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韓드라마 봤다간 처형, 뇌물 줄 돈 없으면 노동교화형”

박강현 기자 2026. 2. 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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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단체, 탈북민 25명 심층 인터뷰
“처벌 가혹... 연줄 있으면 경고로 끝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평안북도 농촌경리위원회 삼광축산농장 조업식에 참석해 '역사적인 중요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다 적발될 경우 장기간 노동교화형부터 공개 처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실제 처벌 수위는 개인의 재산과 사회적 연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가장 가혹한 처벌은 ‘뇌물’을 낼 형편이 없는 이들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 시각) 국제앰네스티 발표에 의하면,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적발된 주민들은 공개 망신, 수년간의 노동교화형, 심지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앰네스티는 2019~2020년 북한을 탈출한 주민 2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들의 증언을 종합한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인터뷰 대상자 대부분은 탈북 당시 15~25세였다고 한다.

◇“같은 죄라도 처벌은 돈에 달려”

북한은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곳 중 하나로 평가됐다. 국제앰네스티가 수집한 증언에 따르면, 최소한 2020년 이전까지 외국 문화나 정보에 접근하는 행위는 사형을 포함한 극단적 처벌로 이어지기도 했다.

보고서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시청이 현재 북한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에도, 단속에 걸렸을 때의 결과는 개인의 재산과 인맥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수천 달러의 뇌물을 내고 경고나 석방으로 사건을 ‘무마’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수년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았다.

2019년 탈북한 최수빈(39·이하 가명)씨는 “같은 행위를 해도 처벌은 전적으로 ‘돈’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돈이 없는 사람들은 교화소에서 나오기 위해 집까지 팔아 5000~1만달러(약 726만~1452만원)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이 금액은 대부분의 북한 가정에서 수년 치 소득에 해당한다.

◇“연줄 있으면 경고로 끝난다”

한국 드라마를 여러 차례 시청하다 적발됐지만 처벌을 피한 사례도 소개됐다. 2019년 탈북한 김준식(28)씨는 한국 드라마를 세 차례 시청하다 적발됐지만, 가족의 연줄 덕분에 처벌을 피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고등학생이 걸려도 집에 돈이 있으면 경고로 끝난다”며 “나는 가족의 연줄 덕분에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돈과 연줄이 없는 주민들은 같은 행위로도 장기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실제로 증언자의 지인들 가운데 일부는 수년형을 살았으며, 가족이 거액의 뇌물을 마련하지 못해 풀려나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다만 김정은이 지시한 집중 단속 기간에는 돈이나 연줄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외국 미디어 단속을 위해 국가보위성 산하의 이른바 ‘109상무’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법적’ 존재인 이들은 영장 없이 무차별적으로 거리에서 가방과 휴대전화를 수색하며, 체포된 주민이나 가족에게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수만 명 보는 가운데 공개 처형…학생들도 강제 참관”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공개 처형을 통해 주민 통제는 물론, ‘사상 교육’의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 미디어 유포 혐의자에 대한 공개 처형 현장에 수만 명의 주민이 동원됐고, 인근 학교 학생들까지 강제로 참관하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9년 탈북한 김은주(40)씨는 “중학교 때부터 공개 처형을 봤다”며 “‘한국 미디어를 보거나 유포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교육 같았다”라고 증언했다.

학교는 ‘공개 망신’의 장소로도 통했다. 2019년에 탈출한 김예림(26)씨는 외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몇 시간 동안 ‘공개 질책’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공포와 부패 위에 세워진 시스템”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당국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비롯해 외국 미디어 접근을 범죄화하는 법률을 즉각 폐지하고, 사형과 공개 처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어린이들과 미성년자를 공개 처형 현장에 노출시키는 행위는 국제 인권 기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사라 브룩스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정보 유입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공포는 주민 전체를 이념적 감옥에 가둬놓고 숨막히게 하고 있다”며 “외부 세계를 알고 싶어 하거나 단순한 오락을 즐기려는 사람들조차 가장 잔혹한 처벌에 직면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포와 부패 위에 세워진 이 자의적 시스템은 정의의 기본 원칙과 국제 인권 기준을 정면으로 위반한다”며 “북한 주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반드시 해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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