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책 신뢰 못 해”…분리독립 바람 부는 加 앨버타
트뤼도 전 총리의 친환경 정책에 ‘직격탄’
‘서부 소외론’ 누적되다 결국 폭발
美, 의도적 내홍 부추김 의혹도
캐나다 중서부에 위치한 앨버타주(州)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거세다. 연방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에 최근 미국 정계의 노골적인 개입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주민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는 평가다.

캐나다 유력지 글로브앤메일에 따르면 보수 성향이 강한 앨버타주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흐름이 조직적 움직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앨버타주는 1905년 노스웨스트 준주에서 분리돼 주(州)로 편입됐으며, 로키산맥과 밴프·재스퍼 국립공원, 산악 도시 캔모어, 캐나다 제4의 도시 캘거리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오일샌드(모래와 석유가 섞인 자원)가 매장된 에너지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분리 독립 운동은 앨버타의 지역주의 정당 연합보수당의 지역위원장이자 앨버타 번영 프로젝트(Alberta Prosperity Project·APP) 대표인 미치 실베스트르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 실베스트르는 직전 1년간 분리 독립 국민투표를 추진하기 위해 앨버타 전역에서 설명회를 100회 이상 진행했으며, 5월 2일까지 유권자 17만8000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앨버타 주민 약 29%가 분리 독립을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베스트르는 오타와 연방정부와 캐나다 동부 지역 엘리트층에 대한 반감을 서명 운동의 주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대량의 펜타닐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현 캐나다 이민 정책이 기존 백인 계층을 대체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는 음모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왔다. 앨버타의 천연자원 수익이 동부로 이전되면서 지역은 실질적 혜택에서 소외됐다는 주장도 반복한 바 있다.
분리 독립 여론은 앞서 전임 쥐스탱 트뤼도 행정부가 새 기후변화 정책을 마련하면서 급속히 형성된 것으로 관측된다. 2023년 트뤼도 총리가 2035년까지 캐나다에서 석탄·가스 개발을 단계적으로 중단, 모든 신차를 100% 무공해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석유 산업을 주도하는 앨버타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앨버타에서는 이전에도 연방 정부가 에너지·환경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서부 지역을 도외시한다는 이른바 ‘서부 소외론’이 수십 년간 누적된 바 있다. 앨버타는 캐나다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경제를 떠받치는 지역임에도, 인구 규모가 온타리오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정책 결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연방 정부의 탄소세와 송유관 규제 역시 이런 불만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스미스가 이끄는 앨버타 주정부도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스미스 주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통합보수당(UCP) 소속 의원 다수가 분리 독립 국민투표 청원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미스 주총리 또한 분리 독립 움직임을 막아달라는 동료 주총리들의 요청에 대해 “주권 확보가 우선”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스미스 주총리는 ‘앨버타 주권법’을 통과시키며 연방정부 법률 적용을 거부할 권한을 확보하는가 하면, 더 적은 시민 서명으로도 주민 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여기에 미 국무부가 지속적으로 APP를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리 독립 운동은 추가 동력을 얻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P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지난해 4월부터 미 국무부 관계자들을 세 차례 만났으며, 이들은 내달 중으로 네 번째 만남을 추진 중이다. APP의 법률 고문 제프 래스는 “미국이 앨버타 독립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 국무부는 만남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다만 법적으로 앨버타주가 독립에 성공하려면 상당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1988년 캐나다 대법원 결정에 따르면 어떤 주도 일방적으로 독립을 결정할 수 없으며, 독립을 위해서는 ‘명확한 다수’의 지지와 연방정부 및 타 주들과의 헌법 개정 협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건국 이래 동부 퀘벡주가 줄곧 분리독립 움직임을 이어왔으나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은 이유다.
일각에서는 캐나다를 미국으로 편입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이웃국의 내홍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캐나다에 35%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을 지속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캐나다 다연방을 해체하기 위해 앨버타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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