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지원 끊겼는데’…영화계 성폭력 피해자들이 ‘든든’에 남은 이유 [플랫]

플랫팀 기자 2026. 2. 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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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OO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은 문화예술계 전반의 성폭력 문제를 폭로했다. 영화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8년 3월 개소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든든)’은 남성 중심적인 영화 현장의 폐해를 더 묵과하지 않겠다는 영화인들의 자성이 모인 결과였다. 비영리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여영모)’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공동 운영으로 시작된 이 공간은 7년간 영화계 내에서 성폭력·성희롱 예방교육과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담당했다.

하지만 든든은 지난해 멈추어 설 위기에 처했다. 영진위는 ‘예산 집행의 부적정성’을 개선하겠다는 이유로 2023년부터 한국영화 성평등센터 운영 사업을 수행할 단체 선정을 공개 입찰로 전환했는데, 2025년 조달청을 통한 입찰에서 든든이 아닌 한 영리 노무법인이 선정됐다. 이로써 지난해 5월부터 든든에 대한 영진위의 자금 지원이 중단됐다.

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문체부와 영진위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 사업 관련’ 영화단체 및 한국성폭력상담소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선아 여성영화인모임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법률자문과 상담을 받고 있던 피해자 다수가 새 노무법인이 아닌 든든에 남기를 바랐고, 새로 상담이 필요한 피해자들까지도 이곳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영모 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에 든든에서 지원받던 19명 중 8명만이 노무법인으로 사건을 이관했고 나머지는 잔류를 희망했다고 한다. 신규로 든든에 상담과 신고를 접수한 성폭력 피해자는 현재까지 16명에 달한다.

“신규 상담은 의료·법률지원비 지급이 어렵다고 설명해 드려도 피해자들은 (새 노무법인이 아닌) 잔류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김선아 여영모 이사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임순례 감독과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초대 공동센터장을 맡는 등 영화인들이 주도해 설립한 만큼 든든만큼 영화계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는 곳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김 이사장은 “영화계는 네트워크 중심의 프리랜서 계약이 대부분으로 피해를 알렸을 때 고용 불이익이나 2차 피해가 우려될 수 있다”며 “든든은 단순 법률지원뿐 아니라 (영화인으로서) 피해자들과 함께 이 어려움을 돌파하는 지지대가 되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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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업체가 성평등센터가 아닌 노무법인이라는 데서 의아함을 표하는 피해자들도 있다고 한다. 입찰은 1년마다 이뤄지는데, 또 다른 업체가 선정된다면 피해 상황 등 민감 정보를 이관해야 한다는 불안정함도 있다. 든든의 자문 변호사로 피해자를 지원했던 전다운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영진위가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최저가 입찰’에 붙여서 1년 단위로 위탁기관을 재선정하겠다는 건 사업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든든이 설립된 후 영화계에서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는 현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파행 이전에는 든든을 통해 정기적으로 온·오프라인 교육을 받았다”며 “단순 지식을 전달받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성평등한 현장을) 함께 고민하고 약속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신뢰는 1년 단위 공모방식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여영모는 지원이 끊긴 후 긴급 법률지원이 필요할 경우 자체 회비,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관련 지적이 나오자, 영진위는 2개월분(지난해 11~12월)의 인건비와 기존 피해자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신규로 접수된 피해자는 해당사항이 없다. 여영모 관계자 등은 이날 영진위에 “사업 목적과 성격에 맞지 않는 현재의 영리 노무법인 위탁 연장 운영을 중단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정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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