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박찬호가 왔다, 그런데 마음이 더 편해졌다… 한국의 에드먼 등장? 그전에 할 일이 있다

김태우 기자 2026. 2. 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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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경쟁자의 등장에도 차분하게 자신의 임무를 조준하고 있는 이유찬 ⓒ두산베어스

[스포티비뉴스=블랙타운(호주), 김태우 기자] 평상시와 같이 훈련을 하고 있는, 아주 일상적인 날이었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소속팀이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주전 자리를 노리는 두산의 젊은 내야수들에게는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었다.

김재호의 은퇴 이후 유격수 문제에 머리가 아팠던 두산은 리그 정상급 유격수 중 하나이자 2025년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신청한 박찬호(31)와 4년 총액 80억 원에 계약했다. 보장 금액만 78억 원을 줬을 정도로 파격적인 투자였다. 80억 원을 들여 영입한 선수를 벤치에 둘 팀은 없다. 두산의 유격수 자리가 길게는 4년, 적어도 올해는 박찬호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기존 유격수 경쟁을 하던 선수들을 낙담할 법했다. 이유찬(28·두산)도 그럴 만한 선수였다. 매년 주전 유격수를 놓고 경쟁을 하던 선수였고, 박찬호가 영입되지 않았다면 올해도 그럴 선수였다. 그런데 이유찬은 이 소식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오히려 “작년보다 심적으로 조금 더 편해진 것 같다”면서 “나도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내야 경쟁자가 들어오면서 기회가 많이 없어지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보다는 그냥 기분이 좋았다”고 의외의 답변을 연이어 내놨다.

어쩌면 지금까지는 길이 넓게 보였다. 유격수도, 2루수도 다 비어 있는 것 같았다. 욕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한때는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과욕을 부린 적도 있었고, 그러다 자신의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박찬호라는 확실한 선수가 한 포지션을 깔고 앉자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

▲ 두산의 내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이유찬 ⓒ두산베어스

이유찬은 “찬호 형이 없을 때는 경쟁이 더 심했다. 하지만 오고 나서 자리가 몇 개 안 남았다”면서 “그래서 오히려 더 (심리적으로) 편해지고 그런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캠프를 임하는 자세도 조금은 달라졌다. 그는 “마음을 편안히 먹으면서 스트레스도 안 받으려고 한다. 애들이랑 그냥 재밌게 야구하고 있는 게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뭔가 해탈한 느낌이다.

어쩌면 이유찬이 기대대로 성장했다면, 두산이 박찬호에 80억 원을 쓰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에 빠른 발이 큰 주목을 받았고, 어느덧 매 시즌을 앞둔 캠프에서는 주전 유격수에 도전하는 선수 중 하나로 거듭났다. 2023년에는 104경기, 2024년에는 103경기에 나가기도 했다. 제법 많은 출전 경기 수였다. 그러나 번번이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주전’ 타이틀을 달지 못했다.

이유찬은 “나는 기회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군대 전역하고 나서는 기회를 정말 많이 받은 것 같은데 그 기회를 못 잡은 건 나도 아쉽다. 그냥 내가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팀이 자신을 더 봐주지 않고 박찬호를 영입한 것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는 이유다. 이유찬은 “왜 못 잡았지에 대한 생각보다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 다음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게 마음이 편한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것으로 모든 스테이지가 끝난 것은 아니다. 팀에서는 이유찬의 활용 가치가 여전히 높다고 본다. 내야 여러 포지션은 물론 급할 때는 외야수로 투입할 수 있는 활용성을 갖췄다. 여기에 발도 빠르다. 오히려 타 팀에서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김원형 두산 감독도 내·외야 멀티플레이어로서의 활용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선수가 있으면 엔트리 운영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현재 유격수와 2루수로 훈련하고 있는 이유찬이지만 “외야 수비는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 이유찬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내야든 외야든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두산베어스

메이저리그에서는 내·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가치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이전보다 대우도 많이 좋아졌다. 벤 조브리스트, 크리스 테일러가 이런 유형 선수들의 연봉을 크게 올려놨고, 지금은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들도 종종 보인다. 토미 에드먼이 그런 경우다. 다만 KBO리그에서는 풀타임 내·외야 유틸리티 선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쩌면 이유찬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셈인데, 이유찬은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이유찬은 “작년에는 왔다 갔다 하는 게 나에게 플러스인가는 생각도 많이 했다”면서도 “어떻게 보면 메이저리그에서 그런 선수들도 다 자기가 살아남으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지 않나. 나도 1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백업으로, 유틸리티에 만족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2루 주전을 놓고 힘차게 부딪혀본 뒤, 그 다음을 생각하겠다는 각오다.

이유찬은 “2루수 경쟁이 워낙 많기는 한데 솔직히 경쟁에 당연히 자신이 있다. 어떻게 보면 나만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있고, 그 장점들을 내세우면서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그런 자리들이 따라온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자리를 잡으러 가는 것보다는 자리가 나한테 오는 그런 느낌을 받고 싶다. 주전이 아니어도 실망보다는 팀에 한 경기라도 더 이기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잘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 올 시즌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주전 2루수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찬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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