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터리 독립 물거품되나…벤츠·스텔란티스 합작 'ACC' 대규모 생산차질 사태 발생
배터리 생산 차질로 스텔란티스 전기차 모델 출시 지연
'유럽 배터리 71% 이상 점유' 국내 배터리 3사 영토 확장 기대

[더구루=길소연 기자] 중국 배터리 의존을 줄이고 유럽연합(EU) 내 생산·재활용 역량을 키우려는 유럽의 배터리 자립 꿈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스텔란티스, 토탈에너지의 합작 투자사인 유럽 배터리 제조업체 오토모티브 셀즈 컴퍼니(Automotive Cells Company, ACC)의 배터리 생산차질로 전기차(EV) 모델 출시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유럽 전기차 시장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의 영토 확장이 기대된다.
5일 미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 통신과 영국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배터리 자회사 ACC의 장거리 주행용 배터리 생산 차질로 푸조 3008과 5008 같은 전기차 모델 출시가 최대 8개월 지연된다. 스텔란티스는 푸조, 피아트, 지프, 크라이슬러 등 여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ACC는 스텔란티스, 프랑스 토탈에너지의 배터리 자회사 사프트(Saft),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지난 2023년 5월 프랑스 오뜨 드 프랑스 지역에 첫 배터리 공장을 오픈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지난해 기준 13GWh이며, 오는 2030년 연간 40GWh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풀가동시 연간 전기차 50만 대에 필요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현재 ACC는 월 1000대 정도의 차량에만 장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배터리를 생산중이다. 이는 당초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다.
ACC의 생산차질은 배터리 수요 부족뿐만 아니라 기술력 부족과 배터리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ACC의 유일한 공장인 프랑스 빌리-베르클로(Billy-Berclau) 기가팩토리의 경우 불량률이 15~20%에 달할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경쟁사 대비 생산비용도 20~25% 높다.
여기에 ACC는 저렴한 가격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류로 떠오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부문에서도 경쟁력이 뒤떨어졌다. ACC의 대주주인 스텔란티스마저도 중국 CATL과 손잡고 스페인에 LFP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상황이다.
마티유 위베르(Matthieu Hubert) ACC 수석부사장은 "회사의 생산량 증대가 매우 어렵지만,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배터리 자립 꿈의 몰락은 2024년부터 예고됐다.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스웨덴 노스볼트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스텔란티스에 혁신적인 배터리 생산을 더해줄 ACC마저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 기가팩토리와 함께 이탈리아 테르몰리(Termoli) 배터리 기가팩토리 건설 프로젝트의 최종 폐기 여부를 검토하면서 유럽의 배터리 자립은 흔들렸다.
ACC의 3번째 기가팩토리인 테르몰리 기가팩토리는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건설이 중단된 상태이다. 이탈리아 정부도 테르몰리 기가팩토리 건설에 약속한 자금 지원을 철회했다.<본보 2025년 11월 19일자 참고 : 유럽 배터리 산업 몰락...노스볼트 이어 ACC도 생산공장 건설 취소 검토>
관세·보조금 불확실성, 수요 둔화, 자금 조달 부담, 생산 차질 등으로 유럽 배터리 자급화 목표에 차질을 빚으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유럽 영토 확장이 기대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컬리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2021년 기준 유럽 배터리 시장 점유율 71%를 점유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유럽이 배터리 자급화 목표를 세운 2019년 이후에도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은 활발해졌다. 유럽이 자립화 대안으로 한국 배터리 3사가 부상하는 이유다.
한편, 스텔란티스는 유럽 내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함께 비용 절감을 위해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투자 계획을 줄이고, 하이브리드 차량용 변속기 생산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1월 수요 부진을 이유로 미국에서 지프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그리고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미니밴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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