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이번에도 '이번에는 다르다'는 증시

2026. 2. 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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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극 중 1,000원도 안 되던 뉴데이터 테크놀로지 주식이 몇 달 만에 30만 원까지 상승했다가 폭락하면서 백화점 지분을 조카에게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들뜬 분위기에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김영익 전 서강대 교수의 우려 메시지는 잊힌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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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SK하이닉스, 현대차 주가가 표시되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넷플릭스를 통해 2022년 큰 인기를 얻은 ‘재벌집 막내아들’ 9화에는 순양그룹 창업자의 딸 진화영(김신록 분)이 주식투자로 몰락하는 장면이 나온다. 극 중 1,000원도 안 되던 뉴데이터 테크놀로지 주식이 몇 달 만에 30만 원까지 상승했다가 폭락하면서 백화점 지분을 조카에게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작가가 억지로 그려낸 허구가 아니다. 1999년 여름부터 2000년 봄 사이에 새롬기술 주가는 실제로 150배나 상승했다가, 휴지조각으로 폭락했다.

□ 돌이켜보면 새롬기술의 몰락은 폭락이 시작될 때까지는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 너무 오른 것은 맞지만, 인터넷이라는 신기술 때문에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리하여 내 주식을 더 비싼 가격에 매입할 ‘더 큰 바보’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헛된 믿음에 기반한 공격 투자가 연쇄적으로 이뤄졌다. '상승장에서 나만 소외된다'는 포모(FOMO) 심리까지 가세하면서 코스닥 시장은 파국으로 향했다. 대부분 피해는 뒤늦게 뛰어든 개미투자자들에게 집중됐다.

□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취재현장에서 경험한 일련의 버블 형성과 버블 붕괴의 패턴은 비슷했다. 버블은 자산의 본질적 가치에 비해 시장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현상이지만, 처음에는 늘 그럴듯한 이유로 시작한다. 인터넷 혹은 서브프라임모기지 같은 신종 금융기법 등 전례 없는 혁신이 증시와 경기를 달궜다. 닷컴버블도, 2003년 카드사태도,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같은 패턴이 이어졌다.

□ 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넘은 이번 활황기는 과거와 다를까. 인공지능(AI) 혁명과 로봇, 배터리 등이 장밋빛 미래를 얘기한다. 이번에도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는 분석이 넘친다. 들뜬 분위기에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김영익 전 서강대 교수의 우려 메시지는 잊힌 지 오래다. 대학생과 가정주부까지 투자에 가담하면서, 대기 중인 예탁금이 100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쯤 되면 냉정한 대응을 당부하는 게 본업일 것 같은 금융당국마저 분위기에 휩쓸린 것 같아 의아하다.

조철환 오피니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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