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의 옆집물리학]두 발로 서는 인간

이상희 교수의 책 <인류의 기원>에서 저자는 초기 인류를 다른 생물종과 구별 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 두발걷기라는 얘기를 들려준다.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며 다른 영장류와 갈라진 이들이 우리 인류의 선조가 되었다. 지웅배 교수가 최근 출간한 책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에서 저자는 우리 인간은 두 발로 서게 되자 고개를 위로 들어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인류와 천문학이 함께 탄생한 셈이다.
두발걷기라면 나도 보탤 것이 좀 있다. 2017년 논문으로 출판한 연구 얘기다. 몸무게가 몸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는 여러 다른 생물종과 달리, 체질량지수 계산법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정상 체중인 사람의 몸무게는 키의 제곱에 비례한다. 이를 이용하면 사람의 허리둘레는 키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키의 제곱근에 비례한다는 것도 알아낼 수 있다. 또 체질량지수가 비슷한 두 사람이 있다면 키 큰 사람이 더 날씬해 보인다는 재밌는 결과도 얻을 수 있다.
논문에서는 간단한 물리학 모형을 이용해서 두 발로 선 사람이 약간 몸을 기울여도 넘어지지 않고 자세를 유지하려면 몸무게가 키의 제곱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도 보일 수 있었다.
인류는 두 발로 걸으면서 몸무게가 키의 제곱근에 비례하는 체형을 갖게 되었다. 낚시꾼이 잡은 물고기는 독사진만으로는 크기를 알 수 없지만 인간은 독사진만으로도 키를 짐작할 수 있는 독특한 동물이다. 키 큰 사람이 날씬해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두 발로 걷기 때문이다.
이상희 교수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두발걷기가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걷거나 뛰면서 가만히 살펴보라. 두 발 모아 토끼뜀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 몸무게 대부분은 두 발이 아니라 한 발이 거의 늘 지탱한다. 우리는 사실 두 발이 아니라 한 발로 걷는 셈이다. 한 발로 서도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걸어가려면, 위에서 소개한 내 논문 결과와 비슷하게 좁은 골반이 유리하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또 골반에서 무릎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안쪽을 향해 V자 모양으로 휜 넙다리뼈도 중요하다. 이 둘이 함께 작용해서 우리 인간은 걸을 때 몸이 좌우 큰 폭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침팬지는 다르다. 보통 네발로 걷지만 간혹 두 발로 걸을 때 침팬지는 뒤뚱뒤뚱 움직인다. 늘 두 발로만 걷는 우리는 걸을 때 뒤뚱거리지 않는 독특한 동물이다.
좁아진 골반으로 출산이 위험해지면서 인류는 머리가 작은 미성숙 태아를 낳게 되었다. 낳은 다음에도 오랜 기간 돌봄이 필요해 아이 아버지인 남성도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해야 했다. 결국 인류의 특징 중 하나인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일부일처에 가까운 핵가족의 구성을 두발걷기가 만들어낸 셈이다. 두발걷기는 네발로 움직이는 것에 비해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도 훨씬 더 효율적이다. 몸집이 비슷한 침팬지보다 우리 인간이 이동에 사용하는 에너지가 훨씬 적다. 두 발로 더 멀리 더 오래 움직일 수 있게 된 초기 인류는 장거리 달리기 종목에서라면 다른 동물을 압도할 수 있었다.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계속 쫓아가 잡는 독특한 지구력 사냥이 가능해져서 더 많은 동물성 먹이를 섭취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큰 에너지를 소비하는 두뇌의 크기를 더 키울 수 있었다.
오래 달리다 오른 체온을 낮추려 굵고 긴 털이 피부에서 사라지고 땀샘이 발달하게 되었고, 추운 기후에서 털이 거의 없는 몸으로 생존하기 위해 옷을 지어 입게 되었다. 두 발로 서면서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더 정교한 도구를 제작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V자와 오케이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엄지손가락도 출현했다. 우리의 큰 두뇌, 털이 거의 없어 드러나는 맨몸, 자유로운 두 팔과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한 손, 핵가족의 구성, 추위를 버티는 옷 등의 기원이 두발걷기인 셈이다.
초기 인류를 특징짓는 것 중 가장 중요한 특성이 이처럼 두발걷기다. 현 인류의 많은 특성의 기원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두발걷기라는 독특한 특성에 닿는다. 두 발로 서서 하늘을 볼 수 있게 된 인간은 커진 뇌를 가지고 하늘의 뭇별에 대해, 그리고 왜 두발걷기가 중요한지도 생각해낼 수 있게 되었다. 두 발로 서는 인간은 하늘을 바라보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천문학과 인류학뿐 아니다. 모든 과학과 학문은 두 발로 선 인간의 의무라고 나는 믿는다. 두 발로 걷다 두 눈 들어 바라본 밤하늘에 달이 밝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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