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철강 현장에도 ‘피지컬 AI’…포스코·현대제철, 고위험 물류·검사 로봇 투입

포항 철강현장에도 '피지컬 AI'시대가 열리고 있다.
◆피지컬 AI 시대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진화했다.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더 이상 단순한 자동화 설비가 아니다. 이제 생산성과 안전을 동시에 책임지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제조업에서 로봇의 역할은 반복 작업을 넘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복잡한 공정과 위험 작업에서도 로봇이 활약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간한 '세계 로보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 로봇 시장이다. 2024년 기준 국내에 새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3만596대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3%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실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3만9천190대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로봇 활용 수준을 보여주는 '로봇 밀집도'에서는 한국이 세계 최고다. 2023년 기준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는 1천12대로 세계 1위다.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구축된 자동화 인프라에 더해, 최근 1~2년 사이 물류 로봇과 협동 로봇 도입이 늘었다.
업계는 현장의 로봇 활용도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철강산업 제조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철강업은 고온·고중량·고위험 작업이 많아 인력 의존도가 높고 산업재해 위험도 컸던 분야다. 이에 따라 로봇을 활용한 공정 자동화와 위험 작업 대체는 오래전부터 중요한 과제로 인식돼 왔다.
최근에는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사람과 함께 비정형 작업도 수행할 수 있는 협업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협동 로봇과 자율이동로봇(AMR)을 시작으로, 인공지능 기반 인식·판단 기술을 결합한 고도화된 로봇 도입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으로 옮겨가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추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포스코그룹,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추진
포스코그룹은 4일 포스코, 포스코DX, 포스코기술투자,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페르소나 AI와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철소 현장 적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실제 제철소 적용을 목표로 한 전략적 협력이다.
역할 분담도 명확하다. 포스코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할 작업 공정을 발굴하고 적용성과 안전성을 검증한다. 포스코DX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철소 환경에 맞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동 개발한다. 포스코기술투자는 PoC(사업 검증)를 통해 상용 가능성을 점검한다.
페르소나 AI는 제철소 산업 현장에 특화된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 개발을 맡는다. 실증 무대는 철강재 코일 물류 관리 공정이다. 압연 공정을 마친 철강 코일은 무게가 무려 20~40t에 달한다. 하역 작업에는 크레인이 필수다. 특히 크레인 벨트를 코일에 체결하는 작업은 사고 위험이 크고, 작업자 신체 부담도 높다.
포스코는 이 공정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작업자와 협업하도록 할 계획이다. 로봇은 위험 구간을 담당하고, 작업자는 관리와 판단에 집중하는 구조다. 물류 작업은 철강 현장에서도 사고 위험이 높은 공정이다. 반복적인 중량물 취급으로 근골격계 질환 우려도 크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실증에서 안전성과 협업 가능성이 확인되면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휴머노이드 이전 단계의 로봇 기술도 이미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제철소 내 고온·고위험 설비 점검에는 4족 보행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용광로나 접근이 어려운 설비 주변을 자율 주행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점검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면서 안전성과 효율이 동시에 개선됐다. 포스코는 이를 스마트 팩토리를 넘어, 사람·AI·로봇이 협업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로의 진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 태깅·검사 공정까지 로봇 확대
현대제철 역시 로봇을 활용한 공정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 특수강 공장에 선재 태깅 로봇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선재 태깅은 제품 이력과 규격 정보를 담은 태그를 부착하는 작업으로, 정확성과 안전성이 요구된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직접 태그를 부착했다. 선재 태깅 로봇은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하는 선재를 스캔해 부착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태그를 정확히 부착한다. 이를 통해 태그 오부착으로 인한 강종 혼재 등 품질 리스크를 줄였고, 작업자의 직접 작업도 최소화했다.
시스템은 조립 로봇, 부착 로봇, 컨베이어, 코일 고정장치, 안전 펜스로 구성됐다. 조립 로봇이 태그에 클립을 부착하면, 컨베이어가 선재를 이송하고 부착 로봇이 태그를 붙이는 방식이다. 현대제철은 이탈리아 자동화 전문 기업 폴리텍과 협업해 약 2년에 걸쳐 시스템을 설계했다. 로봇 가동 구역과 작업자 동선을 분리해 안전성도 강화했다.
현대제철은 인천 공장에 고온 빔 블랭크의 치수와 표면 온도를 검사하는 형상 분석 로봇도 도입했다. 생산부터 검사, 출하까지 전 공정의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있다. 로봇을 통해 작업 효율을 높이고, 고위험 작업을 구조적으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철강업계의 로봇 도입이 자동화 경쟁을 넘어 '협업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이 성숙하면서, 기존에 자동화가 어려웠던 비정형·복합 작업까지 로봇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시도는 제조 현장의 안전 기준을 높이는 동시에, 자율 제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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