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베일 벗은 현대차 로보틱스랩... "기술 시연 넘어 양산 체제 돌입"
현대차 PnD 플랫폼의 주행 기적
배터리 없는 로봇 '엑스블'
유튜브 영상 보고 동작 학습

현대자동차그룹이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연구·개발(R&D) 센터 내 보안 구역에 숨겨져 있던 로보틱스랩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현대차 자체 로봇 기술은 이미 연구실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과 서비스 영역에 투입되며 양산 체제 구축을 끝마친 상태였다. 현장에서 확인한 현대차 로보틱스랩의 전략은 화려한 기술 시연보다는 철저하게 제조 원가를 낮추고 즉시 투입 가능한 실용성을 확보하는 '양산주의'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부품 공용화와 국산 라이다 채택으로 실현한 압도적 가성비

로보틱스랩 내부에서 가장 강조되는 키워드는 기술의 고도화보다 '양산 가능성'이었다. 현대차는 로봇 제작 시 제네시스 G80 등 실제 양산차에 들어가는 카메라와 센서 부품을 공용으로 사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이는 소량 생산되는 로봇 부품의 높은 단가를 자동차 공급망을 활용해 획기적으로 낮춘 전략이다. 로보틱스랩은 양산을 고려하지 않은 비싼 기술은 도태된다는 위기감 속에 모든 설계 단계에서 원가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 센서의 국산화도 구체화됐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주로 쓰이던 중국 '로보센스' 제품 대신 양산형 모델에는 국내 기업인 '에스오에스랩(SOS Lab)' 라이다가 전격 채택됐다. 연간 1000~2000개 가량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결과다. 이는 외산 부품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로봇에서 검증된 자율주행 기술을 향후 자동차 부문으로 역수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수직계열화 역시 로보틱스랩의 핵심 경쟁력이다. 고가의 엔비디아 젯슨(Jetson) 플랫폼을 대신해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적용했다. 이에 최적화된 독자 소프트웨어도 직접 개발해 올렸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통제하면서 제조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사후 관리 효율성까지 극대화했다.
로봇의 AI 학습 방식 또한 철저히 실리 중심이다. 모든 판단을 AI에 맡기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룰베이스'와 강화 학습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했다. 정해진 동작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해야 하는 서비스 로봇의 특성에 맞춘 것이다. 현장에서는 로봇들이 최적의 루트를 사전에 학습해 복잡한 실내 공간을 거침없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실제 상용화 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였다.
플러드 플랫폼과 모베드가 증명한 실내 자율주행의 완성도

실내 자율주행 로봇의 근간이 되는 '플러드(PnD·Plug & Drive)' 플랫폼은 휠 안에 모터가 내장된 인휠 모터 기술의 결정체였다. 네 바퀴가 독립적으로 360도 회전하며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케 한다. 고정된 맵에만 의존하는 기존 식당 서빙 로봇들과 달리, 로보틱스랩의 플랫폼은 라이다와 카메라로 실시간 장애물을 회피하는 고도화된 주행 능력을 선보였다. 좁은 복도에서 마주친 사람을 유연하게 피하며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은 자율주행차의 실내 버전이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플러드 기술이 적용된 배송 로봇 '달리(DAL-e) 딜리버리'는 실제 호텔과 전시장 빌딩에서 즉시 운영 가능한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다. 최대 16잔의 커피를 싣고도 흔들림 없는 주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특히 통신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로봇 자체 센서로 엘리베이터 호출과 도어 통과를 판단하는 독립적 연산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달리가 단순한 배송 수단을 넘어 실내 모빌리티의 표준 플랫폼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ES 2026에서 주목받았던 '모베드(MobED)'는 거친 지형에서도 차체의 수평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주행하는 독창적인 메커니즘을 선보였다. 편심 메커니즘이 적용된 네 개의 바퀴가 지면의 굴곡에 맞춰 각각의 높이를 실시간으로 조절해 차체에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한다. 특히 주행 속도나 회전 반경에 따라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인 휠베이스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고속으로 직진할 때는 휠베이스를 최대한 늘려 주행 안정성을 극대화하고 좁은 공간에서 회전할 때는 이를 줄여 회전 반경을 최소로 유지하는 유연함을 갖췄다.
모베드는 로봇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입증하는 까다로운 국제 인증을 획득하며 실제 시장 투입 준비를 마쳤다. 단순한 실험실 단계를 넘어 사람이 직접 탑승하거나 고가의 전문 장비를 싣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검증받은 것이다. 현재 대형 방송사 등과 협력해 흔들림 없는 영상 촬영을 위한 지능형 짐벌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산업용 모빌리티 기술이 방송과 의료, 특수 물류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 환경 개선하는 웨어러블 로봇과 AI 기반 휴머노이드 기술

근로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는 산업 현장의 실용적 니즈를 완벽하게 반영한 제품이다. 별도의 배터리나 모터 없이 강력한 용수철의 탄성을 활용하는 무동력 방식을 채택해 전체 무게를 1.9kg 수준으로 가볍게 유지했다.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장시간 작업할 때 어깨 관절에 가해지는 토크를 최대 60%까지 경감시키며 실제 근육 활성도는 30%가량 낮추는 효과가 입증됐다. 위생적인 관리를 위해 로봇 기구부와 착용용 조끼를 간편하게 분리해 세탁할 수 있도록 설계해 현장 작업자들의 실제 만족도를 높였다.
엑스블 숄더의 개발과 보급 과정에는 산재 예방을 통한 운영 비용 절감이라는 현대차의 철저한 경영 분석이 반영됐다. 현장 근로자가 어깨 관절 부상을 당했을 때 발생하는 병원비와 산재 보상금, 그리고 대체 인력 수급에 따른 생산 손실 비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로봇 도입의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했다. 현대차는 자동차 조립 라인을 시작으로 농촌진흥청과 협력해 포도나 배를 재배하는 과수 농가로 공급 대상을 전격 확대했다. 이는 로봇 기술이 거대 제조 공장을 넘어 일차 산업 현장의 노동 환경까지 개선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본보기가 됐다.
의료용 보행 보조 로봇 '엑스블 멕스(X-ble MEX)'는 하반신 마비 환자의 재활과 일상 복귀를 돕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18kg의 초경량 탄소 복합 소재 프레임으로 제작됐으며 한 번의 충전으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연속적인 보행 훈련을 지원한다. 사용자의 움직임 의도를 정밀하게 감지하는 센서 알고리즘을 통해 적절한 보조력을 제공하며 보행 속도는 최대 시속 1.2km까지 설정할 수 있다. 160~190cm 사이의 다양한 신체 조건에 맞춰 로봇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어 국내외 주요 재활 전문 기관에서 임상 교육과 환자 치료용으로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로보틱스랩은 미래형 휴머노이드 로봇의 정밀 제어 기술과 인공지능 학습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적 성취를 거뒀다. 인간의 복잡한 근육과 인대 구조를 정교하게 모사한 스트링 구동 방식을 도입해 모터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매우 섬세한 손가락 제어를 가능케 했다. 이는 물건을 집는 수준을 넘어 사람에게 정확한 궤적으로 물건을 던져 전달할 수 있는 고도의 동역학 제어 기술로 이어졌다. 특히 VR 기기 없이 유튜브의 수많은 영상 데이터만으로 로봇이 동작을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해 데이터 확보의 한계를 극복하며 지능형 로봇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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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해당 기사는 삼프로TV/압권/언더스탠딩 인터뷰 방송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더욱 정확한 풍성한 내용은 방송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