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 선도기관’이라더니…수준미달 AI 쓰다 적발

김병훈 기자 2026. 2. 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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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부터 진짜 일 하자 <5> 주먹구구식 AX]
에너지 등 5대 산업 분야별 10곳
전체 89개 기관의 AX 주도 역할
일부 기관, AI 활용 평가 낙제점
공공 DB 구축 실패 되풀이 우려
전문가 “비효율·폐쇄적 협업 대신
기술력 높은 민간에 일임 검토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의 인공지능 전환(AX) 작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AX ‘앵커(선도 기관)’로 선정한 공공기관들이 실제로는 감사원 감사에서 AI 관련 낙제점을 받는 등 부실 운영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도 민간의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 여력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에너지·환경, 사회간접자본(SOC)·교통·물류, 금융·보험, 보건·복지·고용·안전, 산업·무역·중소기업 등 총 5개 분야에서 총 10곳의 AI 선도 공공기관을 선정했다. 이들 기관은 해당 산업 분야별로 총 89개 공공기관의 AI 관련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AI 활용도를 높이는 구심점 역할을 맡는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선도 기관으로 선정된 곳들 가운데 일부는 최근 AI 활용도 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았거나 조직 정비조차 끝내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SOC·교통·물류 선도 기관인 한국도로공사는 수준 미달의 AI 포트홀(도로 패임) 감지 시스템을 사용한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 조사 결과 2024년 도로공사 시스템이 포트홀로 판정한 517곳 중 실제 보수가 필요한 곳은 14.7%인 76곳에 그쳤다. 나머지 441곳(85.3%)은 타이어 자국 등을 AI가 포트홀로 오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고용·안전 분과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 역시 학습 데이터 편향 문제가 지적됐다. 전체 학습 데이터 6만 7920개 가운데 특정 직종(건설·채굴) 데이터가 26.6%인 1만 8056개로 편중돼 이를 제외한 나머지 147개 직종의 평균 적중률은 36.6%에 그쳤다. 또 다른 선도기관인 한국공항공사는 사장 공석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며 AI 전담 조직을 정식 직제에 반영하지조차 못하고 있는데 선도 기관으로 지정됐다.

재경부는 일부 기관에서 겪는 시행착오일 뿐 AI 전환 의지가 강한 곳들이 대다수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도 “제한된 예산과 환경에서 공공기관들이 AI 도입을 실험하는 과도기적인 시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AI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가 공급자 중심의 폐쇄적 마인드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공동 데이터베이스(DB) 사업 실패 사례처럼 공공 주도의 대규모 시스템 구축은 부처 칸막이와 낮은 활용도 문제로 자칫 예산만 낭비될 수 있는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며 “독자적인 AI 시스템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예산부터 투입하는 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도 “기관이 자발적으로 제안한 AI 전환 계획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기능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단순히 1년 뒤 예산 집행 여부만 점검하는 방식으로는 혈세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공공기관 간 폐쇄적 협업 모델을 고집하기보다는 규모는 작아도 기술력이 뛰어난 민간 AI 스타트업과 협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공기관의 성공적 AI 전환을 위해서는 공공성과 효율성이 모두 뒷받침돼야 한다”며 “AI 시류는 민간 부문을 따라갈 수 없으니 민간에 맡길 것은 과감하게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AI 기술 수준만 놓고 보면 민간이 공공보다 앞서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공공기관 내부가 아니라 민간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주체가 모니터링과 관리 역할을 맡고 충분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받는 방식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보안 문제만 크지 않다면 민간 상용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더 합리적일 수 있다”며 “공공기관별 독자 시스템 구축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병훈 기자 cos@sedaily.com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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