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방치된 죽음...해양보호생물 수천 마리 죽는데 "조사 방법 없다"

우다영 기자 2026. 2.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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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쇠오리 혼획 떼죽음 현장

"어, 거기 조심하세요. 발밑으로 다 사체예요"

2일 경북 포항시 어느 항구. 오징어 조업이 끝나 한창 잔잔하던 이곳 연안에는 한걸음에 하나꼴로 사체가 널려있다. 이미 포식자의 먹이가 돼 뼈만 남은 개체부터, 깃털이 빽빽하게 온전히 남아있는 개체까지 상태도 제각각이다. 일부 사체는 곳곳에 흩어져 있고, 일부는 누군가 한곳에 모아둔 듯 무덤처럼 쌓여 있다. 도로변에서도 갈매기와 까마귀가 물고 가다 떨어뜨린 사체가 낯설지 않게 널려있다.
포항 어느 연안. 한걸음에 하나꼴로 사체가 널려있다.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경북 포항 어느 항구. 멀리서 보면 푸르고 평온한 겨울 바다다.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멀리서 보면 푸르고 평온한 겨울 바다였지만, 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바닷새 사체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발견된 사체는 대부분 바다쇠오리로 추정된다.

자연스러운 죽음은 아니다. 울산 조류보호단체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는 "자연사로 이렇게 죽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쓰레기더미와 함께 떠밀려 온 바닷새 사체.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바닷새 사체. (사진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 제공)/뉴스펭귄

바다쇠오리는 몸길이 약 26cm로, 작아서 바다'쇠'오리다. 겨울 철새이자, 동해안에 대규모 도래하는 해양성 조류다. 번식기가 아닌 때는 바다에서 생활하고, 한 번에 알을 한두 개 정도만 낳는다. 작게는 3~4마리부터 천여 마리까지 무리 지어 다니면서, 수면을 날다가 먹이를 먹기 위해 잠수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는 관심필요종(LC)으로 분류돼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해양수산부에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2021년 해양수산부는 바다쇠오리를 이달의 해양생물로 홍보하면서 "무리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 혼획, 유류오염 등 피해가 발생할 때 다수 개체가 한꺼번에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보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바다 위, 살아 있는 바다쇠오리. (사진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 제공)/뉴스펭귄

"바다쇠오리가 정말 귀엽거든요. 뾰로롱 뾰로롱 소리도 내고, 날갯짓하면서 목욕하는 소리만 듣다가 비명을 처음 들었어요. 작은 새가 그렇게 크게 울 수 있다는 게..."

이들을 떼죽음으로 내몬 건 혼획과 무관심이다.

포항 연안에서는 오징어잡이에 그물어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어획량이 많은 대신, 비표적종도 함께 걸릴 가능성도 크다.

바다쇠오리는 바닷새 가운데서도 가장 깊게 잠수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 위에서 먹잇감을 발견하면 곧바로 잠수한다. 먹을 수 있는 어종이 그물을 통과하거나, 그물에 걸려 있을 때 바다쇠오리도 함께 들어가다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발견된 바다쇠오리 머리 뼈. 움켜쥐면 부서질 것처럼 얇고 작았다.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바닷새가 혼획되는 오징어잡이 그물. 치실처럼 얇고, 질기고, 세게 당기면 손이 베일 수 있을 만큼 날카로웠다.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홍승민 대표는 "냄새를 맡고 오는지, 눈으로 보고 오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국내에는 관련 연구 자료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장 주민들은 "노란 부표가 보이면 몰려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물 구멍은 바다쇠오리 날개나 목이 끼기 딱 좋은 크기다. 오징어잡이 그물을 건져낸 어민들은 오징어를 빼고 바다쇠오리를 뗀다. 현장 한편에는 상자에 담긴 바다쇠오리 사체도 보였다. 상자 하나에 약 90마리 정도가 들어가며, 많을 때는 하루에 30상자까지도 사체가 쌓인다. 단순 계산만 해도 수천 마리 규모다.
오징어잡이 그물에 걸린 바다쇠오리 사체를 어민이 떼고 있다. (영상 새덕후)/뉴스펭귄
바다쇠오리 사체를 어민들이 상자에 따로 담아둔 모습.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문제는 일부 개체가 살아있는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홍 대표는 2024년 2월부터 거의 매일 이 일대를 조사해 왔다. 하루는 사체를 모아둔 상자 속에서 개체 수를 조사하던 중 숨이 붙어 있는 바다쇠오리를 발견했다. 날개가 뽑힌 개체도 있었다. 숨이 붙은 개체는 울산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졌고, 안락사됐다.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일부 개체는 살아있다. (영상 새덕후)/뉴스펭귄

이들을 구조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전담 기관이 현재는 없다. 홍승민 대표는 "살아있어도 죽을 때까지 방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자연으로 돌려보내도 살아남을 확률이 낮다"면서 "해양포유류는 계류시설이나 구조 체계가 어느 정도 있는데, 해양성조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시설은 없다"고 말했다.

그물에 걸린 오징어는 어민들의 생계다. 반면 바다쇠오리는 골칫거리다. 몸집이 작아 그물에 쉽게 걸리는데, 그만큼 수가 많아 쉽게 떼어내기 어렵다. 일부 어민들은 날개를 꺾거나 뽑기도 한다.
날개가 뜯긴 채로 숨을 쉬는 바다쇠오리. (영상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 제공)/뉴스펭귄
날개가 뜯기거나 뽑힌 개체들. 일부는 숨을 헐떡이고 있다. (영상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 제공)/뉴스펭귄

"기자님 같으면 죽어야 돈 되는 고래를 살려주겠어? 마찬가지야. 옛말에 오징어는 시체도 일어나서 떼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빨리 안 떼면 다 녹아서 못 써"

포항에 16년째 거주 중인 70대 주민 A씨는 '바다 로또'라 불리는 고래류 혼획을 예로 들어 말했다. 그는 "마을버스 하루에 4번 다니는 걸 5년 끝에 7번으로 늘려줬다"면서 "정부에서 얼마나 해주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바다쇠오리 살려주는 만큼 돈 준다고 하면 아무도 이렇게 못 한다"고 덧붙였다.

홍승민 대표는 "어민들도 이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살려도 손해가 되는 구조"라며 "가해자는 우리 모두다. 피해자는 어민들과 바다쇠오리"라고 강조했다. 현장을 매일 같이 오는 홍승민 대표에게 바다쇠오리 사체를 따로 챙겨주거나, 그물에서 최대한 온전한 모습으로 떼어주려고 노력하는 어민들도 있다.

문제는 무관심이다. 바다쇠오리가 그동안 얼마나, 어떻게, 왜 죽는지 알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다. 국내에서 해양성조류 혼획을 공식적으로 조사한 사례는 한국야생조류협회에서 2008년 1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강원도 고성군에서 동해시까지 약 129.5km 해안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사실상 유일하다.

이 조사에서 3개월 동안 확인된 혼획 사체는 총 1219마리였다. 이 가운데 바다쇠오리가 962마리로 전체 78.9%를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아비류가 71마리(5.8%)다.

당시 연구진은 포구와 쓰레기 야적장에서 발견된 사체만 집계했으며, 어민들이 선상에서 바로 바다에 버리는 개체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혼획은 도치·광어·도다리 등을 잡는 삼중구조 자망에서 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혼획이 강원도뿐 아니라 경상도 연안까지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상도 연안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바다에 떠 다니는 바다쇠오리 사체들. (사진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 제공)/뉴스펭귄

경상도 연안 중 포항 일대는 현재 홍승민 대표로부터 조사가 시작된 셈이다.

2008년 연구 용역을 수행했고, 당시 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연구과 과장이었던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은 "조사 이후 해양수산부와 2~3차례 대책 회의를 했다"며 "어민 부담으로 전가할 수 없는 문제라는 데 공감대가 있었지만, 예산 지원이 필요했고, 결국 확보가 쉽지 않아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9개년 단위로 '해양생태계 보전·관리 기본계획'을 내놓는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1차와 2차 계획 모두 해양성조류 실태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인지를 알 수 있는 계획은 없다.

제2차(2019~2028) 수립 계획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해양보호생물 관리제도 개선과 보호종 지정 확대, 해양생물 구조·치료기관 확충 등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해양보호생물 지정 종 수를 2019년 80종에서 2028년 100종으로 확대하고, 해양생물 구조·치료 기관도 8개소에서 20개소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어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양성 조류 혼획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거나, 혼획 저감 대책을 별도로 설정한 항목은 확인되지 않는다. 기본계획은 해양생태계 보호 방향으로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관리 강화 ▲해양생태계 서비스 증진 ▲해양생태계 보전·관리 기반 선진화 등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약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뾰족한 방도가 없는 모양이다.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관계자는 "국가해양생태계종합조사를 통해 전국 바닷새가 나타나는 일정 구역에서 개체 수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2018년 위협요인 실태 시범조사 과정에서 바다쇠오리 혼획 조사도 한 차례 진행했다"고 밝혔다.

상시적인 혼획 통계가 없는 이유로는 "고래류는 그물에 걸리면 어망이 손상돼 해경 신고가 들어오지만, 바닷새 혼획은 대부분 해상에서 일어나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일일이 현장 확인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혼획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나, 조사 방법론부터 정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작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바닷새 혼획 문제를 언급했지만, 어떻게 조사하고, 무엇을 기준으로 할지, 연도별 비교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법론이 없어 사업을 구체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사 방법조차 표준화할 만한 뾰족한 기술이 없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전문가들과 계속 논의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특정 어선 한 척을 표준화해 실험적으로 조사해 보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동해안 전체 규모를 추정하려면 신뢰성 있는 조사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사 방법부터 설계해야 대안도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혼획 저감 장치 개발도 쉽지 않다. 고래류에는 음향기기 등 탈출 유도 장치를 일부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바닷새는 몸집이 작아 같은 방식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왼쪽은 아구를 잡는 그물, 오른쪽은 오징어잡이 그물이다.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한 가지 단서가 있다면, 주민 A씨는 "그물을 아래로 내리면 새들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오징어가 언제 어디로 지날지 알 수 없고, 이 또한 국내에서는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앞서 주민 A씨가 언급한 '비의도적 혼획에 따른 현금성 보상'은 대안이 될 수 없을까. 관계자는 "해상에서 발생한 일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금 보상은 최대한 자제하는 방향"이라며 "대신 해양보호생물 구조·신고에 적극 협조하는 어민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향후 수산물 판매 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물질적 인센티브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담 구조기관이 없는 문제도 일부 시도는 하고 있다. 해수부는 경북 영덕군에 해양생물 종복원센터를 건립 중이며, 구조·치료와 실태조사, 위협 요인 분석 등을 수행하는 시설로 2028년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공식적인 해수부 표현에 따르면 "해양동물병원"이다.

18년 전 연구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점을 드러냈으며, 당시 예산이 없는 한계에 부딪혔고, 현 정부는 방법론이 없다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그 사이에 동해안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바다쇠오리 사체가 쌓이고 있다.
파도에 휩쓸리는 바다쇠오리 사체. (영상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양생물은 육상생물보다 보호에 있어 불리한 점이 있다"면서 "육상생물은 인간과 자주 마주하는 만큼 정책 추진속도와 설득력이 높은데 해양생물은 기회가 적다 보니 '우리나라에도 바다거북이 사느냐'와 같은 질문을 여전히 받는다. 관심이 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승민 대표는 "정답이 없어도 누군가는 계속 문제를 드러내고 관심 가져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가해자는 우리 모두입니다. 어민도 피해자고, 바다쇠오리도 피해자예요. 관찰자로서 무심했던 우리가 가해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