 결과 ‘시스타인 C’라는 이름의 단백질이 유일하게 혈뇌장벽이라는 보호막을 통과해 뇌로 침투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혈뇌장벽이란 뇌 안을 흐르는 모세혈관의 벽으로, 피가 흐르는 공간과 뇌세포 사이의 경계면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구진은 이어 추가 실험에서 이 단백질이 뇌 플라크를 구성하는 분자들과 결합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시스타틴 C가 뇌를 순찰하며 플라크를 분해하는 면역세포의 신호 전달 단백질 트렘2(TREM2, 뇌 면역세포 수용체 단백질)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시스타틴 C가 트렘2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의 잠재적 치료법으로 사용될 수 있는 트렘2 단백질을 활성화할 수 있는 약물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이번 연구는 트렘2를 활성화하는 자연 단백질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의미가 있다.

조지타운대의 암 연구원 잔느 만델블랫은 네이처에 “이번 연구 결과가 사람한테서도 확인되고 재현된다면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Peripheral cancer attenuates amyloid pathology in Alzheimer’s disease via cystatin-c activation of TREM2.

DOI: 10.1016/j.cell.2025.12.020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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