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오랜만에 만나는 순도 101% 반전의 여운, 영화 ‘프레젠스’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85번째 레터는 4일 개봉한 영화 ‘프레젠스’입니다. 보고 깜짝 놀랐어요. 마지막 2분에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거든요. 그전까지 제가 당연히 답이라고 생각한 것은 완전한 오답이었습니다. 영화 마케팅용으로 반전이라는 단어가 남발되곤 하는데, 이 영화는 써도 됩니다. 공포영화라고 홍보하는데 무섭지는 않습니다. 프레젠스, presence, 즉, 어떤 ‘존재’가 무엇인지, 누구인지, 왜 그러는지를 추리해 나가다 마지막에 정답이 드러납니다. 아마 그때 여러분 주위를 다시 돌아보시게 될 거예요. 이 영화는 정말 모르고 보셔야 해서 예고편에 나온 내용 정도만 말씀드릴게요. 개봉 사실 자체를 모르실 수 있어(저런 마구잡이 한글 음차 제목이 누구 귀에 꽂히리오) 부랴부랴 보내봅니다.

‘프레젠스’라. 한글 제목만 봐선 아무런 매력이 안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그래도 스티브 소더버그 신작이고, 각본을 데이빗 코엡이 썼기 때문에 뭔가 있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오호. 방년 26세에 칸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감독과 ‘쥬라기공원’ 1편·‘미션 임파서블’ 1편 각본가의 만남. 역시 달랐습니다. 나지막이 중얼거리듯 시작해 마지막에 강하게 한 방. 아하, 이 얘길하려고 이렇게.
‘프레젠스’ 예고편은 집 안에 있는 어떤 존재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보여줍니다. 쉽게 말해 귀신이죠. 여기까지는 홍보 문구에도 나오니까 아시고 보셔도 되고요. 영화가 시작하면 빈 집 구석구석을 카메라가 비춥니다. 그런데 이게 카메라의 시선이 아니라 쳐다보는 누군가의 시선이에요. 집 바깥에 승용차가 멈춰서고 한 여자가 다급히 들어오는데 부동산 중개인입니다. 곧이어 4인 가족, 아빠 엄마(루시 리우) 아들 딸이 들어와서 집을 둘러봅니다. 거실에는 100년도 더 됐다는 커다란 거울. 이들이 이사오면서 미지의 존재와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딸은 최근에 친구가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고, 부부 관계도 어쩐지 불안해 보이고, 아들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그다지 건실해 보이지는 않는데. 귀신이 사는 집에 이사 온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요. 이 귀신은 왜 이 집을 배회하고 있는 걸까요. 하나둘씩 늘어나는 궁금증.

끝에 드러나는 귀신의 정체, 여러분도 추리해보세요. 저도 땅꼬마 때 읽은 셜록 홈즈의 ‘얼룩무늬 끈의 비밀’부터 시작해 추리 인생 수십 년인데 그런 구조로 흘러갈 줄 짐작하지 못했네요. 그렇게 속으라고 의도적으로 함정과 미끼를 잘 설치해 놨습니다. 나중에 되짚어보니.
어떤 영화는 공포나 추리 등 장르의 재미 한 겹뿐인데, ‘프레젠스’는 외피를 벗기면 하고 싶은 얘기가 확실히 들어있어요. 저는 영화볼 때 이 부분을 특히 중요하게 보거든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 아니면 단순한 자극의 나열이냐.
‘프레젠스’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존재들의 희생과 사랑, 곁에 있는 줄 몰랐거나 당연히 여겼던 존재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합니다. 귀신을 보여줘서 무섭게 하려는 영화가 아니고요. 스포 아닌 힌트를 하나만 드리자면, 중간에 등장하는 영매의 경고에 귀기울여 보세요. 다소 논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귀신이라는 존재부터가 어디 논리와 합리의 산물인가요. 이야기의 완결성 면에서 충분히 수용할 만한 얘기가 아닐까 합니다.
레터를 쓰는데 마지막 2분에서 처절하게 울리던 엄마 역 루시 리우의 비명이 계속 생각나네요. 보시면 여러분도 이해하실 듯. 더 이상 자세히 말씀드리면 감상에 방해가 될테니,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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