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속도 내달라" 오죽하면 대통령이 나섰나… 22대 국회의 민낯 

이지원 기자 2026. 2. 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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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선출권력의 민망한 입법 보고서 4편
“민생 살리겠다” 목소리 높였던 여야
합당론, 제명 파문 등 당파 싸움만
“국회는 내전 중”이란 조롱까지…
뒷전으로 밀려난 민생 법안들
일하는 국회 만들 법안은 실종
22대 국회 초심 지키고 있을까
여야는 국회 임기 초부터 협치 대신 정쟁을 일삼았다. 사진은 22대 국회 개원식.[사진|뉴시스]
# 여권은 '합당론'을 두고 연일 잡음을 낸다. 야권은 '제명 논란'으로 시끄럽다. 여야가 볼썽사납게 싸우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바람 잘 날 없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빛은 싸늘하게 식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입법기관'으로서 역할을 뒷전으로 밀어낸 지 오래여서다. 오죽 답답했으면 대통령이 나섰다.

# "입법과 행정, 입법과 집행에 속도를 더 내달라." 이재명 대통령이 1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1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꼬집은 말이다. 이 대통령은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속도가 더뎌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는 속내까지 내비쳤다.

# 이런 상황에서도 여야는 상대방을 향한 삿대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여권은 "필리버스터만 없었으면 입법 속도가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야권은 "국회 독재 때문에 입법이 안 된다"고 맞받아친다. 과연 22대 국회는 일을 하긴 하는 걸까.

# 아쉽게도 22대 국회는 개원 처음부터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 '가장 순수하게 일했다고 여겨지는' 개원 후 보름간 발의된 법안 402개 중 공포된 건 5.2%(21건ㆍ이하 2025년 12월 24일 기준)에 그쳤다. 여권의 필리버스터도, 야권의 국회 독재론도 변명거리가 되기 어렵다. 402건 중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한 법안이 231건(57.4%)에 달하기 때문이다. [※참고: 이 기사에서 집계한 법안 통계는 언급했듯 2025년 12월 24일 기준이다.]

# 이를 의식한 듯 일부 여당 의원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2대 국회의 법안 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면서 "국회에 '민생·개혁 입법 고속도로'를 구축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적ㆍ정책적 노력을 한다는 대원칙을 우리가 제대로 실행하고 있느냐를 묻는다면 반성할 지점이 분명이 있다"고 밝혔다. 과연 우리는 22대 국회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선출권력의 민망한 입법 보고서 4편을 통해 전망해 봤다.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입법활동'은 책무다. 하지만 떠들썩하게 법안 발의만 해놓고 처리는 나몰라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를 실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우리는 '그래도 가장 순수하게 일했다고 여겨지는' 개원 후 보름간 발의된 법안 402개의 현재를 추적했다. 안타깝게도 그중 공포된 건 5.2%(21건)에 그쳤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년 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민생은 아팠고, 서민은 힘들었다. 2024년 5월 30일 가슴에 금배지를 단 의원들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민생을 살리겠다" "민심을 읽겠다"고 부르짖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막상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달라졌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보름(2024년 5월 30일~6월 12일)간 쏟아진 법안들은 민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스쿠프가 2024년 6월 '22대 국회 보름의 입법 기록물: 총 402건 중 민생 법안은 21.1%에 그쳤다(더스쿠프 통권 602호)' 기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복기하면, 총 402건의 법안 중 민생 법안은 85건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1년 6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전체 법안 중 절반 이상(231건ㆍ57.4%·이하 12월 24일 기준)이 국회 소관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한편에선 "예견됐던 결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 22대 국회는 역대 가장 늦게 개원식을 열었다. 각종 '특검법'을 두고 대치하느라, 임기 시작 96일 만인 2024년 9월 2일에야 문을 열어젖혔다. 처음부터 협치 따윈 없었던 국회, 그렇다면 보름간 쏟아냈던 법안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 정쟁만 남긴 특검법안 = 視리즈 '선출권력의 민망한 입법 성적표 2편'에서 살펴봤듯 여야 할 것 없이 '특별검사법(특검법)'을 쏟아냈다. 물론 특검 도입 필요성이 있는 사안도 있었지만, 민생보다 시급한 이슈였는지엔 의문부호가 찍힌다.

일례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임기 첫날인 5월 30일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을 따져 묻겠다며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조국혁신당의 '1호 법안'이었다.

국민의힘도 가만있지 않았다. 6월 3일엔 윤상현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의 비위행위를 수사해야 한다며 '김정숙 여사 특검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렇게 여야가 '주고받은' 특검법안 중 현재 국회를 통과한 건 한건도 없었다.

[※참고: 지난 6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된 김건희 특검법은 서영교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김건희와 명태균ㆍ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사진|뉴시스]
■ 시급할 것 없던 지구당 부활법안 = 특검법안만큼 여야 의원들이 서둘러 제출한 법안 중 하나가 '지구당 부활 법안'이다. 지구당은 과거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마다 설치돼 있던 중앙정당의 하부조직이다. 지역 민심을 반영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었지만,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이란 비판도 적지 않았다.

결국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이회창 후보를 앞세운 한나라당이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2004년 정당법이 개정됐고, 지구당은 폐지됐다.

그런 지구당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건 국민의힘 내부에서 22대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취약한 지역 조직'을 꼽기 시작하면서다. 여기에 지지층의 결집을 강화하고자 하는 민주당까지 합세했다.

윤상현(국민의힘)ㆍ김영배(민주당) 의원이 지구당을 부활시키는 내용을 담은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 5건을 대표발의했다. 두 의원 모두 민생은 제쳐두고 지구당 부활 법안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택했지만, 정작 처리된 건 한건도 없었다. 5건 모두 소관위 계류 중이다.

■ 민생 법안 처리 현황① = 그렇다면 민생 법안들의 상황은 어떨까. 22대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제출한 민생 법안 중 하나가 '저출생' 관련 법안이었다.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2명(국가데이터처ㆍ가임여성 1명당)으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 치울 만큼 저출생 문제 해결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육아휴직 기간 연장, 출산휴가 분할 사용 가능 횟수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ㆍ난임치료휴가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11건이나 발의됐다. 이 외에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 불이익 해소, 출산 시 근로시간 단축 기간 확대, 출산전후 휴가 시 급여 지원 기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5건)' '근로기준법 개정안(4건)' 발의도 줄을 이었다.

다만, 이들 법안 대부분은 대안에 반영되면서 모두 폐기됐다. 보름 만에 내놓은 법안이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단 방증이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민생을 살리겠다고 부르짖었다.[사진|뉴시스]
■ 민생 법안 처리 현황② = 그나마 대안반영이라도 된 건 다행이다. 소관위에 발목이 묶여 있는 법안도 숱하다. 대표적인 게 '아동수당법 개정안'이다. 전진숙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현행 8세 미만인 아동수당 지급연령을 18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지급금액을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동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법안이지만, 예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소관위에 계류 중이다.

또다른 민생 법안인 '간병비 부담 경감' 법안의 처지도 똑같다. 22대 국회를 개원하자마자 보름간 '의료급여법 개정안(3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3건)' 등 총 6건의 관련 법안이 쏟아졌지만 소관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내려놓고 '일하는 국회'를 지향할 법안들을 처리한 것도 아니다. 소관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황정아 민주당 의원ㆍ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적이다.

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엔 국회의원이 형사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될 경우 형사재판 기간 지급된 수당을 환수하고,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다음달 지급할 수당ㆍ입법활동비 등을 감액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국회의원 도덕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겠지만, 금배지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이처럼 22대 국회는 '이번엔 다를까'란 국민의 기대를 외면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22대 국회에서만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던 자신들의 약속을 얼마나 지켰을까. 또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들은 얼마나 내려놨을까. 이 이야기는 視리즈 '선출권력의 민망한 입법 성적표 5편: 내려놓지 않은 특권들'에서 이어나가보자.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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