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슬픔을 거부한다…‘이란 시위’ 희생자 장례식서 춤추며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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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정부 시위 사망자의 장례식에서 흥겨운 노래를 틀고 춤을 추는 행동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3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최근 이란 곳곳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사망자의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며 춤을 춘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테헤란 나지아바드 지역에서 열린 시위에서 정부군이 쏜 총을 맞고 사망한 17살 밀라드의 장례식에서 그의 가족과 친척들은 그가 가장 좋아하던 이란 가수의 낭만적인 발라드곡에 맞춰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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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회 자유 위해 순교…자부심의 원천”
히잡 시위 처형자 유언서 영감 얻었단 주장도

이란 반정부 시위 사망자의 장례식에서 흥겨운 노래를 틀고 춤을 추는 행동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3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최근 이란 곳곳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사망자의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며 춤을 춘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 장례식은 보통 이슬람 성직자가 주재하는 엄숙한 전통 장례식으로 치러졌지만, 이런 엄숙함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슬람 정권에 반대하는 뜻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란에선 주로 결혼식이나 사적인 파티 등 외부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춤을 추지만, 시위대 장례식은 야외에서 열려 공개적으로 춤을 추며 정면으로 종교적 규율을 거슬렀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들에서는 여성들이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히잡을 쓰지 않고 대중가요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지난 8일 테헤란 나지아바드 지역에서 열린 시위에서 정부군이 쏜 총을 맞고 사망한 17살 밀라드의 장례식에서 그의 가족과 친척들은 그가 가장 좋아하던 이란 가수의 낭만적인 발라드곡에 맞춰 춤을 췄다. 이란 당국은 가족들에게 주검보관소에 있는 밀라드의 주검을 내주는 대가로 약 1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북유럽 에스토니아에 사는 밀라드의 형 레자는 “가족들은 밀라드가 원했을 일을 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춤을 췄고, 슬픔 속에서도 그의 생기 넘치는 삶을 기렸다”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런 저항 방식이 2022년 ‘여성, 생명, 자유’ 시위(히잡 시위) 당시 처형된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르드(23)의 유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라흐나바르드는 처형당하기 전 “누구도 나를 위해 슬퍼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신 음악을 연주하고 축하하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이란 평론가 호세인 가지안은 “최근 많은 조문객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들을 살해한 자들이 공유하는 종교적 애도는 그 흔적이라도 담고 싶어하지 않는다”라며 “이 즐거워하는 모습은 잔혹한 억압세력과 맞선 투쟁을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지난달 28일 이란 화폐 리알화 가치 하락 등 경제난으로 시작된 시위는 폭력 충돌로 번졌고, 지난달 8~10일 이란 정부군, 혁명수비대, 친정부 바시즈 민병대 등이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사망자가 3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기반 이란 매체 인권활동가통신(HRANA)은 이날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6872명(군인·민병대 등 214명)으로, 1만1280건의 사망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레슬리 로버츠 미국 컬럼비아대 인구보건학 교수는 “국외 이란 연구자들이 더 정확한 사망자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작업하고 있으며, 이런 작업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린다”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이란 출신 프랑스 로렌대학교 교수 사이드 파이반디는 “이란 사회 전체와 개인의 삶 전반에 종교 규범을 강요하려는 신정 정부에 맞선 저항”이라며 “이들은 정부에 ‘우리는 자유를 위해 순교한 사람을 위해 울지 않는다. 그들은 올바른 길을 선택했고, 우리에겐 자부심의 원천이다’라고 말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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