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빌라 시장 회복세…비아파트 볕 들까
[부동산 이슈]

부동산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상품은 단연 아파트다.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비아파트는 비교적 관심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아파트 시장이 과열돼 정부가 대출, 거래 등 규제를 강화할 때, 아파트의 대체재인 비아파트 매수 심리가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6·27 대책’, ‘10·15 대책’ 등 아파트를 타깃으로 한 규제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비아파트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오피스텔은 최근 역대 최고의 임대수익률을 보이며, 거래량이 늘고 있다. 수익성이 높아지자 수요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빌라 시장은 이원화돼 있다. 전세사기 여파가 지속되면서 전월세 수익을 노린 빌라 투자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반면 서울 ‘한강 벨트’나 강남권 등 선호 지역 노후 빌라의 경우 재개발을 염두에 둔 투자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한동안 한파가 몰아치던 비아파트 시장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피스텔 수익률, 역대 최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 평균 수익률은 5.64%를 나타냈다.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든 지역에서 수익률이 개선됐다. 서울의 오피스텔 수익률은 2024년 11월 4.89%에서 지난해 11월 4.99%로 올랐다. 인천(5.9%→6.3%)과 경기(5.55%→5.78%) 등 수도권 다른 지역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방의 수익률도 최근 1년 새 5.84%에서 6.1%로 수익률이 좋아졌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수요층의 확대다. 전국적으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전세사기 포비아 때문에 수요자들이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없는 월세 물건을 선호한다. 그런데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 등 여파로 오피스텔 공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1447실이다. 2020년(2만225실)과 비교하면 90% 넘게 급감한 수준이다. 수급 불균형 속에 오피스텔 월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10·15 대책 등 아파트 규제가 오피스텔의 매력도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비주택인 준주택에 해당한다. 대출이나 청약, 세금 등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아파트 매수가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월세 기대수익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오피스텔 매매를 고려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52% 뛰었다. 2022년 5월(0.79%)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보였다.
청년과 1인 가구 등의 꾸준한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역세권 오피스텔이 특히 관심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브라이튼 여의도’ 전용면적 29㎡는 지난해 12월 7억500만 원(15층)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월 같은 평형 고층(33층) 물건이 6억4000만 원에 거래된 걸 감안하면, 11개월 새 6500만 원 상승했다. 강남구 삼성동 ‘LG선릉에클라트’ 전용 36㎡은 올해 1월 2억5000만 원(1층)에 매매됐다. 지난해 10월 실거래가(2억2000만 원·1층)보다 3000만 원 오른 금액이다.

정부는 당분간 아파트 규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 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대출 6억 원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70%가 적용된다. 아파트와 비교할 때 자금조달 여건이 유리하다. 그러나 취득세(4.6%)가 아파트(1주택자 기준 1~3%)보다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시세차익이 아니라 월세 수익을 보고 투자하는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재개발 빌라 투자 관심 ‘쑥’
빌라는 오피스텔과 더불어 대표적인 비아파트 투자처로 꼽힌다. 빌라 시장은 2022년 말 터진 전세사기 사태 이후 긴 침체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턴 회복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해 6월 0.07%로 상승 전환했다. 이후 11월(0.26%)까지 6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지역별 온도 차는 크다. 지난해 11월 기준 수도권은 0.4%의 상승률을 보였는데, 지방은 여전히 마이너스(-0.1%)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빌라는 어떤 물건인지에 따라 매수 열기 차이가 크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임차인을 들여 전월세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인 빌라는 여전히 분위기가 썰렁한 편이다.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시장 불안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다. 정부가 전세보증 문턱을 점점 강화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전세사기 전엔 공시가격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126%로 강화됐다.
전세보증 문턱이 높아질 경우 빌라 임대인은 전세금을 내려야 한다. 수익성 악화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미 빌라 여러 채를 임대로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라면 ‘역전세’ 규모가 매우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보증 상품에 가입하지 않기도 어렵다. '전세사기 교훈' 때문에 요새 수요자들은 보증 미가입 물건을 거들떠 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입지가 좋은 곳이라면 수요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강남·서초·송파·강동구로 이뤄진 서울 동남권의 빌라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1.43%(지난해 11월 기준)다. 동북권(0.5%), 서남권(0.78%) 등 서울 외곽보다 훨씬 높다.
재개발 기대감이 있는 노후 빌라의 경우 시장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아파트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받으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 10·15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영향이 크다. 이 지역의 아파트엔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가 차단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빌라는 이 규제에서 제외돼 있다. 재건축·재개발 투자 수요가 빌라 매물로 향하고 있는 이유다. 최근 ‘주택 공급’이 화두인 것도 기대를 모은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빌라가 다 투자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10·15 대책에 따라 관리처분인가 단계를 넘은 재개발사업장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 양수인이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만큼, 매수 실익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관리처분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사업장이 관심을 받고 있다. 2018년 1월 24일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재개발사업장은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하더라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지 않는다. 동작구 노량진뉴타운과 서대문구 북아현 2·3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10억 원 넘는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산·생숙은 아직 ‘찬바람’
아파트 규제에도 풍선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비아파트 상품들도 있다.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거세다. 상업용부동산 플랫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520건(거래금액 2089억 원)에 그쳤다. 5년 내 가장 안 좋은 실적을 냈다. 2분기(814건·3492억 원) 대비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각각 36%, 40% 감소했다. 경기도 고양 등 지식산업센터가 대규모로 공급된 지역에선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붙은 매물이 넘쳐난다.
‘아파트형 공장’이라 불리는 지식산업센터는 2021년께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가 아파트 규제를 강화하던 시기다. 하지만 지식산업센터는 규제 무풍지대였다. 분양·매매 가격의 80%까지 대출이 나왔다. 너도 나도 지식산업센터 투자에 뛰어들었고, 공급 또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후 금리 인상으로 투자수익률이 하락하고, 금융권이 중도금·잔금 대출을 강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우후죽순 지어지기 시작한 지식산업센터는 금세 ‘애물단지’가 됐다. 지식산업센터 입주 허용 확대 등 공실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지만, 공급 과잉 우려를 해소하긴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불법 건축물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생활숙박시설 시장은 아직 혼란이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생활숙박시설 역시 한때 ‘아파트 대체재’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리던 상품이다. 숙박시설이지만, 사실상 주거 목적으로 이용되는 모호한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2021년 정부가 용도 변경이나 숙박업 등록 없이 생활숙박시설을 주거시설로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고 공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원래 목적(숙박)대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꿔 주거시설로 활용하라는 취지다.
계약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시행사와 분양사가 ‘주거 목적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분양을 받았던 만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그동안 이 상황을 방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무엇보다 복도 폭이나 주차장 등 규제 때문에 오피스텔로 용도 변환하기가 쉽지 않아 ‘퇴로가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 강서구 ‘롯데캐슬 르웨스트’, 경기도 안산 ‘힐스테이트 시화호 라군인테라스 1차’ 등 용도 변환에 성공한 사례들이 하나둘 나왔다. 하지만 아직 용도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지들이 적지 않은 데다, 오피스텔로 변신에 성공했더라도 마피에 허덕이는 사업장이 여럿 있다.
정부는 최근 생활숙박시설의 숙박업 신고 기준을 30객실에서 1객실로 완화했다. 숙박업 등록을 고려 중인 곳은 이 조치를 통해 숨통이 다소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가 투자심리도 예년만 못하긴 마찬가지다. 쿠팡 등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투자수익률 저하로 인해 상가 공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신축 대단지도 적지 않다.
이인혁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