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시장 기로”…日, 쌀값 고공행진 속 재고 급증
“6~7월 3000엔대 현실화될 것”
농가소득과 수급관리 균형 ‘과제’

쌀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내내 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일본 쌀 시장이 올해 들어서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햅쌀이 본격적으로 풀렸음에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쌀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시장 한편에서는 쌀이 남아돌고 있다는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쌀값 고공행진과 재고 누적이라는 상반된 흐름이 겹치며 일본 쌀 시장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소매 쌀값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농림수산성이 1월12~18일 전국 약 1000개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쌀 소매가는 5㎏당 4283엔으로 전주보다 16엔 올랐다. 쌀값은 2주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20주 넘게 4000엔대가 이어지고 있다. 생산자 가격, 도매 가격, 정미 비용, 유통 마진이 차례로 쌓이면서 소매 가격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재고 상황은 정반대다. 농수성 집계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민간 쌀 재고량은 329만t으로, 전년보다 70만t 늘었다. 소비가 기대만큼 늘지 않은 데다, 가격 상승을 의식해 출하 시점을 늦춘 물량까지 겹치면서 쌀이 시장 곳곳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유통 현장에서는 “쌀이 부족하다기보다, 비싸서 움직이지 않는 상태”라는 말도 나온다.
이 같은 재고 누적은 결국 가격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도매업계와 집하업체들이 결산 시기를 맞게 되면, 보유 물량을 줄이기 위해 가격을 낮춘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쌀은 장기간 고가를 유지하기 어려운 품목인 만큼, 시장 원리에 따라 서서히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고가 지나치게 늘어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부에선 2026년 6월 말을 기준으로 민간 재고량이 214만~230만t에 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적정 수준인 180만~200만t을 크게 웃도는 양이다. 현실이 될 경우 가격이 한꺼번에 크게 떨어지는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미 생산 단계에서 일정 가격을 전제로 거래가 이뤄진 2025년산 쌀의 경우, 급격한 가격 하락은 농가 소득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최근 일본 주요 매체들은 유통 현장에서 일이나는 변화의 조짐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일부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국산 쌀 5㎏을 세전 3390엔, 세후 3600엔대 후반에 판매하는 특가 상품이 등장했다. 평균 가격이 4000엔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가격은 소비자에게 ‘눈에 띄는 인하’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실제 매장에서는 구매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낮은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혼합미와 특가 전략 때문이다. 여러 산지의 쌀을 섞거나 일부 구곡을 활용해 원가를 낮춘 상품을 월 1회 한정으로 내놓는 방식이다. 매장 입장에서는 평균 시세보다 500~600엔 이상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수익이 줄어도, 재고를 소진하며 손님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노린 선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500엔 차이가 쌓이면 연간 쌀값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반응이 빠를 수밖에 없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가을 이후 특가 쌀을 중심으로 구매를 이어가며 간신히 수지를 맞추고 있다. 과거에는 5㎏에 3000엔을 넘지 않던 쌀값이 크게 오른 데다, 브랜드 쌀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러워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니가타산 등 인기 브랜드 쌀은 여전히 5㎏당 4500~5000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여름 수확기를 앞두고 이미 집하 가격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수확기 이전에 정해진 산지 가격이 유통 전반의 기준이 되면서, 도매와 소매 단계에서도 가격을 쉽게 낮추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변화는 일부 감지된다. 일부 유통업체 전단지에는 이바라키현산 고시히카리가 5㎏ 기준 세전 3490엔에 예고되는 등, 기존보다 1000엔 가까이 낮은 가격의 브랜드 쌀도 등장했다. 실제로 요코하마 일부 매장에서는 올해 들어 브랜드 쌀 가격을 300엔가량 일제히 내렸다. 새해 들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도매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소매 가격 역시 점진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자 간 거래의 기준 지표로 활용되는 상대거래가격이 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특히 농가로부터 직접 쌀을 매입하는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현재 흐름대로라면 소매 가격은 3000엔대에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라며 “다음 햅쌀이 출하되기 전인 6~7월 무렵에는 3000엔대 가격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도매 단계에서의 가격 조정이 누적되면서, 고점에 머물러 있던 소매 가격에도 서서히 하방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쌀값 고공행진과 재고 누적이라는 상반된 흐름 속에서 일본 쌀 시장은 2026년을 기점으로 구조적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격을 안정시키면서도 농가소득을 지키고, 수급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는 일본 쌀 정책과 유통 구조 전반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일본)=김용수 특파원 kimys921@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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