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장덕준 과로사’ 숨기려 직원들 건강검진 자료까지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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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노동을 하던 장덕준씨가 숨진 이후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자, 쿠팡이 이를 반박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의 건강진단 결과까지 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영목 부사장은 2020년 11월11일 ㅂ씨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리걸(법무)에서 자료 열람과 관련해 검토한 결과, 건강검진 관련 사안은 즉시 폐기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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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노동을 하던 장덕준씨가 숨진 이후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자, 쿠팡이 이를 반박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의 건강진단 결과까지 뒤진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4일 한겨레가 입수한 2020년 11월9~11일 쿠팡 내부 전자우편을 보면, 당시 이영목 쿠팡 홍보담당 전무(현 쿠팡 부사장)는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인사담당 임원(전 씨에프에스 대표)에게 “대구 (장덕준씨) 사망 사고와 관련 대책위(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유가족 주장에서 ‘근무 중 (체중이) 15㎏이 줄었다’는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건강검진 받은 물류센터 계약직 등의 1년간 몸무게 변화를 확인할 방법이 있나”라고 물었다.
엄 전 대표는 이 전자우편을 씨에프에스 안전보건(EHS) 담당자 ㅈ씨에게 전달하며 “증명해봐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당시 유족은 장씨가 씨에프에스에서 야간에 일용직으로 1년 4개월 일하면서 몸무게가 75㎏에서 60㎏으로 줄 정도로 과도한 노동을 했다고 주장하던 터였다.
ㅈ씨는 대구물류센터 안전보건 담당자 ㅂ씨에게 “워터와 피커(장씨가 일했던 직무)로 일한 계약직·정규직 직원들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검토해보고, 몸무게 변화 데이터를 정리해 보내달라”고 지시했다. 이튿날 ㅂ씨는 “2019년 10월과 2020년 8월 정기출장검진 내역을 참고해 체중·비만도 변화를 확인했다”며 “현시점 (대구물류센터 7층 근무) 아웃바운드 오후·심야조 근무 상용직은 40명 정도다. 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체중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건강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된다. 개인의 동의나 법령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함부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산안법이 노동자 건강 보호·유지 목적 외의 건강진단 결과 사용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권동희 노무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건강진단 결과 이상이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그 결과를 사업주에게 제공하는 것이 산안법의 취지”라며 “다른 노동자의 질병이 산재가 아니라는 주장을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목적 외 사용으로 법 위반에 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쪽이 위법 가능성을 인지한 정황도 있다. 이영목 부사장은 2020년 11월11일 ㅂ씨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리걸(법무)에서 자료 열람과 관련해 검토한 결과, 건강검진 관련 사안은 즉시 폐기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쿠팡의 건강검진 정보 활용은 멈추지 않았다. 씨에프에스가 유족이 자신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과정에서 상용·일용 노동자 80명의 3년치(2021~2023년) 몸무게 변화를 분석한 자료를 법원에 낸 것이다. 근무 중 몸무게가 빠졌다는 유족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당시 씨에프에스는 동료들의 건강검진 결과뿐만 아니라 장씨의 쿠팡과 음식배달앱 주문 내역 등을 바탕으로 “과도한 다이어트 때문에 숨졌다”고 주장했다.
씨에프에스 쪽은 직원들의 건강진단 결과를 무단 활용 의혹에 대해 “관련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고만 한겨레에 답했다. 법원에 검진 기록을 제출할 때 직원들의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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