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부모, 더 건강히 함께 크는 아이들...제주 수눌음돌봄 공동육아

한형진 기자 2026. 2. 4. 11: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산부~중학생 이하 자녀 3가구 이상이면 참여 가능...9일까지 신청 접수

"수눌음돌봄 덕분에 아이들의 미래를 계속 고민하면서 노력할 수 있었어요. 우리 아이들도 다함께 어울리며 더 용기 있게 성장한 것 같아요."

장애 자녀를 둔 제주도민 이보림 씨는 올해로 8년째 제주도가 추진하는 '수눌음돌봄 공동체'(이하 수눌음돌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장애 여부에 관계없이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3곳 이상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수눌음돌봄 덕분에, 이보림 씨는 자녀를 키우는데 큰 도움을 받았고, 개인적인 역량을 키우는 계기도 됐다.

수눌음돌봄은 제주도, 제주가족친화지원센터,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함께 추진하는 복지 사업이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1년째 이어지고 있다. 

수눌음돌봄은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고 정을 나누는 '수눌음'이라는 제주 고유한 미풍양속을 공동육아에 접목한 시도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최소 3곳 모여서 진행하는 공동육아를 비용으로 지원한다. 

제주도는 신청한 공동체 마다 최대 200만원을 지원한다. 지원되는 비용으로 각 가정은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각자 계획한 다양한 육아활동을 진행하면 된다. 활동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고 일정한 기준도 준수해야 하지만, 비교적 자유롭게 쓰도록 정했다. 자녀 양육을 돕기 위한 사업 취지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에는 미취학아동부터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을 지원했다면, 올해부터 임신부부터 중학생 자녀 가정까지 대폭 확대하면서,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폭을 넓혔다. 장애 자녀는 연령 제한이 없다. 또한 지원 대상도 지난해 105팀(481가족, 1799명)에서 올해 200팀으로 크게 늘렸다.
제주도가 지원하는 수눌음돌봄 사어에 참여한 가족들의 활동 모습 / 사진=제주도
제주도가 지원하는 수눌음돌봄 사어에 참여한 가족들의 활동 모습 / 사진=제주도

이보림 씨는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가족 공동체 '너랑나랑'을 결성해, 올해까지 포함하면 수눌음돌봄 모임을 8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는 "어린이집과 치료실에서 알게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유치원 때부터 매달 사회성 향상을 위한 생일파티를 개최했다. 아무래도 장애가 있다보니 한 가정당 수십만원씩 부담하며 키즈카페를 빌려서 파티를 열곤 했다"며 "수눌음돌봄 사업을 알게 되고나서는 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비장애 형제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부모들이 함께 기획하며 개최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은 계속 확장되면서 이보림 씨가 사회복지사와 언어치료를 공부할 만큼, 수눌음돌봄은 소중한 기회가 됐다. 지금은 수눌음돌봄에 참여하고 싶은 다른 가정을 돕는 활동가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수눌음돌봄에 보통이란 기준은 없다. 각 공동체마다 서로 다른 다양성을 모두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업이 바로 수눌음돌봄"이라며 "엄마, 아빠 모두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용기내서 함께 참여하면 아이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들의 육아 부담도 분명 덜어준다"고 강조했다.

수눌음돌봄 사업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사업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는 긍정이 90% 이상으로 나타났는데, ▲육아정보 공유·소통 ▲양육자 마음 위로 ▲자녀돌봄 경제적 부담 해소 등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확인됐다.

하나만 키우기도 벅차 모임을 만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각 집의 아이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공동육아가 부모의 양육활동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 덕분이었다. 그 결과, 5명으로 시작했던 아이들이 현재 11명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 아이는 나와 남편이 줄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영평에 있는 A가족네 밭에 고구마를 심어 수확하기도 했고, B가족네가 알고 있는 고사리 스팟으로 고사리를 따러 갔다. C가족 아빠의 지휘아래 몇 개의 오름을 탐방했으며 D가족 주도로 캠핑을 갔다. 물론 우리도 여름이면 부모님 과수원에 작은 워터파크(?)를 설치해 모두를 초대하기도 했다. 

아이가 경험한 것은 비단 활동뿐만이 아니었다. 처음 간 롤러장에서 제대로 서지조차 못하는 아이에게 삼촌이 내민 손, 동생과 싸운 아이를 다독여 준 삼촌의 위로, 엄마는 답해주지 않는 엉뚱한 질문에 답해 주는 삼촌의 다정함처럼 많은 이들의 애정과 응원을 접하며 아이는 컸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니 공동육아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명확하다. 공동육아는 부모들이 함께 그린 원이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만든 그 원 속에서 아이들은 함께 자랐다. 부모가 알고, 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이 배우고 받으면서 말이다. 

- 2025년 수눌음돌봄 사업 참가자 후기 가운데
제주도가 지원하는 수눌음돌봄 사어에 참여한 가족들의 활동 모습 / 사진=제주도
제주도가 지원하는 수눌음돌봄 사어에 참여한 가족들의 활동 모습 / 사진=제주도

특히 일상 뿐만 아니라 긴급한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해소됐다는 답변이 크게 오르면서, 실질적으로 유용한 정책임이 입증됐다. 수눌음돌봄 참여 이후 2자녀, 3자녀 이상으로 늘어난 가구도 여럿 파악될 정도다.

수눌음돌봄은 크게 다섯 가지로 진행할 수 있다. 방과 후부터 귀가 전까지 아이들을 챙기는 '방과후돌봄', 저녁시간 귀가가 늦는 등의 상황으로 인한 '저녁 돌봄', 주말근무와 농사일 등으로 인한 '주말 돌봄', 갑작스런 병원·출장 등으로 인한 '긴급 돌봄', 공동체 가구 전체가 함께 하는 '다함께 돌봄'이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을 다함께 챙기는 육아 활동부터, 특별한 계기로 모이는 단체 활동까지 모두 수눌음돌봄에 포함되는 셈이다. 특히 최초 계획에는 없어도 사업 참가자들의 동의가 뒷받침된다면 다른 가족이 중간에 참여하는 방법도 무방하다.
1일 열린 수눌음돌봄공동체 사업 설명회 현장 ⓒ제주의소리
1일 열린 수눌음돌봄공동체 사업 설명회 현장 ⓒ제주의소리

지난 1일 열린 제주시권 수눌음돌봄 사업 설명회에서는 관심 있는 엄마·아빠들이 참여했다. 

이미숙 씨는 이도동을 중심으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네 가족이 모여 올해 사업에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해 수눌음돌봄에 참여했던 지인 사례를 보면서 호기심이 들었다고 했다.

이미숙 씨는 "8개월 동안 독서모임, 문화체험 같은 다양한 경험을 해볼 생각"이라며 "요즘은 예전처럼 동네 친구들과의 자연스러운 놀이문화를 찾기 어려운데, 수눌음돌봄 사업을 통해 또래 아이들이 모여서 건강하게 자라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설명회에서 만난 노형동 주민 정일영 씨는 본인 가정 포함 3가족 모두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다. 특히 정일영 씨는 이번이 둘째 아이인 일종의 선배로서, 주변에 수눌음돌봄 사업을 알리고 참여를 권했다.
1일 열린 수눌음돌봄공동체 사업 설명회 현장 ⓒ제주의소리

그는 "세 가족 모두 출산 예정일이 비슷해 출산부터 육아 용품 준비, 육아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수눌음돌봄 대상이 임신부에서 중학생까지 넓어져서 다행이다.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면 신생아부터 돌봄과 육아 방법을 서로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빠들도 직업은 서로 다르지만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올해 수눌음돌봄 사업 신청은 2월 9일까지 제주가족친화지원센터 누리집( https://jffsc.kr/index.php )을 통해 받는다. 자세한 참여 방법은 센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