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윤석열 내란과 정보사, 그리고 전직 '블랙 요원' A 중령
무인기 사건을 취재 중이다. 뉴스타파는 굵직한 사실을 여럿 건져 올렸다. 그 중 하나가 이번 사건의 한가운데에 군의 정보기관인 정보사령부(정보사)가 얽혀 있다는 점이다. 정보사. 북한 등을 상대로 갖은 기밀 첩보를 수집하는 휴민트(HUMINT), 신분 자체가 극비인 '블랙 요원'들이 소속돼 있는 부대다.
유능한 동료가 수소문 끝에 전직 블랙의 연락처를 구해왔다. 이 중 몇몇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기자와 전직 블랙이 소통한다고 해서 서로 간에 주구장창 무인기 얘기, 즉 용건만 나누는 건 아니다. 취재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어쩌다 기자(블랙)가 됐는지부터 기억에 남는 취재(공작) 경험담, 각자가 기자(군) 생활 중 겪어본 이상한 데스크(부대장) 뒷담화, 뉴스룸(부대)에 품었던 불만 등등 별 얘기를 다 주고 받는다.
그러던 중 복수의 이들로부터 A 중령의 사연을 듣게 됐다. 전직 블랙들이 A 중령 관련 얘기를 인용하는 대목은 공통적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보사라는 조직이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떤지 설명하는 부분이다. 12·3 비상계엄, 일명 '윤석열 내란'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군인들이 제자리를 지키는 반면, '이런 처지에 놓인 사람도 있습디다'라며 소환하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A 중령이었다.
About 정보사 전직 '블랙 요원' A 중령
다음은 A 중령에 대한 전직 블랙들의 전언과 뉴스타파의 취재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육사 출신인 A 중령은 임관 이후 야전 생활을 하다 2008년 정보사령부(정보사)로 전입했다. 2012년엔 정보사 예하 휴민트 부대인 100여단의 공작관, 즉 블랙으로 선발됐다. 이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우수 공작관'에 뽑혔다. 5년 내내 정보사 소속 전체 공작관 가운데 상위 1~2% 정도의 실적, 성과를 냈다는 얘기다.
A 중령에겐 특이한 과거가 있다. 윤석열 내란의 '설계자'로 지목되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력이다. 노상원은 2015년 말부터 2016년 말까지 1년 여 동안 대한민국 정보사의 수장을 맡았다. A 중령은 노상원 정보사령관 임기 내내 그의 비서실장이었다.
현재 A 중령은 공작관 직무에서 해임된 상태다. 정보사 소속 공작관 해임 절차는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된다. ①정보사 차원의 '공작관 직무' 해임 ②육군본부 차원의 '공작관 특기' 해임이다. 쉽게 말해 문제가 있는 공작관이 있다면 ①일단 공작 업무에서 배제하고 ②공작관이라는 주특기 자체를 박탈하는 절차를 거친다. A 중령에 대한 해임 절차는 ①단계까지 진행됐다. ②단계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정보사는 윤석열 내란의 주축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불법 비상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난입했다. 윤석열 씨의 망상, 부정선거를 입증하겠다는 목적에서였다. 약물 자백 문건 작성, 몽골 공작 등 불법 비상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끝이 없다. 이런 와중에 해임 절차를 밟고 있는 A 중령. 언뜻 보면 A 중령이 윤석열 내란에서 수행한 중요 임무가 있겠거니 싶다. 그의 역할은 뭐였을까.
2023년 12월 그는 당시 문상호 정보사령관(내란 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현재 군사재판 진행 중)에게 공개석상에서 질문을 던졌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으로 뭘 하려는 거냐"는 취지의 질의였다. 2024년엔 여러 경로를 통해 노상원의 연락을 받았지만, A 중령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윤석열 내란을 석 달 앞두고 있던 2024년 9월 정보사는 A 중령에 대한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지휘관 해임 건의' 규정 신설 직후 A 중령에 적용... '괘씸죄'의 정황들
불법 비상계엄 선포 넉 달 전이던 2024년 8월 정보사 100여단이 내부 규정을 바꾼다. 당초 공작관에 대한 해임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조건은 크게 세 가지였다. ①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경우 ②군 내부에서 중징계 이상의 징계가 확정된 경우 ③심각한 심신장애 등으로 인해 군 복부 자체가 부적합 한 경우 등이다.
여기에 하나가 추가된다. '지휘관의 해임 건의가 있는 경우'다. 여기서 말하는 지휘관은 100여단장(육군 준장), 또는 각 공작관 부대를 이끄는 사업단장(육군 대령)이다. 규정 신설 당시 정보사 내부에서는 상당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휘관의 주관적, 임의적인 판단으로 공작관에 대한 해임이 얼마든 진행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규정 신설 직후 지휘관 해임 건의 대상자가 나왔다. A 중령이다. A 중령에 대한 해임 건의가 이뤄진 중요 사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①지시 불이행 ②민원 제기. 여기서 ①지시 불이행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②민원 제기는 지휘관 해임 건의에 앞서 A 중령이 감찰 부서에 정보사 내부의 비위를 제보한 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확인된다.
다소 의문이 드는 지점은 위의 사유가 해임 건의까지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냐는 거다.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정보사에서도 지시 불이행 등이 발생하면 징계위원회를 통해 징계 여부부터 따져본다. 필요하면 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할 수도 있다. 뉴스타파가 접촉한 전현직 군 관계자들은 '이런 절차를 모두 건너뛴 채 지시 불이행을 사유로 곧바로 해임 건의가 이뤄진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A 중령에 대한 해임 건의가 이뤄진 사유로는 하나가 남는다. 민원 제기, 즉 정보사 내부의 비위를 알리려 했다는 거다. 정보사 내부적으로, 이를 일종의 '괘씸죄'로 여긴 건 아닐까. 그렇다면 A 중령을 해임할 사유가 또 있기는 하다. 윤석열 내란에 적극 가담한 혐의를 받는 당시 문상호 정보사령관에게 "휴민트 조직으로 뭘 하려는 거냐"고 물은 것, 그리고 불법 비상계엄을 앞둔 시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연락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정보사 내 '윤석열 내란' 가담 의혹 인사들... 상당수가 자리 보전 중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바대로 정보사는 윤석열 내란에 적극 가담했다. 대표적인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가 불법 비상계엄을 앞두고 정보사에서 작성된 약물 자백 문건이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문건을 보면 ▲물고문, 수면 박탈, 러시안 룰렛 등의 신체적 고문 ▲평생 불구자로 만들거라고 위협하기 ▲진정·수면제, 마취제 등의 약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뒤 회유나 협박에 굴복하게 만드는 방법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특별수사본본부는 정치적 반대 세력 등의 자백을 받아낼 목적에서 정보사가 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건의 작성자로는 B 대령이 지목된다. B 대령은 윤석열 내란 이후에도 정보사 내에서 핵심 보직을 차지했다. 그를 포함해 불법 비상계엄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의혹을 받는 정보사 인사 상당수가 별 탈 없이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반면 이런 처지에 놓인 사람도 있습디다'. 정보사 전직 블랙들이 A 중령의 사연을 인용한 대목이 바로 여기였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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