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증시’‘ 추경’언급에, 2년 만 최고치 찍은 국채 금리

곽창렬 기자 2026. 2. 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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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실탄 빼앗기고, 대통령 추경 언급에 글로벌 긴축까지 맞물려 금리 급등, 가격 하락

국내 채권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국고채 금리가 1~2년 사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시장 지표 금리인 국고채 3년물은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고, 장기물인 10년물과 20년물 금리는 2023년 말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최대로 상승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추경 언급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재정 확장 움직임 등이 맞물린 결과다.

9월 1일 기준 영국 30년 국채 금리가 5.723%로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주식 ‘불장’에 소외된 채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3%포인트 오른 연 3.212%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2024년 7월 1일(연 3.21%)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0년물 금리는 연 3.712%로 0.051%포인트 올랐는데, 지난 2023년 11월 28일(연 3.726%)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이 밖에 20년물 금리는 0.034%포인트 오른 연 3.709%로 역시 약 2년 2개월 만에 최고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연주

이처럼 채권 금리가 급등한 배경으로는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통상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은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며 수요가 감소한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뜨겁게 달아오르자, 투자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거 이동하며 채권 가격을 끌어내렸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금통위 본회의 주재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여기에 지난달 금리를 통결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태도를 보인 이후 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도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은은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를 삭제했다. 또 3개월 내 추가 인하 견해를 가진 위원 수도 3명에서 1명으로 대폭 줄며 금리 인하 사이클의 종료를 시사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금리를 결정했지만, 이제는 재정정책과 국채 발행 물량이 금리 방향을 좌우하는 ‘재정 우위’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언급한 ‘추경’… 지방선거 앞두고 수급 불안 자극

새해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추가경정예산(추경)’ 가능성도 국채 금리 상승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체납관리단 운영을 위한 예산 지원을 요청하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올해 내내 (추경을) 안 할 건 아니다”라며 추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적자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경우 채권 시장에 국채 물량이 쏟아지면서 채권 가격의 추가 하락(금리 상승)을 가져오게 된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연내 추경은 재정 확장 기조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 들어보이는 李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손에 들고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할 기회가 있을 수 있는데,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잘 검토해 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올린 호주, 글로벌 동결 흐름에 균열도 영향

대외적으로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글로벌 금리 동결’ 전망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초 시장은 한국과 미국 등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호주 중앙은행이 지난 3일 예상 밖으로 기준금리를 기존 3.6%에서 3.85%로 0.25%포인트 올렸다. 호주가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약 2년 만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거세진 데 따른 조치였다. 이 같은 호주의 행보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글로벌 채권 금리가 오르는 데 영향을 끼쳤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3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여기에 미국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의 ‘매파적 성향’(통화 긴축 선호) 등 불확실성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워시 지명 후 전개되고 있는 달러 강세와 장기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의 요인이며, 우리나라 채권시장도 상반기 중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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