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데이팅앱 운영했는데... ‘영업정지’ 맞은 결정사
종로구청 결혼중개업법 위반으로 영업 정지 통보
결혼 중개하지 않는데도 해당 법 적용
해외 서비스 대비 국내 업체 역차별 지적도

국내 최초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만든 온라인 매칭 서비스가 폐업 위기에 놓였다. 당국이 “결혼중개업법의 표준 약관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선우는 “이 서비스는 (결혼 중매 서비스가 아닌) ‘틴더’ 같은 데이팅 앱”이란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매칭 서비스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결혼중개업법이 아닌 전자상거래법 적용을 받아왔는데, 규제 당국이 업계 현실을 외면한 채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해 멀쩡한 신규 플랫폼이 문 닫게 생겼다”고 말했다.
선우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중국·일본·유럽·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매칭 서비스 ‘커플닷넷’을 구축해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150억원을 투자했다. 선우에서 결혼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300만~10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커플닷넷의 회원 가입비는 8만~50만원 수준으로 훨씬 저렴해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커플닷넷 이용자는 현재 10만여 명이다.
서울 종로구청은 그러나 지난달 22일 ‘2월 2일부터 영업을 정지하라’고 통보했다. 커플닷넷이 결혼중개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표준 약관에 따라 회원 동의를 받지 않고 전자상거래법의 표준 약관에 따라 회원 동의를 받았다는 이유다. 이웅진 선우 대표는 “결혼중개업법상 결혼중개 행위는 결혼을 위한 상담 및 알선 등의 행위를 전제로 한다”면서 “온라인 매칭 서비스는 커플 매니저의 개입 없이 회원 스스로 진행하기 때문에 결혼중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플닷넷은 결혼중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데도 결혼중개업법을 어겼다며 영업 정지를 통보한 것이다.
종로구청은 또한 회원 상대 안내 문자 발송 금지, 홈페이지 폐쇄, 결제 시스템 차단, 환불 조치를 시행하라고 통보했다. 환불 조치를 완료했다는 리스트까지 만들어서 구청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종로구청 요구대로 하면 커플닷넷은 곧바로 문을 닫아야 하고 수십억 원을 환불해야 한다”면서 “지난 20년간 종로구청이 매년 실사를 나왔을 때는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 갑자기 이러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 이후 벌금 한 번 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틀 뒤 “종로구청이 선우에게 내린 집행정지 26일의 처분을 2월20일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당장은 서비스 운영이 가능해졌지만 선우는 종로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소송에서 진다면 선우뿐 아니라 그 어느 업체도 한국에서는 온라인 매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 경우 미국으로 커플닷넷 본사를 옮기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와 관련 “국내 플랫폼만 역차별당한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틴더 등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온라인 매칭 서비스는 전자상거래법에 의해 회원 가입을 받고 있지만 아무런 제약 없이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규제 만능주의의 폐해를 보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정리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은 “커플닷넷은 해당 업체가 ‘국내결혼중개업’으로 신고한 선우의 대표 홈페이지이며 홈페이지 하단에는 결혼중개업 등록번호를 명시하고 있어, 스스로 법적 규제 대상임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실제 운영 방식 역시 결혼을 목적으로 수수료를 받고 학력·종교 등 민감한 프로필을 수집하고 만남 상대를 업체가 추천함으로써 회원 간 만남에 개입하고 있기에 결혼중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처분 과정에서 커플 매니저가 계약 전후로 직접 상대방을 추천하고 사진을 전송하는 등 명확한 중개 행위 증거가 포착됐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5일 “종로구청이 선우에게 내린 영업정지 26일의 처분 집행을 영업정지처분취소 사건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영업 정지 처분으로 선우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위 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음이 소명된다”면서 “해당 처분의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기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시아 베스트 바 13위…청담 앨리스가 증명한 ‘K-바텐더’의 힘
- 가을 전어는 있어도 봄 도다리는 없다… ‘진짜’ 제철은 5월부터
- 혁명군과 게릴라들의 무기 ‘AK 소총’의 아버지를 만나다
- 유류 공급 불안정… 체육센터도 ‘긴급 휴장’
- 엡스타인 사건 처리에 불만… 트럼프, ‘충성파’ 법무장관 잘랐다
- [바로잡습니다] 3월 25일 자 A2면 ‘하늘길 줄어들고, 종이 포장 늘어나고’ 외
- 대형 교량 끊었다, 美 ‘석기시대’ 대공세
- 한·프랑스 정상 “호르무즈 수송로 확보 위해 협력”
- 미국 아르테미스 vs 중국 창어… 어느 ‘달의 여신’ 먼저 웃을까
- 검찰의 ‘진술회유’ 수사, 특검이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