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길을 묻다 ⑦] “첫 길을 내고, 잘 나누고, 다 같이 가야죠”
"탄소중립법 개정이 올해 최우선 과제"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 이어지고 탄소예산은 바닥을 드러냈다. 생태위기가 재난을 넘어 붕괴로 이어진다는 경고가 쏟아진다. '기후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라'는 요구가 정치권에 빗발치지만 환경 문제는 자꾸 경제논리 뒤로 밀린다.절박한 2026년을 맞아 우리 정부와 기업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그 과정에서 시민에게 주어진 역할은 무엇일까? <뉴스펭귄>은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주요 환경단체 10곳에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인터뷰는 크게 네 갈래다. 지금까지 어디에서 누구와 무슨 활동을 했는지, 지난 2025년의 키워드가 뭐였는지, 기후위기 한복판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절실한 의무는 뭔지, 마지막으로 2026년의 숙제는 무엇인지다. [편집자 주]
"NDC가 뭔가요?" 지나가는 시민을 붙잡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뜻하는 이 약어는 대한민국 기후정책의 뼈대지만 정작 시민들에게는 낯설고 추상적이다. 배출권거래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73%를 커버하는 핵심 제도지만 대기업들이 이를 통해 얼마나 돈을 버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플랜1.5는 이 '보이지 않는 제도'에 집중한다. 법과 제도를 분석하고 기존 규제를 어떻게 강화할지 고민한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자고 외치면 법 제정까지 3-4년이 훌쩍 지나간다. 그 사이 우리에게 남은 '탄소예산'은 바닥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미 작동 중인 규제를 최대한 활용하는 쪽을 택했다.
2022년 세 명이 모여 만든 작은 단체지만 성과는 가볍지 않다. 2024년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미래 세대 환경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릴 때, 플랜1.5 변호사들이 대리인단으로 참여해 핵심논리를 제공했다. 아시아 최초의 기후 관련 위헌 판결이었다.
국회는 곧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법으로 정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숙제다.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2040년, 2045년, 2050년 NDC를 한꺼번에 정하는 셈"이라며 "향후 25년치 NDC를 지금 결정하는 만큼 이것이 2026년 가장 중요한 변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걸어온 길] "NDC에만 집중하는 단체가 없어서"
Q. 플랜1.5는 어떤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나요?
A. 공식적으로는 2022년에 만들어졌어요. 지금 함께 활동하는 윤세종 활동가, 그리고 현재 국회의원인 박지혜 의원, 이렇게 세 명이 모였죠.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저희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명확했어요.
기후위기를 다루는 단체들은 많지만,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요. 특히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는 NDC만 집중적으로 전문적으로 다루는 단체는 더욱 드물었어요. NDC에는 전원믹스, 배출권거래제, 기타 규제들이 다 연동돼 있거든요. NDC를 강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그 이후 대응이 어려워지는 구조예요.
두 번째 문제의식은 기존 단체들이 다루는 영역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점이었어요. 탈핵, 탈석탄, 재생에너지, 철강 등 각 섹터마다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약간 파편화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전반적이고 통일된 전략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기존 환경단체들과 가장 다른 점은 뭘까요?
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은 많았어요. 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면 법도 만들고 시행령도 만들고 하면서 3-4년은 금방 지나가 버리거든요. 적절한 시기에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저희는 기존에 있는 규제들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게 더 효과적이고 빠른 길이라고 판단했거든요. 배출권거래제나 자동차배출기준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에요.
그래서 저희 단체의 핵심 가치를 세 가지로 정했어요. 첫째는 '길내기', 남들이 하지 않는 영역을 새로 개척하는 것. 둘째는 '나누기', 우리가 낸 길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연대를 강화하는 것. 셋째는 '같이 가기', 단체 내부와 외부 모두 연대를 강화해서 흐름을 만들어가는 거죠.
Q. 처음 던진 메시지에 어떤 반응이 돌아왔나요?
A.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였어요. 기후정책 퇴행을 막자는 게 기본적인 문제의식이었죠. 저희가 가장 크게 집중했던 부분은 NDC와 배출권거래제였어요.
배출권거래제는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73%를 커버하는 굉장히 중요한 정책 수단인데, 너무 기술적이고 전문적이라는 이유로 모니터링이 쉽지 않았어요. 아예 배출권거래제를 전면 부정하는 단체도 있었고요.
저희는 그 대신 배출권거래제 10년 동안의 거래 실적을 분석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배출권 거래를 통해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분석해서 보도자료를 냈어요. 처음으로 이런 메시지가 반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환경부, 산업부 공무원들과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요. "환경단체가 이렇게 전문적이고 테크니컬한 제도를 분석하고 비판할 줄 아네",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이네" 하는 반응이었죠.

Q. 단체 활동 초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A. 온실가스는 사실 눈에 잘 안 보이잖아요. 핵발전소, 석탄발전소, 태양광패널 같은 건 눈에 보이니까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친숙하게 느끼는데, NDC나 배출권거래제는 제도와 목표에 해당하는 거라서 눈에 보이지 않거든요.
이 콘텐츠를 잘 분석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언론과 시민들에게 알릴 것인가, 그게 제일 어려웠어요.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이슈를 잘 아는데 이걸 쉽게 풀어서 시민들한테 전달하는 건 정말 어렵죠.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에요.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NDC가 뭔가요?"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모를 거예요. 아무리 언론에 나와도 추상적인 내용이라 잘 와닿지 않죠. "2035년 감축 목표를 53%로 하네, 60%로 하네" 이런 뉴스를 봐도 일반 시민들은 각 숫자가 가지는 의미를 잘 모르세요. 체감이 안 되니까요.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단체를 설립하다 보니 인지도를 어떻게 단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인가도 숙제였죠. 이건 아직도 저희가 계속 가져가야 할 고민이에요.
Q. 단체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있다면요?
A.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재작년 헌법재판소에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을 때예요. 저희 단체에서 윤세종 활동가와 최창민 활동가가 변호사라서 대리인단으로 참여했고, 상당 부분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
탄소중립 기본법이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헌재 판결은 아시아 최초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환경 사건 관련 여러 역사적 판결들 중에서도 한 꼭지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고 획기적한 사건이었어요.
그 사건 이후 저희는 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어떻게 이행시킬 수 있을 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일반 시민들에게 이 판결의 의미를 알릴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어요. 아직까지도 많은 분들이 이런 판결이 있었다는 걸 잘 모르세요. 정부 공무원들도 이 중요성을 많이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번째는 배출권거래제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 같은 현재 작동하고 있는 규제들을 강화하는 활동이었어요. 이런 내용들이 100%는 아니지만 일정부분 법개정 형태나 할당계획, 시행령 개정으로 반영되는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이라 일반 시민들이나 언론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30년까지 NDC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저희가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봐요.
Q. '플랜1.5'라는 이름은 1.5도 상승을 막자는 의미죠? 그런데 이 목표가 실패했다는 보도가 지난해 말 이어졌는데요.
A. 친구들도 많이 물어봐요. "뉴스에서 1.5도 실패했다는 얘기 나오는데 단체 이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장난식으로요.
그런데 1.5도 라는 건 달성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달성 여부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저희 단체가 지향하는 바를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1.5라는 숫자가 그냥 나온 게 아니고,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인 IPCC에서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온도 목표로 제시한 거잖아요. 그 목표가 파리협정문에 제시됐고요.
파리협정의 정신이 유효한 지금, 저희 단체의 지향도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한다고 봐요. 1.5도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현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니까 인정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달성할 수 있다는 희망이나 이정표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 계속 플랜1.5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될 것 같아요.
Q. 작은 조직의 강점과 한계가 있을까요?
A. 어떤 조직이나 각각 장단점이 있죠. 장점은 어떤 이슈에 대해서 기민하게 빠르게 효과적으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움직일 수 있다는 거예요. 경력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활동가들이 경험을 결합해서 저희만의 전략을 만들어내고 빠르게 대응하는 게 장점이죠.

[지난 1년을 묻습니다] "NDC 공론화 위한 정부 노력 부족했다"
Q. 최근 1년 동안 기후위기를 심화시킨 사건이 있다면요?
A. 최근 1년은 사실 비상계엄과 내란으로 혼란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1년만 놓고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시간을 좀 확장해보면,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기후정책이 대폭 퇴행했고 약 3년 정도 공백이 있었던 거잖아요.
이 게임은 상대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다들 달리고 있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상대적으로 나는 항상 뒤처지게 되는 거죠. 지난 3년간 우리나라 기후정책은 가만히 있는 것도 모자라서 퇴행을 시켜버렸어요. 재생에너지 목표도 축소시키고,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도 삭감시키고, 다른 기후정책도 대폭 후퇴시켰어요.
이런 부분들이 다른 나라, 혹은 기업 레벨로 내려가면 기업 간 경쟁력 수준을 대폭 후퇴시킨 거예요.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고, 이걸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따라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요.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업들의 투자, 예산,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규제들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지 등 총체적으로 다시 바뀌어야 해요.
Q. 가장 쉽지 않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작년 하반기에 2035년 감축 목표 NDC 수립 과정에서 대응했던 게 가장 주요한 활동이었어요. 저희 단체가 가진 역량과 자원을 최대한 집중했죠. 기후위기비상행동 같은 연대체와 결합해서 여러 캠페인과 활동들을 집중적으로 진행했고요.
일반 시민 입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효과적인 메시지를 만드는 데 미흡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정도에 따라 정책에 대한 인지도나 관심도가 형성되는데, 그런 인지도나 인식이 많이 부족했던 거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도 미흡했던 것 같아요. 정부가 대국민토론회를 열고 공론화를 몇차례 했지만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했는지 돌이켜보면요.
유튜브에서 토론회 몇 번 하고 간담회 하면 끝이잖아요. 평일 오후에 유튜브 생중계한다고 몇 명이나 볼까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죠.
Q. 성과도 있었을까요?
A. 결과적으로 2035년 NDC가 53~61%로 결정됐잖아요. 처음에 4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시민사회가 제시하는 안(67%)을 정부가 하나의 시나리오로 인정하고 대국민 공개 논의에 포함시켰다는 건 일정 부분 성과라고 생각해요. 최종적으로는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지만요.
그렇지만 이건 일시적인 성과라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여전히 저희한테 숙제로 남아 있어요. 올해 장기감축경로를 국회에서 정하는 과정에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후위기, 길을 묻다] "퇴행 멈추고 공멸 아닌 연착륙으로"
Q. '기후위기'라는 말이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이 용어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A. 처음에는 '지구온난화'라고 했죠. 그런데 이 용어가 너무 급진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중립적인 '기후변화'라는 용어로 바꼈어요. 지구온난화의 부정적 영향을 무시하거나 최소화하려는 잘못된 시도였던 거죠.
하지만 아무리 용어를 순화해서 바꾼다 해도 실체를 바꾸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2020년대 초반부터는 기후위기라는 말이 등장했고요. 산업계에서는 아직 기후변화라고 하지만, 정부 계획을 보면 기후위기라는 표현도 심심치 않게 발견돼요.
기온이 1.5도 넘게 올랐다는 보도들, 빈번한 재난, 기상청 같은 국가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발간하는 리포트 같은 일들이 기후위기라는 용어 사용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어요. 사람들이 실체를 알아가고 있는 단계고, 그러다 보니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시민사회에서는 기후위기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기후재난이라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요. 혹자는 기후위기가 아니라 멸종위기 아니냐고도 해요. 기후가 바뀌는 게 아니라 결국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의 조건이 파괴되는 거니까, 우리 멸종위기로 봐야 되는 거 아니냐는 거죠.
처음 봤을 때는 과격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런 흐름을 봤을 때 점점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시민들이 조금씩 경각심을 가지고 의미를 알아가는 단계라고 봐요.
Q. 기후의제를 다루며 가장 자주 듣는 반응은 무엇인가요?
A. 기후위기 관련해서 각자가 가진 관점이나 입장에 따라 드는 말들은 천차만별이죠.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드는 말은 최근 소위 '속도조절론' 같은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탄소중립은 나도 동의해. 근데 지금은 너무 경제가 어렵지 않냐. 그러니까 좀 나중에 늦춰서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레퍼토리가 계속 반복되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지금 당장 경제가 어려우니까 환경은 나중에 해도 된다는 거죠. 고전적인 레퍼토리인데, 문제는 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나왔던 얘기라는 거예요. 이런 부분이 반복되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Q. 수많은 기후위기 문제 중 가려지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A. 대표적인 게 정의로운 전환이에요. 우리가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된다, 투자를 늘려야 된다고 했을 때, 피해자로서 부각되는 목소리는 산업계, 기업들의 목소리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망하고, 우리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이런 목소리만 커요. 이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려운 이유가 지금까지 기후정책과 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굉장히 강했던 탓인가요? 사실 연관성이 없거든요. 연관성이 없는 이슈를 자꾸 끌고 와서 기업들이 어렵다고 얘기하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예요.
이런 목소리만 부각되다 보니 지금 당장 피해를 받고 있는 농민, 비정규직 노동자 같은 당자사들이 소외되죠.
폭염이나 한파가 심해질 때 주거적 측면에서 굉장히 고통을 호소하는 빈민들도 있죠. 이들의 목소리는 많이 조명되지 못한 것 같아요. 특히 기후의 관점에서는요. 쪽방촌에 사는 빈민들의 폭염이나 한파 관련 이슈도 그냥 '지원이 부족하다'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이게 기후위기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구체적으로 조명하는 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Q. 기후위기, 우리나라는 지금 어디쯤 서 있나요?
A. 지금 상황을 비유하자면 두 개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심화되는 기후위기 시대에서 우리나라 정부 시스템,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연착륙하는 길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모두 다 공멸하는 방향이죠.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 갈림길 사이에서 말로는 전자로 가겠다고 하는데 발걸음은 후자로 갔던 것 같아요. 특히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랬죠. 그래서 지금 빨리 다시 조금이라도 갔던 길을 되돌아와서 원래 가려고 했던 그 길로 가야 되는 시점인 것 같아요.
방향을 좀 잘못 잡았지만, 빨리 결정하면 그만큼 또 빨리 돌아올 수 있으니까 옳은 길로 좀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10년 후 플랜1.5는 어떤 모습일까요?
A. 거기까지 상상을 해본 적은 없는데, 10년 후가 되더라도 저희는 몇백 명 단위의 전국 조직을 가진 단체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규모는 조금 늘어날 수 있지만, 저희는 전문성에 기반해서 저희 핵심 가치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사이즈의 조직 규모를 유지할 것 같아요. 환경운동연합이나 녹색연합 같은 전국단위 조직과 연대하면서 같이 커 나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동시에 현재는 국내 이슈에 많이 집중하고 있는데, 기후변화나 에너지 쪽에서 외교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이슈들이 있잖아요. 10년 후에는 저희가 전문성이나 네트워크, 경험을 좀 더 확보해서 글로벌한 이슈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26년을 맞이하며]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총력"
Q. 2026년 가장 주목하는 과제는 무엇인가요?
A. 정부가 2035년 감축 목표를 정했잖아요. 그런데 사실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정하라고 한 건 2050년까지의 감축 경로거든요. 2035년은 2050년으로 가는 하나의 포인트에 불과한 거예요. 2035년 이후 2050년까지 어떤 경로를 정할 것인가, 그걸 빨리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헌재는 국회가 올해 2월까지 그 법을 개정하라고 했어요.
국회에서는 공론화를 3월, 4월까지 하겠다고 하니, 그 공론화 결과까지 지켜보고 본격적으로 법개정 논의가 올해 상반기에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이게 올해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에요. 왜냐하면 장기 감축 경로가 국회에서 법으로 정해지면 2035년, 2040년, 2045년을 다 정하는 거거든요. 사실상 2050년까지 정부의 NDC를 다 결정해버리는 거예요. 한꺼번에요. 물론 나중에 법으로 정한 것보다 더 강하게 바꿀 수도 있지만, 앞으로 25년 뒤 모든 NDC를 다 이번에 결정해버리는 거라서, 그 정도로 파괴력이 있고 의미가 큰 거예요.
Q. 정부가 아닌 국회가 정한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을까요?
A. 어떤 분들은 "정부도 정하기 어려운데 국회가 쉬울까, 특히 여야 대립이 심한 상황에서 법 통과가 가능할까" 하는 회의적 시각도 있어요.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보면 왜 국회에 법개정을 하라고 했는지 취지가 나와 있어요. 헌재가 생각할 때 정부가 정하게 되면 대통령 임기가 5년이니까 굉장히 단기적 관점에서 지지율이나 여러 가지를 신경 쓰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정부는 단기 이익을 먼저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장기 감축 경로를 설정하는 것은 굉장히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어요.
우리나라 국회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여야가 협력해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온전하게 반영해서 법을 개정할 수 있다면, 이 자체가 우리나라 기후정책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에 있어서도 하나의 큰 계기이고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만약 법안이 만족스럽지 못하게 진행되면 어떡하나요 ?
A. 그런 경우를 가정해서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당연히 저희는 대응을 해야겠지만,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했기 때문에, 저는 국회가 그 취지를 잘 반영해서 판단할 거라고 믿습니다.
Q. 2026년 단 하나의 장면만 남길 수 있다면요?
A.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반영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장면이요. 이게 2026년 커다란 변화로 기록되면 좋겠어요.
Q. '환경단체는 항상 급진적이고 화가 나있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A. 이렇게 얘기해보면 어떨까요. 비교를 하자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때 사람들이 나왔던 것도 분노를 가지고 나간 거잖아요. 우리가 봐야 하는 건 이 사람들이 분노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가진 분노가 말이 되는 것이고 정당한 것인지예요.
그 분노가 어느 정도 정당하다는 데 동의가 된다면 급진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1.5도가 정말 급한데, 지금 당장 기업들의 영업이익 몇 프로나 산업용 전기요금이 5원, 10원 오르는 것들은 따지고 보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분명히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바라보는 시각,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을 이해하다 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슈라고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마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끓는 물 속의 개구리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요. 기후위기라는 게 보고서나 책을 통해서 접하면 굉장히 어마어마한, 우리 삶의 조건과 자연을 포함해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건데도요. 변화를 놓치고 천천히 죽어가지 않도록 계속 자극을 주는 역할을 시민사회가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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