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조류독감까지...아프리카 펭귄 생존 비상"

일명 조류독감으로 알려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남아프리카 해안에 서식하는 아프리카 펭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남아프리카 해안 조류 보전재단(SANCCOB)의 지난해 12월 발표에 따르면, 2025년 9월 이후 아프리카 펭귄 23마리가 조류독감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최소 9마리는 폐사했다. 감염 개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인근 여러 해안 지역에서 발견됐다.
현지 단체는 2018년 이후 조류독감으로 사망한 아프리카 펭귄이 누적 1,000마리를 넘는다고 전했다. 번식 집단 내에서 감염이 발생할 경우, 개체 수가 단기간에 급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체는 또 아프리카 펭귄이 이미 먹이 부족과 기후위기 등 여러 압력에 노출된 상태에서, 감염성 질병까지 겹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아프리카 펭귄이 2035년 무렵 야생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아프리카 펭귄은 나미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안선을 따라 분포한 26개 서식지에서 번식한다. 이 종의 개체 수는 매년 약 8%씩 감소해온 것으로 추산된다. 19세기 말 수백만 마리에 이르렀던 개체 수는 1956년에 약 14만 마리로 줄었고,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8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성체 개체 수는 약 1만9,800마리이며, 번식 쌍 수는 1만 쌍 이하로 줄었다. 이에 따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24년에 아프리카 펭귄의 보전 등급을 '위급(CR)'로 상향 조정했다.
원인은 H5N1 변종 바이러스 확산
이번에 확인된 조류독감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분류된다. 변종 가운데 하나인 H5N1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보고됐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새의 분비물이나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며,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이상 행동이나 경련, 발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아프리카에서는 2025년 7월 초 H5N1 변종이 처음 보고된 이후, 아프리카 펭귄을 포함한 여러 야생 조류에서 양성 사례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현지 보고에 따르면 큰사다새, 켈프갈매기, 흰가마우지, 회색머리갈매기 등 남아프리카 해안에 서식하는 다른 해양 조류에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엎친 데 덮친 격...먹이 부족·기후위기와 겹친 상황
아프리카 펭귄은 조류독감 이전부터 먹이 부족과 기후위기로 위협을 받아왔다. 펭귄의 주 먹이인 정어리는 어업인들의 남획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기후위기에 따른 수온 상승과 해수 염도 변화도 먹이 자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겹치면서 펭귄의 먹이 확보가 어려워지고, 번식 성공률도 낮아졌다.
지난해 4월 아프리카 조류학 저널(Ostrich: Journal of African Ornithology)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주요 서식지 두 곳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로벤섬과 다센섬에서 2004년부터 2012년 사이 약 6만2천 마리의 아프리카 펭귄이 굶주림으로 폐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인간의 어업 활동과 해양 환경 변화가 먹이 부족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펭귄의 주요 서식지가 항만과 해상 교통로 인근에 위치해 있어 기름 유출 사고 역시 지속적인 위협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기름은 펭귄의 깃털을 코팅해 부력을 방해하고, 먹이 활동과 번식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남아프리카 당국은 아프리카 펭귄 보호를 위해 일부 핵심 서식지 주변에서 향후 10년간 상업적 어업을 제한하고, 인공 둥지 설치와 포식자 관리 등 보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