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자신감은 공평하다” 눈 8개 달린 김원형, 생존 가이드 공개 열람

김태우 기자 2026. 2. 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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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투수들에게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투구를 강조하고 있는 김원형 두산 감독 ⓒ두산베어스

[스포티비뉴스=블랙타운(호주), 김태우 기자] 두산의 불펜 피칭에는 활기가 넘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중심에는 올해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원형 두산 감독이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 그것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대업을 이룬 명장이자 KBO리그 통산 134승을 거둔 레전드 투수 출신이다. 어쩌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다.

보통 네 명의 선수들이 한 조를 이뤄 동시에 불펜 피칭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원형 감독, 정재훈 코치, 가득염 코치가 한 명씩을 맡는다. 차이점은 김 감독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어느 선수를 보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다른 선수 뒤로 이동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 선수를 보고 있다가도 옆의 선수의 투구에 주목하고 곧바로 피드백이 나간다. 눈이 8개 달린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불펜 피칭 때 감독의 피드백은 다소간 제한적이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 두산은 투수 출신 감독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2년과 2013년 2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김진욱 감독 이후 김원형 감독이 구단의 첫 투수 출신 감독이다. 무려 13년의 세월이었다. 두산 투수들도 달라진 공기를 실감하고 있다. 투수 출신 감독이라 투수의 메커니즘은 물론 심리까지 너무 잘 안다. 살짝 욕심을 부려볼 만하면 곧바로 “그러지 말라”는 김 감독의 잔소리를 듣는다. 김 감독 앞에서 도망칠 수 있는 투수는 없다.

그만큼 김 감독이 새로운 선수들에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모두 꿰뚫고 있지 않다면 할 수 없는 조언이다. 맞춤형이기도 하다. 베테랑 선수들에게 하는 조언,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젊은 선수들에게 하는 조언이 제각기 다르다.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는 주로 “너무 많은 것을 하지 말라”는 주문이 일관적으로 쏟아진다.

▲ 김 감독이 강조하는 일관적인 메시지는 자신감 있는 투구고, 특히 젊은 선수들은 그런 패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두산베어스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즉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것을 먼저 하고 그 다음을 차분하게 생각하자는 것이다. 불펜 피칭에서 선수들이 욕심을 내다보면 우선순위가 헷갈리는 경우가 있고 이는 대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고 가자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여기에 새 감독 앞에서 오버페이스를 하면 부상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김 감독은 “캠프에 와 있는 모든 선수들이 개막 엔트리에 들 수는 없다”고 냉정한 현실을 짚는다. 그와 동시에 “시즌을 치르다 보면 40~45명의 선수를 1군에서 활용한다. 지금 캠프에 온 선수들에게 모두 1군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현실도 같이 짚었다. 개막 엔트리에 못 들어갔다고 해서, 첫 1~2달을 2군에서 있는다고 해서 시즌이 끝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차분하게 기량을 향상하고 또 유지하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투수 전체에게 바라는 메시지는 하나의 단어를 관통하고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피해가는 것보다는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투구를 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얻어맞아도 남는 게 있다. 특히 추격조로 나서는 선수들이 그렇다. 어차피 넘어간 경기에서 감독이 바라는 건 ‘무실점’이 아니다. 실점을 하더라도 적극적인 승부로 투구 수를 줄여 한 이닝을 더 가면 내일을 위해 투수 하나를 아낄 수 있다. 김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다.

▲ 김진욱 감독 이후 13년 만의 투수 출신 두산 감독인 김원형 감독은 불펜 피칭부터 선수들의 의식을 바꿔놓고 있다 ⓒ두산베어스

김 감독은 “기량은 불공평한 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자신감은 공평하다. 그리고 그것은 다 보인다”고 강조한다. 선수마다 기량 차이는 당연히 있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것은 마음가짐에 따라 어떤 선수도 해낼 수 있다. 그런 선수들이 결국 성장하고 1군 기회를 잡는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어쩌면 1군 생존 가이드 라인을 공개적으로, 대놓고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잡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실제 두산은 그런 자신감이 다소 떨어지는 마운드였다. 두산은 지난해 팀 4사구가 641개에 이르렀다. 리그 평균보다 훨씬 많았다. 17.2개의 이닝당 투구 수, 3.93개의 타석당 투구 수 또한 리그 평균을 상회했고 반대로 스트라이크 비율은 리그 평균보다 못했다.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도 승부를 잘 하지 못하거나 그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투수들을 더 써야 하고, 마운드가 1년 내내 힘겨웠다.

잠실을 쓰는 투수들인 만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투구를 해도 괜찮다. 불펜 피칭에서도 공격적으로 상대 타자 몸쪽을 찌르는 패스트볼에는 스트라이크·볼 여부를 떠나 김 감독은 항상 박수를 친다. 여기에 김 감독은 두산 투수들의 구위가 결코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생각을 바꿔야 팀 마운드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스프링캠프를 부지런히 누비는 김 감독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움츠려든 두산 마운드의 자신감을 깨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미 공개적으로 1군 생존 가이드라인을 던진 김원형 감독은 두산 투수들의 장단점과 성향을 면밀하게 체크해 나가고 있다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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